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단지 매도호가 상승..."조건 까다로워져 매물 품귀 극심해"
'똘똘한 한 채' 선호 영향도 반영
[서울=뉴스핌] 김지유 기자 = "직접 들어가 살 수 있는 매물만 거래가 가능하다 보니 나올 집이 없어요. 집주인들도 매물이 부족한데 굳이 아파트값을 내릴 필요가 없죠. 이전보다 조용해졌지만 그래도 알짜배기 집들이라 매수 문의가 끊기진 않았어요." (송파구 잠실동 A공인중개사)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지 한 달된 서울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 대치·삼성·청담동 일대 아파트값이 내릴 줄 모르는 양상이다. 이전보다 매수세는 주춤하지만 인기 단지는 꾸준하게 매도호가가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일대 개발호재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한 데다 까다로운 규제로 거래가 가능한 매물도 줄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24일 주택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됐지만 서울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대치·삼성·청담동 일대 아파트값이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20일) 기준 강남구와 송파구 집값은 전주대비 0.06%씩 올랐다.
◆ 토지거래허가제에도 인기 단지 매도호가 상승..."매물 품귀 극심해"
인기 단지들의 일부 매물들은 매도호가가 이전 실거래가 대비 2000만~1억원 상승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대책 직후에는 시세가 2000만~5000만원 내렸지만 이후 거래가 이어지면서 매도호가가 뛴 것이다. 토지거래허가제 시행 이후에도 아파트값 상승 기대감이 여전한 분위기다.
잠실동에는 '잠실 마이스(MICE) 개발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계속되고 있다. 엘리트(잠실엘스·리센츠·트리지움)와 잠실5단지 등 인기 단지들의 매도호가도 내릴 줄 모르는 양상이다.
일대 부동산들에 따르면 잠실엘스 전용면적 84㎡는 현재 대부분 매물이 21억~23억원대에 매도호가가 형성돼 있다. 토지거래허가제 시행 직전 실거래가 대비 매도호가가 5000만~2억원 넘게 뛴 것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 단지 같은 면적은 지난 6·17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토지거래허가제 시행 직전인 22일까지 19억3600만~22억5000만원에 손바뀜됐다.
리센츠 전용 84㎡는 현재 22억~23억원에 매매 거래가 가능하다. 토지거래허가제 시행 직전에는 대부분 19억8000만~22억원에 거래됐고 23억원 거래는 1건에 불과했다.
인기 재건축 단지도 매도호가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는 대부분 22억5000만~24억2000만원에 매도호가가 형성돼 있다. 토지거래허가제 시행 직전 실거래가인 20억6300만~21억3300만원 대비 최대 3억원 넘게 뛴 셈이다.
잠실동 A공인중개업소 사장은 "직접 실거주할 매물만 거래가 가능해지면서 인기 단지들에서 살 수 있는 매물들이 더 줄었다"며 "가뜩이나 매물이 부족했는데 더 심해지면서 강력한 규제에도 매도자 우위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 다주택자 종부세 강화로 '똘똘한 한 채' 기대감 커져
잠실동과 함께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대치동도 아파트값이 꾸준하게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대치동 주변에는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등 대규모 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래미안대치팰리스 1단지 전용 84㎡는 현재 매도호가가 30억~33원으로 뛰었다. 토지거래허가제 시행 직전 이 단지 같은 면적은 28억5000만~30억원에 매매 거래됐다.
재건축 단지인 은마아파트 전용 76㎡는 현재 20억~22억원 매물만 거래가 가능하다. 이 단지 같은 면적은 규제 직전 18억~19억원에 손바뀜됐지만 오히려 지금 매물이 줄면서 매도호가가 더 뛰었다.
대치동 B공인중개업소 사장은 "수도권 아파트값이 내릴 줄 모르는데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됐다고 해서 집주인들이 갑자기 아파트값을 내리겠느냐"며 "분위기가 식은 것은 맞지만 일부 현금부자들의 매수 문의가 조금씩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6·17부동산대책) 발표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된 서울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 일대는 내년 6월 22일까지 갭 투자가 금지된다. 이곳에서 아파트를 매수하려면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지역들은 매맷값 15억원이 넘는 초고가주택이 밀집해 있다. 시가 15억원이 넘는 집은 매수 시 주택담보대출이 불가능하다. 이에 전세를 끼고 집을 매수하는 '갭 투자'가 편법으로 성행했다.
하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실거주자만 매수가 가능해 갭 투자가 막힌다. 매수 잔금을 치르는 즉시 2년 이상 직접 거주해야 한다.
강력 규제에도 불구하고 아파트값은 앞으로도 쉽게 내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팽배하다. 다주택자를 겨냥한 종합부동산세법(종부세) 개정이 빨라지는 데다 증여로 우회해도 세 부담이 늘면서 서울 인기지역 아파트를 선호하는 '똘똘한 한 채' 바람이 불거질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다주택자들에 대한 세율 인상이 구체화되면서 자산가격 상승보다 세 부담이 크다고 판단해 주택을 매도하다면 보유하고 있는 주택 중 가장 입지가 나쁜 곳부터 내놓을 것"이라며 "인기 주택시장에 있는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kimji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