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이 경제 활동 재개에 나섰지만 민간 소비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는 어렵다는 비관론이 꼬리를 물고 있다.
나이키부터 제너널 모터스(GM), 루이뷔통까지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시장의 정상화를 절박하게 기다리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닫은 지갑을 열지 않는 움직임이다.
기업 디폴트가 상승한 한편 대규모 실직 한파와 소득 감소가 확산된 데 따른 충격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경고다.
중국 상하이시 소재 신세계다이마루(新世界大丸) 백화점 화장품 매장에서 한 직원이 인터넷 생방송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신화 뉴스핌] |
3일(현지시각) 시장조사 업체 윈드에 따르면 지난 1~2월 전년 동기 대비 21% 급감한 중국 소매 판매가 3월 16% 줄어들었다. 감소폭이 일정 부분 축소된 셈이다.
중국의 민간 소비 시장은 지난해 기준 5조8000억달러. 미국과 유럽에 비해 일찍 코로나19 정점을 맞은 중국의 소비 회복이 향후 실적에 결정적인 변수하는 것이 글로벌 기업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하지만 전망은 흐리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보고서를 내고 내년까지 중국의 민간 소비가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UBS 역시 올해 말까지 중국 소비 지출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자상거래 매출이 늘어나고 있지만 오프라인 매출 감소를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판단이다.
맥킨지가 지난달 중순 실시한 서베이에서 중국 소비자들 가운데 40%가 지출을 꺼리고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응답자들 가운데 앞으로 소비를 지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이들은 13%에 불과했다.
이와 별도로 중국인민은행(PBOC)의 조사에서도 53%의 응답자들이 앞으로 저축을 늘리는 한편 허리띠를 조여 맬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를 늘릴 뜻을 밝힌 이들은 22%에 그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고용 한파 및 소득 감소가 중국 소비자들의 지갑을 다시 여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고용 지표에 따르면 지난 3월 실업률은 5.9%로 나타났고, 실직자 수는 2700만명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UBS를 포함한 투자은행(IB) 업계는 실제 중국의 노동 인구 가운데 실직자가 8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연초 이후 기업의 폐업과 디폴트를 감안할 때 고용 한파가 공식 데이터보다 심각하다는 계산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정부가 집계하는 지표에는 서비스 부문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관론에 설득력이 실린다.
상하이의 한 대형 쇼핑몰 관계자는 2월 비즈니스 재개 후 3월 고객 방문이 크게 늘어났지만 여전히 바이러스 확산 이전의 75%에 그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상하이 번화가에는 50% 이상의 소매 매장이 폐업했고, 건물주들은 새로운 입주자를 기다리는 실정이다.
민간 소비를 살리기 위해 중국 정부는 팔을 걷었다. 장시성과 저장성은 기업인들에게 매주 반나절씩 직원들이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주문했다.
쇼핑몰이나 음식점, 관광지에서 소비할 시간을 제공해 내수 경기 회복을 유도한다는 복안이다. 이와 함께 지역 소매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할인 쿠폰을 배포했다.
상하이는 5월5일부터 '더블 파이브'라는 이름으로 소비 페스티발을 개최할 예정이고, 이와 별도로 중국 정부는 지난달 28일부터 온라인 쇼핑 페스티벌을 진행중이다.
하지만 중장기 실효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상하이에 거주하는 40세의 기업인 우 윤 씨는 WSJ과 인터뷰에서 "소비를 지양해야 할 때"라며 "해외 여행부터 부동산 투자까지 계획을 취소했다"고 전했다.
직장인 린 저우 씨는 "소득이 절반으로 줄면서 소비 패턴이 크게 달라졌다"며 "팬데믹 이전에는명품백을 구입하는 데 돈을 썼지만 바이러스에 대한 보호막을 제공하지 못하는 지출은 중단했다"고 말했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