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형광펜 표시 등으로 내용 파악 어려워"
위계공무집행방해·뇌물공여 등 모든 혐의 부인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 판매 허가를 받기 위해 성분을 속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코오롱생명과학 임원이 자신이 직접 작성한 이메일 등 자료에 대해서도 증거 채택을 동의하지 않자 법원이 "전부 부동의하면 재판이 진행되겠느냐"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3부(권성수 부장판사)는 7일 오전 11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코오롱생명과학 이사 조모(47) 씨와 상무 김모(52) 씨의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성분과 관련한 허위 자료를 제출한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를 받는 코오롱생명과학 임원 김모 씨(왼쪽부터)와 조모 씨가 지난해 11월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19.11.04 pangbin@newspim.com |
재판부는 "증거 채택과 관련해 부동의한 서류가 과연 어떤 취지인지 의문이다"며 "피고인들이 직접 보낸 메일에 대해서도 증거로 동의하지 않았는데 왜 그런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변호인은 "검찰로부터 등사해 온 증거 중에 형광펜으로 강조 표시를 한 것이 있다"며 "그 자체로 재판부에 제출될 경우 내용 식별이 안 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서 형식만 갖고는 작성자가 분명하지 않은 문서가 꽤 있다"며 "입수한 증거자료만으로는 내용 파악에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디지털 비디오 디스크(digital video disc·DVD) 같은 경우 아직 내용 파악도 못했다"며 "전체적으로 내용을 판단하는 데 있어 기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지 무분별하게 모든 서류를 부동의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재판부는 "입증취지 부인도 아니고 처음부터 부동의하면 증거로 쓰지 말자는 취지 아닌가"라며 "모든 서류를 확인해야겠지만 본인이 보낸 메일까지 전부 부동의해서 절차 진행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이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작성한 것도 위조라고 한다면 당장 증인을 선정해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며 "그런 부분의 증거도 전부 부동의하면 재판이 진행되겠나"고 지적했다.
검찰은 "형광펜을 칠한 사본 상태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는 다 (내용이) 보인다"며 "재판부에 보낼 자료는 원본이라 재판 진행에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변호인 측은 재판부 지적을 반영해 검토 후 공판 절차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증거에 동의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법원은 내용 식별에 어려움이 있는 사본 자료는 원본을 보여주라고 검찰 측에 요청했다.
한편 코오롱 임원 측은 이날도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에 대해 모두 부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보사 성분에 대한 허위 자료를 제출한 위계공무집행방해, 정부로부터 3년간 82억원 상당의 보조금을 위법하게 수령한 특경법상 사기 및 보조금법 위반, 품목 허가를 위해 식약처 공무원 등에 향응을 제공한 뇌물공여 등 모든 혐의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인보사는 사람 연골 세포가 담긴 1액과 연골 세포 성장인자(TGF-β1)를 도입한 형질 전환 세포가 담긴 2액으로 구성된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주사액이다. 코오롱티슈진이 개발한 국내 최초의 유전자 골관절염 치료제로 지난 2017년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판매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주요 성분인 형질 전환 세포가 허가 사항에 기재된 연골 세포가 아닌 종양 유발 위험이 있는 신장 세포라는 사실이 드러나자 식약처는 지난해 5월 인보사 품목 허가를 취소했다. 이후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이우석 대표 등 사건 관계자들을 재판에 넘겼다.
조 씨 등의 다음 재판은 오는 28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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