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응급의료기관에 의심환자 몰려…중환자 대응 여력 우려
마스크 등 의료종사자 방호구도 부족
[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코로나19 확산으로 일본의 응급의료 체제가 붕괴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13일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코로나19 감염 의심환자를 받아들이는 구급병원이 줄어들면서 3차 응급의료기관인 구명구급센터로 의심환자 이송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뇌졸중 등 일각을 다투는 중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요코하마 로이터=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앞에 대기 중인 앰뷸런스. 2020.02.10 goldendog@newspim.com |
도쿄(東京)도 내 한 구명구급센터 응급의는 아사히신문 취재에 "이송할 곳이 정해지지 않아 이송돼 오는 환자가 분명하게 늘어났다"며 "4월 둘째 주부터 상황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도쿄에서는 지난 10일까지 1주일 동안 신규 확진된 감염자가 900명이 넘는다. 1주일 전과 비교했을 때 2배로 늘어난 수치다. 전날엔 하루새 166명이 확진되면서 누적확진자가 2000명을 넘기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병원은 코로나19 의심 환자를 거부하고 있다. 코로나19는 무증상 감염자나 가벼운 증상을 가진 이들이 많아 병원에 실려온 당시 확진 여부를 알기 어렵다. 때문에 다른 병으로 이송된 환자 중에 확진 판정을 받는 사례가 각지에서 나오고 있다. 이에 감염을 우려한 일부 병원이 의심환자를 아예 거부하는 것이다.
시미즈 다케시(嶋津岳士) 일본구급의학회 대표이사는 폐렴이 의심되는 고령환자가 10여곳의 구급의료기관에서 이송을 거부당하는 사례도 있었다며 "1분 1초를 다투는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없게 된다"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일부 지역에서는 뇌졸중이나 급성 심근경색같은 중환자에게 고도의 의료를 제공해오던 구명구급센터에 코로나19 의심 환자들이 몰리기 시작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의심환자가 몰리면 병원의 기능이 저하된다는 점이다. 감염 의심환자가 발생하면 의료종사자들은 가운이나 고글을 착용해야 하며, 일부 검사의 경우는 전염을 막기 위해 자유롭게 진행할 수 없다. 병상 수도 부족해지고 평소보다 시간과 인력 소모가 많아지면서 중환자에 대처하기 어려워진다.
환자 수용 수도 이전보다 줄어들게 된다. 감염을 막기 위해 환자들 간 '거리'를 둬야 하기 때문이다. 도쿄의 한 구급구명센터 응급의는 "뇌경색 등의 환자가 코로나19 의심 증세를 보일 경우 대응할 수 있는 병원은 한정돼 있다"며 "평소라면 치료할 수 있는 환자가 치료의 기회를 놓칠 수 있는 상황까지 왔다"고 말했다.
마스크 등 의료진들의 방호구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도 문제다. 앞서 일본구급의학회와 일본임상구급의학회는 지난 9일 성명을 통해 "방호구가 압도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업자들로부터의 방호구 입하는 거의 스톱상태"라며 "감염증 지정 의료기관에 해당하는 한 병원은 앞으로 1개월 내에 (방호구 재고가) 끝날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평소에는 하루에 여러번 마스크를 교환하지만 지금은 3일째 똑같은 것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교토(京都)시에 위치한 교토대병원은 지난 6일 "현재 12만장의 마스크 재고가 있지만 납품이 부정기적이기 때문에 향후 부족한 가능성이 크다"며 직원들에게 원칙적으로 일주일 당 1장을 배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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