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의회 선거구 획정 및 의석수 재배분을 위한 인구 계산에서 불법 체류자를 제외한다는 내용의 각서에 서명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각서에서 "지난 2세기 동안의 의석수 배분 방식보다 헌법을 더욱 잘 반영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에 대한 존중과 민주적 절차의 완전성 보호를 위해 불법 체류자를 제외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로이터 뉴스핌] |
기존대로 불법 체류자가 인구 계산에 포함되면 할당되는 의석수가 늘어날 수 있다는 문제가 지적되긴 하지만, 백인이 아닌 인구를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의회에서 배제해 공화당에 더욱 유리하게 만들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이에 민주당과 시민권 활동가들은 위헌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브라이언 샤츠 상원의원은 "이 각서는 인구조사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을 겁주고 의석 수 재배분에 영향을 미치려는 불법적이고 위헌적 시도"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소속 캐롤린 말로니 미 하원 감시 및 개혁 위원회 의장은 내주 인구 조사에 대한 긴급 청문회를 열고 트럼프 대통령의 각서에 대응할 추가 방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인구조사가 한창인 지금 이러한 각서에 서명한 것은 불법 체류자의 참여를 저하시킴으로써 우리 국가의 기반인 민주적 절차를 훼손하려는 사악한 의도"라고 맹비난했다.
미국시민자유연합 소속 법률가인 데일 호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자 사회를 공격하기 위해 인구조사를 무기화하고 있다"며 "이 문제를 법정으로 가지고 갈 것이며, 그 곳에서 헌법을 위반한다는 판결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018년 인구 조사 항목에 시민권 보유 여부를 묻는 질문을 포함시킨 바 있는데, 18개 주 정부가 이에 이의를 제기하는 소송을 냈고 지난해 연방 대법원이 불허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미국 헌법은 각 주의 전체 인구를 기준으로 하원 선거구를 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법원은 헌법이 명시한 전체 인구가 시민권 지위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을 의미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또한 이들 주 정부는 해당 질문이 포함되면 시민권이 없는 이민자가 인구 조사에 참여하지 않으려 해 오히려 정확한 인구 조사에 방해가 된다고 주장했다.
뉴욕대 법학대학 브레넌정의센터의 선임자문인 토머스 울프는 "명백한 위헌"이라며 "미국 수정헌법 제14조 2항에서 명시한 사람은 인종, 민족, 시민권 여부와 관계없이 말 그대로 사람을 뜻하며 인구 조사에는 이 모든 사람이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각서는 나쁜 의도의 이데올로기 혹은 사익을 국가보다 우선하려는 트럼프 정부의 또 다른 행동"이라고 신랄하게 비난했다.
미국에서는 헌법과 연방법에 따라 10년마다 인구조사가 실시되고, 그 결과는 50개 주의 연방 하원 의석수 배분 및 선거구 획정에 반영된다. 또한 의료보험 혜택, 법 집행, 공립학교 건립, 고속도로 개보수 등 연방 차원의 공공 서비스를 위한 예산 분배에도 적용된다.
g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