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폭격기 B-52 운용능력 강화 목적
美 공군 전력 배치 예측 어렵게 하기 위한 목적도
전문가 "중국에 대한 작전 복원력 보여주려는 것"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최근 태평양의 미국령 웨이크 섬에서 대규모 활주로 확장 공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는 미국이 중국과 북한에 대한 전략적 유연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7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미국의 민간 위성분석업체인 플래닛 랩스가 지난달 30일 촬영한 위성사진을 인용해 "웨이크섬에서 올해 초부터 2.98km에 이르는 대규모 활주로 공사가 진행돼 현재 개보수를 마친 상태"라며 "화물을 싣고 비행기 방향을 틀기 위한 구역이 추가됐다"고 전했다.
미국 전략폭격기 B-52 [사진=로이터 뉴스핌] |
웨이크 섬은 미국 하와이에서 서쪽으로 약 3700km, 괌으로부터 동쪽으로 약 2430km, 일본 도쿄 남서쪽으로 약 3204km 떨어진 해안선 길이 19km에 불과한 환초(산호초)섬이다.
미국이 실효지배 중인 군사통제구역으로 세상에서 가장 고립된 섬으로 평가되며, 한국전쟁 당시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과 더글라스 맥아더 유엔군사령관이 비밀회담을 진행한 곳이기도 하다.
미국은 지난 2017년부터 국방수권법을 통해 웨이크섬 지원시설 확충예산을 1117만 달러 배정한 바 있다. 또 '웨이크섬 단계적 도입'이라는 항목에 최근 7년간 약 2억 달러를 사용했다.
이와 관련해 월러스 그렉슨 전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VOA와 인터뷰에서 "중국과 북한 등 역내 적성국들이 실전 상황에서 괌과 하와이 주요 공군기지를 타격하는 것에 대비한 위험 분산 셈법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시 말해 주요 미 공군전력의 배치를 상정하기 어렵게 만들면서, 적성국의 타격 셈법을 복잡하게 만들기 위한 의도"라며 "공격 측면에서도 B-52 전략폭격기 본토 재배치를 시작으로 최근 미 공군이 새로 공표한 역동적 병력 전개의 일환"이라고 부연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웨이크 섬을 포함해 마셜제도 등 최근 태평양 환초 섬들의 활주로 확장 공사는 B-52 전략폭격기 비행에 요구되는 긴 활주 특성과 연계돼 있다"며 "2차 세계대전 당시 구식 폭격기들은 1.5km로 충분했지만 완전무장한 B-52 등 현대 전략폭격기는 2.98km 이상의 활주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때문에 항공모함에서는 전개가 불가능하다"며 "과거에는 괌이나 알래스카 기지에서 출격하는 방식을 채택했지만 최근 미 본토에서 전략자산을 전개하는 전략 변화에 따라 2.98km 이상의 활주로를 보유한 중간 기착점들을 다수 확보할 필요가 생겼다"고 말했다.
또 "이 같은 중간 기착지 활용에 따라 북한과 중국이 어느 시점에 미국이 공격할지를 판단하기 어렵게 만드는 선제적 기습 각인 효과도 있다"고 밝혔다.
해양전략 전문가인 제임스 홈즈 미 해군참모대학 교수는 "미군은 향후 운용할 수 있는 활주로 선택지를 다양화하고 개선함으로써 중국에 대해 작전 복원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명백히 하기 위해 역내 임시 활주로 확충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