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배우 한지은이 '꼰대인턴'을 통해 지상파 주연으로 합격점을 받았다. 데뷔 14년 만에 안방까지 진출한 그의 뚝심이 인정받은 셈이다.
다음달 1일 종영을 앞둔 MBC 수목드라마 '꼰대인턴'의 한지은과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지은은 극중 이태리 역을 맡아 아주 솔직하고 유쾌한 매력을 터뜨렸다. 그러면서도 치열한 청춘을 살고 있는 젊은이들을 대변하는데 성공했다.
"23일에 촬영 끝나고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있는데, 아직 안끝나서 그런지 실감이 났다 안났다 해요. 마지막 날에 촬영장 가기가 싫더라고요. 진짜 끝날 거 같단 생각이 들어서요. 정이 많이 들고 즐겁게 촬영했던 현장이어서 이렇게 배려많고 웃음이 끊이지 않는 촬영장 또 만날 수 있을까 싶어요. 헤어지기가 정말 아쉽죠. 그래도 드라마 재밌게 봐주신 분들이 많아서 기쁜 마음으로 잘 보내주려고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사진=HB엔터테인먼트] 2020.06.29 jyyang@newspim.com |
한지은이 연기한 이태리는 굉장히 자유롭고 유쾌하면서도 할 건 하는 친구다. 꾸밈이 없는 성격 덕분에 극중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참신한 발상으로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때때로는 우스꽝스러운 곱슬머리 가발을 쓰기도 하고, 망가지는 장면도 많았다.
"저는 태리가 굉장히 자유로운 발상을 할 줄 아는 친구고 직선적이고 꾸밈이 없는 친구 같았어요. 어떻게 하면 최대한 날것 같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을 했죠. 현장에서 최대한 좀 실제 태리처럼 있으려고 노력했고, 태리라면 어떻게 할까? 늘 고민했어요. 기술적인 것보다 현장감을 많이 활용해서 연기하는 시도를 해봤죠. 태리한테 저의 밝고 활달한 면이 녹아든 것도 있어요. 처음에 감독님이 제가 태리같아서 캐스팅하셨다고 하시더라고요. 물론 촬영을 하다보면 체력도 바닥나고 쉬고 싶을 때도 있긴 있었죠. 그래도 현장에선 최대한 텐션을 유지하려고 노력했어요."
한지은은 태리의 성격이나 비주얼의 특징을 표현하면서, 주변에서 놀림도 받았지만 '진짜 너 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도 했다. 망가지는 신은 물론이고 바다에 빠지는 신 등 몸이 힘든 순간도 많았다. 그럼에도 뜨거운 시청자들의 반응이 있어서 힘이 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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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어디까지 내려놔야 하나 고민이 됐어요. 근데 태리라면 하는 건 또 확실하게 할 것 같더라고요. 여기서 미워보이지 않을까? 하는 순간 태리랑은 다른 사람이 돼버려요. 이왕 하는 거 확실하게 하자, 완전 다 내려놨죠. 평소에 장난기도 많고 잘 망가지는 편이어서 주변 친구들은 '그냥 너 같다'는 얘기도 많이 해줬지만 시청자들이 어떻게 봐주실 지는 확신이 없었어요. 다행히 다들 좋아해주셨죠. '태리태리 이태리'하는 저의 별명도 다들 그렇게 불러주실 줄 몰랐어요. 대본에 있었던 건 아니고 애드립으로 시작한 거였거든요."
마지막회를 앞두고, 극중 태리는 정규직 전환 최종 합격을 두고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취업난과 맞물려 젊은이들에게 무한 공감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한지은 역시도 이 상황에 깊게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무려 10년이 넘는 긴 무명시절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 간절한 마음에 100% 공감할 수 있었죠. 그래서 정규직 전환 심사, PPT 발표할 때 완전히 모든 걸 쏟아부었어요. 태리가 워낙 그동안 독특하고 밝고 당찬 사람이었지만 상대적으로 간절하거나 열심히 하는 게 부각이 안됐거든요. 그 신에서만큼은 좀 더 진중하게 간절함을 많이 보여주고 싶었어요."
극중 또 하나의 재미 포인트는 이만식 역의 김응수가 이태리의 친아빠라는 설정이 뒤늦게 밝혀진 점이었다. 한지은은 "부녀지간이라는 건 초반부터 알고 있었다"면서도 그걸 어느정도로 드러내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적당히 안들키게 감추면서도, 나중에 진실이 드러났을 때 '아 그래서 그랬구나'하고 납득하게끔 하는 게 그의 숙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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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고민이 많았고 작가님, 감독님과 얘길 많이 나누기도 했어요. 어디까지 태리와 만식의 관계가 나와야 할 것인가. 하하. 작가님이 생각보다 많이 숨겨주셔서 초반에 두 사람만 붙는 신은 많이 없었어요. 다같이 만식에게 뭐라고 할 때 일부러 더 심하게 한다든지, 이런 부분을 살렸죠. 응수 선배님이 현실 아빠같기도 했어요. 장난도 많이 쳐주시고 얘기도 걸어주시고 분위기도 편하게 유도를 많이 해주셨죠. 실제 저희 아빠랑 닮은 면도 많으세요. 나중에 태리가 살갑게 애교도 부리고 하는데 아빠 생각이 많이 났어요. 아빠 맘도 더 잘 알려고 노력하고 잘 해드려야겠다 하고 반성했죠."
'꼰대인턴'에서 이만식이 '꼰대의 틀'을 깬 것처럼, 이 드라마는 꼰대라는 말이 주는 뉘앙스도 조금은 바꾸는데 일조했다. 한지은 역시 동의하며 나름대로 '꼰대'가 무엇인지를 정의했다. 누군가는 '꼰대'가 되기에 충분한 시간을 거쳐왔지만 한지은은 아직 보여줄 게 많은 배우다. 보여주지 않은 면이 여전히 무궁무진하다는 게 앞으로의 가장 큰 장점이 될 듯 하다.
"꼰대는 자신의 경험과 생각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마인드 자체가 아닐까요. 예전엔 '꼰대'가 그냥 안좋은 의미라고 생각했는데 꼰대 중에도 좋은 꼰대와 나쁜 꼰대가 있을 수 있겠구나 느꼈죠. 자신만의 마인드를 끝까지 가져가는 사람이 나쁜 꼰대 같아요. 되돌아볼 줄 알고 반성할 줄 아는 사람은 좋은 꼰대일 수도 있죠. 가만 보면 꼰대라는 건 누구나 조금씩은 갖고 있는 성향이거든요. 저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조금씩은 매해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좋아요. 잘 버텨왔구나 싶고요. 지금까지 연기하면서 로맨스적인 관계를 그려본 적이 없는데, 로코(로맨틱 코미디)를 꼭 해보고 싶어요. 액션도 좋고요. 해본적이 없는 다른 느낌의 배역이라면 뭐든 좋아요."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