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관계자 "검찰 스스로 권한 남용 방지 자구책 무시한 것"
위기상황에 도주 우려 없는 총수 구속...경제에도 부정적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검찰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불법 경영승계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 3명 대해 4일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재계에선 "해도 너무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이틀 전 이재용 부회장 측이 검찰에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한 상황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스스로 권한 남용 방지를 위해 내놓은 자구책을 무시한 처사라는 것이다.
더욱이 코로나19와 미중 갈등으로 경제 위기 상황을 맞이한 가운데 도주 우려가 없는 기업 총수를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뉴스핌DB] |
수사심의위는 수사의 중립성 확보와 권한 남용 방지를 위해 지난 2018년 검찰 자체 개혁방안의 하나로 도입된 제도다. 사회 전문가들로 이뤄진 위원들이 수사 계속 여부나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을 심의한다.
검찰은 지난 1년8개월 동안 이 부회장과 과거 삼성 수뇌부였던 삼성물산 등 계열사 전·현직 고위 임원들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다. '삼성 2인자'로 불리던 최지성 전 삼성전자 부회장(미래전략실장),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사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사장), 최치훈 삼성물산 의장 등이 대상이다.
또한 합병 의혹 수사의 발단이 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서도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 등을 여러 차례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수사하며 50여 차례 압수수색, 110여 명을 430여 회 소환하는 등 강도 높게 수사를 진행해 왔다. 이 부회장도 앞서 두 차례에 걸쳐 검찰 조사를 받았으나 모두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검찰이 뚜렷한 증거를 잡지 못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삼성도 검찰의 수사가 맞는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기소 여부 결정을 검찰 이외 외부 전문가들에게 판단 받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런 가운데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심의위 목적에 맞지 않다는 지적을 받는다. 심의위 설립 목적에는 '검찰수사의 절차 및 결과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설치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볼 때, 결국 검찰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를 했다는 평가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검찰이 자존심이 상해 무리하게 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보인다"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하자마자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면 이런 제도가 있을 이유가 있냐. 해도 너무한다"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최근 국가적인 위기 상황을 맞아 기업들이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노력하는 가운데 도주 우려가 없는 기업 총수에게 굳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이유를 모르겠다"며 "경제 위기 타개에도 부정적"이라고 전했다.
이날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도 입장문을 내고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강한 유감의 뜻을 표했다.
변호인단은 "서울중앙지검 시민위원회의 안건 부의 여부 심의절차가 개시된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전문가의 검토와 국민의 시각에서 객관적 판단을 받아 보고자 소망하는 정당한 권리를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재용 부회장 등은 검찰이 구성하고 있는 범죄혐의를 도저히 수긍할 수 없어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 심의신청을 접수했던 것"이라며 "위원들의 충분한 검토와 그 결정에 따라 처분했더라면 국민들도 검찰의 결정을 더 신뢰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sj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