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글로벌 일본

속보

더보기

[비상 걸린 일본②] '네마와시' 문화가 화 키웠다

기사입력 : 2020년04월18일 22:28

최종수정 : 2020년04월20일 17:28

日정부, 늑장·뒷북 대처 비판
긴급사태 선언까지 한 달 걸려
각료회의도 늑장 대처에 한몫

[서울=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일본의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게 된 것은 일본 정부의 안이하고 소극적인 대응 때문이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답답할 정도로 늦었던 일본 정부의 대처가 화를 키웠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발생 초기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미즈기와(水際) 대책'으로 불리는 봉쇄 작전을 폈다. 공항이나 항만을 통해 일본 국내로 바이러스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춘 대책이다.

바이러스 발원지로 여겨지는 중국 우한(武漢) 등 후베이(湖北)성 체류 이력이 있는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고, 감염자가 탑승했던 크루즈선을 해상에 묶어 놓는 등 문을 걸어 잠그는데 힘을 쏟았다. 하지만 이후 열도 내에서 속속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일본 정부의 대응은 느긋하기만 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지난 7일 발령한 '긴급사태 선언'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10일 각료회의를 열고, 2013년 시행된 '신종 인플루엔자 등 대책 특별조치법'의 적용 대상에 코로나19를 추가하는 개정안을 의결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에 대비해 긴급사태를 선언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됐지만,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가 긴급사태 선언을 발령한 것은 그로부터 근 한 달이나 지난 후였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긴급사태 선언까지 한 달이나 걸려

이는 일본 특유의 '네마와시(根回し)' 문화 때문이다. 네마와시는 나무를 옮겨심기 전 주된 뿌리 이외의 잔뿌리를 쳐내고 전체를 밧줄로 감싸는 작업을 말한다. 나무를 죽이지 않고 일을 수월하게 하기 위한 작업이다. 우리말로는 '사전교섭' 또는 '사전조율' 정도로 풀이할 수 있다.

일본은 어떤 결정을 내릴 때 네마와시가 매우 중요하다. 사전교섭이나 사전조율을 통해 관계자들 간에 정보를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해 합의를 도출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합리적이고 민주적이며 신중한 판단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지극히 일본다운 의사결정 과정이다. 단, 이 절차를 거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기 어렵다는 게 단점이다.

이 단점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 바로 긴급사태 선언이다. 도쿄올림픽 연기가 결정된 3월 24일 이후 일본 내 확진자가 급증하기 시작하면서 긴급사태 선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일본의사회는 '의료 위기 상황'이라며 긴급사태 선언을 촉구했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시자도 록다운 가능성을 언급하며 아베 총리와의 회담에서 긴급사태 선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베 총리도 4월 1일 참의원 결산위원회에서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일본이 전후(戰後) 경험해본 적 없는 국난"이라고 표현하며 위기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긴급사태 선언에 대해선 "지금은 선언을 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도쿄 지지통신=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6일 밤 코로나19 대책본부회의에서 전국에 긴급사태를 선언하고 있다. 2020.04.17 goldendog@newspim.com

◆ 만장일치제 '각료회의'도 늑장 대처에 한몫

일본의 각료회의도 늑장 대처에 한몫을 했다. 각료회의는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에서 주요 행정 정책을 결정할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의결 절차이다. 흔히 '각의'라고 부르며 우리의 국무회의와 같다고 할 수 있다.

각의는 만장일치가 원칙이다. 단 한 명의 각료라도 찬성하지 않으면 통과하지 못한다. 아베 내각의 2인자인 아소 다로(麻生太郎) 부총리 겸 재무상은 긴급사태 선언을 빨리 발령하자고 주장하는 각료에게 "경제가 위험해진다"고 반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경제를 이유로 신중한 자세로 일관해왔다.

내각의 핵심 인물인 두 사람의 의견은 아베 총리의 결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아베 총리는 지난 10일 일본의 유명 저널리스트 다하라 소이치로(田原総一朗)와의 면담에서 긴급사태 선언이 늦어진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부분의 각료가 반대했다"고 설명했다.

[도쿄 로이터=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2020.04.07 goldendog@newspim.com

대신 일본 정부는 각지에서 발생하고 있는 클러스터(집단감염)를 찾아내 확산을 막는데 주력했다. 클러스터를 억제하면 코로나19 감염자가 평균 1명 미만을 전염시키기 때문에 자연 소멸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결정이 늦어지는 동안 확진자는 계속해서 늘어났으며, 18일 일본의 누적 확진자 수는 크루즈선을 제외하고도 1만명을 넘어섰다. 크루즈선을 포함하면 1만1000명에 육박하며 한국의 확진자 수를 추월했다.

일본 정부는 긴급사태 선언뿐 아니라 긴급경제대책에서도 늑장 대처라고 비판을 받고 있다. 아베 총리는 14일 경제재정자문회의에서 긴급경제대책을 신속히 시행하겠다고 강조했지만, 대책은 다음 달 이후에나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태도도 문제다. 일본 정부는 당초 코로나19로 수입이 감소한 세대에 한정해 30만엔(약 340만원)을 지급한다는 지원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대책이 미흡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지지율에도 악영향을 미치면서 일률적으로 1인당 10만엔(약 113만원)씩 지급하는 것으로 급선회했다.

정부의 늑장 대응은 국민들에게도 전이됐다. 일본 국민들은 세계적인 상식이 된 '사회적 거리두기'에 무관심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26일 "일본 시민들은 여전히 붐비는 지하철로 출퇴근하고, 공원에 모여 벚꽃놀이를 하며, 번화가에서 쇼핑과 식사를 하고, 주점에서 가깝게 붙어 앉아 음주를 즐긴다"고 지적했다.

우물쭈물로 일관한 일본 정부의 늑장 대처는 이제 일본을 위기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의료 체계는 이미 붕괴되기 시작했고, 일부에서는 아베 총리의 자진 사퇴설까지 제기하고 있다.

[도쿄 지지통신=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2020.02.27 goldendog@newspim.com

goldendog@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김건희 문자 읽씹' 논란 한동훈 십자포화…전당대회 변수 될까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지낼 당시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문자를 무시했다는 '읽씹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한 후보가 5일 "사적인 방식으로 공적이고 정무적인 논의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냈으나 당대표 후보들은 해명 및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한동훈(왼쪽부터)-윤상현-원희룡-나경원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미래를 위한 약속, 공정 경선 서약식'에 참석해 있다. 2024.07.05 pangbin@newspim.com 김규완 CBS 논설실장은 전날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김 여사가 명품백 수수 문제로 당정이 갈등하던 1월 중순께 한 후보에게 '대국민 사과' 의향을 밝히는 문자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이 취재 내용을 토대로 재구성했다며 공개한 문자에는 김 여사가 '제 문제로 물의를 일으켜 부담을 드려 송구하다. 당에서 필요하다면 대국민 사과를 포함해 어떤 처분도 받아들이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 실장은 "김 여사가 (한 후보로부터 답변을 못 받자) 굉장히 모욕을 느꼈고, 윤 대통령까지 크게 격노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후보 캠프는 공식 입장을 통해 당시 문자를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CBS 라디오에서 방송한 '재구성'됐다는 문자 내용은 사실과 다름을 알려드린다"고 전했다. 한 후보 역시 5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문자) 내용이 조금 다르다"며 "집권당의 비상대책위원장과 영부인이 사적인 방식으로, 공적이고 정무적인 논의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이어 "총선 기간 대통령실과 공적인 통로를 통해서 소통했고, 당시 국민 걱정을 덜기 위해서 어떤 방식으로든 사과가 필요하다는 의견 여러 차례 전달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대표 선거 경쟁자인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는 일제히 한 후보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나 후보는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후보가 상당히 정치적으로 미숙한 판단을 했다고 보고, 결국 총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이슈를 독단적으로 판단한 것"이라며 "이에 대해 충분히 사과하고 왜 이런 판단을 했는지 자세히 설명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원 후보도 "영부인이 사과 이상의 조치도 당을 위해서, 국가를 위해서 하겠다는 것을 왜 독단적으로 뭉갰는지에 대해서 (한 후보의) 책임 있는 답변을 바라고 있다"며 "영부인의 사과 의사를 묵살하면서 결국 불리한 선거의 여건을 반전시키고 변곡점 만들 수 있는 결정적인 시기를 놓침으로써, 선거를 망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됐다"고 지적했다. 윤 후보 역시 페이스북에 "이런 신뢰관계로 어떻게 여당의 당대표직을 수행할 수 있겠냐"며 "검사장 시절에는 검찰총장의 부인이던 김건희 여사와 332차례 카카오톡을 주고받은 것이 세간의 화제가 된 것을 생각하면 다소 난데없는 태세전환"이라고 했다.  allpass@newspim.com 2024-07-05 17:10
사진
美민주당 거액 기부자들도 바이든 보이콧...디즈니家 "후원 중단"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주 TV토론에서 고령 리스크가 불거진 이래 대선 후보직 사퇴 압박을 받는 가운데 민주당 거액 기부자들도 '바이든 보이콧'에 나서는 분위기다. 4일(현지시간) CNBC 방송에 따르면 영화감독 및 기획자이자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공동 창업자 로이 O. 디즈니의 손녀 아비게일 디즈니는 이날 방송에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직에서 사퇴할 때까지 민주당에 후원금 기부를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열린 첫 TV 대선 토론에서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고개를 숙인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2024.07.02 mj72284@newspim.com 그는 "나는 바이든 (후보직이) 대체될 때까지 당에 대한 모든 기부를 중단할 생각"이라며 "이것은 현실적인 선택이다. 바이든은 좋은 사람이고 국가를 훌륭하게 섬겼지만, 위험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바이든이 물러나지 않으면 민주당은 선거에서 패배할 것이다. 나는 이것을 절대적으로 확신한다"며 "패배에 대한 결과는 진정으로 끔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비게일 디즈니는 오랜 민주당 후원자다. 미 연방선거위원회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그는 4월 제인 폰다 기후 정치활동위원회(PAC)에 5만 달러(약 6890만 원)를 기부했고, 이 중 3만 5000달러가 오는 11월 상·하원 선거에 출마하는 민주당 의원들 선거 자금으로 유입됐다. 디즈니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을 대체하는 데 흠이 없는 대안 후보라며 "우리는 훌륭한 부통령을 두고 있다. 민주당이 그를 중심으로 뭉칠 방법을 찾는다면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 큰 격차로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보이콧을 선언한 후원자는 디즈니뿐이 아니다. 기디언 스타인 모리아 펀드 회장도 계획했던 350만 달러 민주당 후원을 보류했으며, 실리콘밸리의 정신과 의사이자 자선사업가 칼라 저벳슨도 후원 일시 중단을 예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벳슨은 미국 민주당 후원 '큰 손' 50인 안에 드는 인물로 미 정치자금 감시 단체 오픈시크릿츠에 따르면 그가 올해 민주당에 기부한 금액은 500만 달러가 넘는다. 올해 선거 캠페인 기간에만 20만 달러를 바이든 캠프 모금 조직인 '바이든 빅토리 펀드'에 후원했다. 2020년에는 3000만 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wonjc6@newspim.com  2024-07-05 10:11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