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국제유가가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간 석유 전쟁 본격화에 1991년 걸프전쟁 이후 최악의 하락세를 보였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추가 감산 제안에 러시아가 딴지를 걸면서 지난주부터 시작된 매도 흐름은 이번 주 사우디아라비아의 유가 인하 및 증산 결정으로 더욱 가속됐다.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 장관과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 장관.[사진=로이터 뉴스핌] 2020.03.07 mj72284@newspim.com |
9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거래일보다 배럴당 10.15달러(24.59%) 폭락한 31.13달러에 마감했다. 역대 두 번째로 큰 일일 낙폭이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5월물은 배럴당 10.91달러(24.1%) 떨어진 34.36달러를 기록했다.
WTI와 브렌트유 모두 장중 30% 넘게 떨어지면서 WTI는 30달러 밑으로, 브렌트유는 31.02달러까지 밀렸는데 이는 2016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토요일 사우디는 4월 인도분 원유 수출 가격을 대폭 인하하고, 4월부터 하루 1000만 배럴 넘게 증산하기로 했다.
현재 사우디의 일일 생산량은 970만 배럴이나 일일 1250만 배럴까지 증산할 수 있는 여력이 된다.
골드만삭스는 "사우디가 최소 20년래 최대 폭으로 수출 가격을 인하하면서 OPEC과 러시아가 명백히 석유 전쟁을 시작했다"면서 "코로나19(COVID-19) 확산 사태로 인한 수요 급감 가능성으로 인해 석유 시장 예후는 지난 석유 전쟁이 시작됐던 2014년 11월 당시보다 더 암울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골드만은 오는 2분기와 3분기 브렌트유 가격 전망을 30달러로 하향하고, 가격이 20달러대까지 밀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주 사우디 등 OPEC 14개 회원국은 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이 하루 동안 각각 100만 배럴과 50만 배럴씩 감산하길 원했지만 러시아가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CIBC프라이빗웰스매니지먼트 선임 주식트레이더 레베카 라빈은 "코로나 사태와 OPEC+ 합의 불발은 한 달 전에는 시장에 반영되지 않았던 변수"라면서 앞으로 사우디와 러시아가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지, 미국이 유가 지지를 위해 얼마나 신속히 공급 제한에 나서는지 등을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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