"양성 반응 나온 홍콩 반려견, 감염 아닌 표면 오염일 가능성 높아"
"위생에 좀 더 신경쓰면 문제 없어"
[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홍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의 반려견에게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한 결과 '약한 양성' 반응이 나왔다는 소식에 반려동물 감염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이 코로나19에 감염되거나 사람에게 전파한다는 증거는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국 CNN은 3일(현지시간) 코로나19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사물의 표면에서 단기간 생존할 수 있는 것처럼 개와 고양이의 표면에서도 바이러스가 짧은 시간 생존할 가능성이 있지만 반려동물의 감염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고 보도했다.
양성 반응을 보인 홍콩의 반려견은 홍콩 농림수산부가 비강과 구강 표면에서 채취한 샘플을 검사해 '약한 양성' 반응이 나온 것일 뿐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은 아니라고 CNN은 전했다. '양성 반응'과 '감염'은 엄연히 다르다는 설명이다.
중국 상하이 거리에서 강아지가 마스크를 쓰고 산책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현재 AFCD는 해당 반려견이 실제로 코로나19에 감염됐는지 아니면 표면이 바이러스에 오염된 것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추가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AFCD와 세계보건기구(WHO)는 모두 개와 고양이가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홍콩 동물보호단체 대표인 셰일라 맥클러랜드는 "현재 나온 증거들에 따르면, 개가 문 손잡이와 같은 물체보다 코로나19를 전파할 위험이 더 높다고 볼 수 없다"며 "전 세계 어디에서도 개나 고양이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례는 없으며 개에 대해 실시한 코로나19 검사가 정확한지를 검진한 연구도 발표된 바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03년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확산 당시에도 반려동물 감염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홍콩 동물방지협회의 수석 수의사인 제인 그레이는 "개와 고양이가 감염되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있지만, 이 바이러스는 사스나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와 전혀 다른 종류로, 개와 고양이가 감염되는 코로나바이러스는 호흡계 질환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사스 당시에도 과학자들이 개와 고양이가 사스에 감염될 가능성에 대해 조사했으나, 감염 가능성이 극도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레이는 당시 사스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고양이 몇 마리에서 나타났으나 이로 인해 사람이 감염됐다는 증거는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과학자들은 사스와 코로나19가 박쥐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코로나19가 감염자와의 밀접 접촉이나 감염자로부터 나온 비말 등 사람 간 접촉에 의해 감염된다는 사실을 명시하고 있다.
그레이는 "확진자와 지내던 반려동물을 예방적 차원에서 격리할 필요는 있지만, 일반적인 견주와 묘주들이 반려동물의 감염에 대해 우려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또한 중국에서는 일부 견주들이 반려견에게 작은 마스크를 씌우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전혀 필요치 않은 것으로 오히려 반려견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레이는 반려동물과 관련해 위생에만 더욱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면 문제가 없다며, 반려동물을 만지기 전후로 반드시 비누와 물로 손을 씻고 반려견의 경우 산책 후 소독제로 발을 닦아주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수의사들과 동물보호단체들은 반려동물의 감염 가능성보다 이에 대한 공포가 더욱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 동물보호단체의 맥클러랜드는 홍콩 반려견 양성 반응이 보도화된 후 수많은 문의를 받았다며, "패닉이 확산되면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유기하거나 심지어 처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반려동물과 지내는 사람들이 이유 없이 낙인 찍히는 불상사가 발생하거나,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견주들이 다른 주민들로부터 욕설이나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지난 2003년 베이징에서는 동물이 사스를 옮길 수 있다는 잘못된 소문에 주민들이 묘주로부터 고양이를 빼앗아 살해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으며 홍콩에서는 유기되는 반려동물이 증가했다.
맥클러랜드와 그레이는 현재 홍콩에서 유기동물이 급증하고 있지는 않지만, 홍콩을 떠나려는 사람들이 증가함과 동시에 반려동물을 외국으로 보내는 절차를 밟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레이는 코로나19로 재택근무자가 늘어나는 등 자발적 자택 격리를 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만큼 반려동물은 고립된 사람들의 스트레스를 줄여줘 오히려 사람의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g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