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정부의 완화 조치 보다 장기간 대비책 마련할 것"
사무직 유연근무...생산직은 탄력 근무 통해 물량 조절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정부가 그동안 시행해온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를 오는 6일부터 '생활방역'으로 전환하기로 하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이 관련 지침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등 대기업은 재택근무 뒤 시행해온 유연근무제를 확대하는가 하면, 사실상 생활 속 방역을 지속한 만큼 코로나19에 대한 경계 수위를 유지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자동차 양재동 본사.[사진=뉴스핌DB] |
◆ 현대·기아차 유연근무제 지속 중...재계 "고강도 대비책 마련할 듯"
5일 재계와 현대차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지난 2월말부터 3월20일까지 한시적 재택근무를 시행한 현대차그룹은 사회적 거리두기 일환으로 유연근무제 확대해 시행 중이다.
유연근무제는 출근시간을 오전 8~10시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로 범위를 넓히면서 하루 5시간 이상, 주 40시간 이상만 근무하면 되도록 했다.
필수근무시간(오전 10시∼오후 4시)을 없앴고 단체 회식과 모여서 하는 회의도 자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속하는 것과 동시에 업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6일 시행을 앞둔 정부의 생활방역 전환에 대해 아직 검토하지 않았다. 유연근무제와 함께 서울 양재동 본사와 각 공장 등 방역 활동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의 생활방역 전환에 따라 방역 지침 등이 향후 기업마다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각 기업마다, 업종마다 산업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각사가 적합한 방법을 찾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해외 사업장을 둔 4대그룹은 국내 상황 외에도 전 세계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만큼, 정부의 완화 조치 보다 장기간에 걸친 고강도 코로나19 대비책을 마련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2월말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삼성전자를 비롯한 현대차그룹, SK그룹 등 18만 회원사에 ▲재택근무 ▲출퇴근 시차제 ▲원격회의 등을 권고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3일 "6일부터 그동안 문을 닫았던 시설들의 운영을 단계적으로 재개하고 모임과 행사도 방역지침 준수를 전제로 원칙적으로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한화그룹도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유연근무제를 지속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정부 방침대로 아프면 무조건 쉬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그룹은 지난달 30일까지 유연근무제를 마치고 4일부터 정상근무로 전환했다.
◆ 해외 코로나19 기승..."車 수출 정상화 시점 예측 어려워"
현대·기아차 본사와 계열사의 유연근무제 뿐만 아니라 공장에서도 탄력적인 생산이 이뤄지고 있다. 자동차 수출이 2009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감소폭으로 주저앉았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달 자동차 수출액은 23억91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6.3% 감소했다. 세계 금융위기였던 2009년 6월(-38.1%) 이후 10년10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을 보인 것이다.
수출 물량 감소로 현대·기아차는 공장별로 지난달 30일 석가탄신일부터 8일까지 임시 휴업 중이다. 현대차 울산 4공장 포터 생산라인은 지난달 27일부터 휴업에 들어갔고, 아반떼 등 수출 차종을 생산하는 울산 3공장은 8일까지 쉰다.
기아차도 광명 소하리 1·2공장과 광주 공장이 8일까지 휴업하는 가운데, 이와 별도로 소하리 공장은 오는 22~25일에도 휴업할 예정이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의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출 물량 줄이기 위한 조치다.
소하리 1·2공장은 프라이드·스토닉·스팅어를, 광주 2공장은 쏘울·스포티지를 각각 생산하는 곳으로, 수출 비중이 높다. 해외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사그라지지 않는 탓에 수출 정상화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해외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국내 공장의 수출 정상화 시점을 논하기 이르다"며 "수출 감소가 2분기에 끝날지, 이후로도 이어질지 예측할 수 없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현대·기아차 해외 공장을 포함한 전 세계 자동차 공장 300곳 중 71%인 213곳이 가동을 중단했다. 주요국이 봉쇄령을 내렸고, 현지 차량 영업점들도 문을 닫았다. 국내 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하더라도 현재로선 수요를 찾기 어렵다.
앞서 지난달 23일 현대차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김상현 재경본부장(전무)은 "2분기부터 수요 감소로 수출 물량 조절이 불가피하며 내수 시장 중심으로 운영을 해 나가려고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튿날 기아차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정성국 IR담당 상무도 "4월 수출물량 이미 조정돼 있고, 5월에도 휴무를 조정을 해서 재고관리에 문제가 없도록 할 것"이라며 당분간 수출 감소에 따른 생산과 물량 관리에 나서기로 했다.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