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코로나19 면책 및 KPI조정 권고
성과주의 여전...성과연동 임금피크제 등 지속
[서울=뉴스핌] 김신정 기자 = "임직원 핵심성과지표(KPI) 완화 방침으로 지점별로 실적을 집계하지 말라고 했지만 다른 이름의 성과지표로 은행원 '줄 세우기' 하는 것은 여전합니다. 심지어 지난달에는 직원별 4월달 성과계획서까지 제출하라고 하더라고요."
시중은행 영업지점에서 일하는 한 은행원의 하소연이다.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펀드의 불완전 판매 등으로 은행들이 임직원 핵심성과지표(KPI) 개선에 나섰다. 하지만 지점별 성과주의 확산과 과당경쟁 기조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윤석헌 금감원장은 은행권에 코로나19등 금융지원에 대한 직원 면책방침과 함께 KPI 조정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당부한 상태다. 하지만 각 은행별 성과연동형 임금피크제나 고성과자 등에 대한 우대제도 등이 지점별, 은행원간 과당경쟁을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요 시중은행 사옥 [사진=각 사] |
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은행권의 퇴직제도는 크게 ▲만 55세 또는 56세 일괄 적용 임금피크제 ▲희망퇴직 ▲특별퇴직 임금피크제 ▲성과연동형 임금피크제 ▲우수성과자 임금피크제 유예제도 등으로 나뉜다.
KB국민은행은 임금피크제 전환을 앞둔 직원 중 성과가 우수한 직원에 대해 임금피크제 유예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1년 단위로 추가 유예가 가능하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임금피크제 전환 전에 희망직무 조사를 통해 직무 만족도를 높이고, 기본급여 외에도 수익실적 달성에 따라 성과급여를 추가로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도 고성과자를 대상으로 성과연동형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다. 우수 성과자 퇴직자에 한해선 재취업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예컨대 퇴직한 지점장을 다시 고용하는 형식으로 성과에 따라 임원 승진 기회도 부여한다.
NH농협은행은 성과연동 임금피크제가 있지만 희망퇴직 조건이 월등히 좋아 거의 모두 희망퇴직을 선택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만 55세부터 임금피크제 외에 성과연동 임금피크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2016년부터 일반 임금피크제와 함께 '차등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있다. 만 55세 또는 56세 직원에게 일괄적으로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는것과 달리, 직무 역량 및 성과 우수자는 임금피크제 적용 없이 정년 만 60세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한 제도다.
예컨대 만 55세가 되는 A지점장이 정년인 만 60세까지 뛰어난 성과를 올리면 종전 급여의 100%를 주겠다는 식이다. 신한은행은 차등형 임금피크제 대상을 매년 평가해 성과가 좋지 않을 경우 임금피크제에 넣어서 순환퇴직을 유도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은행 지점별 과당경쟁이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과에 따라 임기가 연장되기 때문이다. 실제 은행원들 사이에선 이런 성과제도가 과당경쟁을 유발시킨다고 토로한다. 지점 성과를 위해 금융상품 판매 성과는 물론 실적 올리기로 업무 압박이 크다는 것이다. 더욱이 지점별 은행원들 '줄 세우기'도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본사에서 KPI 등 실적 집계 완화 방침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지만 지점 직원들의 영업 압박은 여전하다"며 "가끔씩 직원 망신 주기, 금융상품 판매 할당 등으로 실적을 끌어올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a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