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국 휴스턴 中영사관 폐쇄 맞대응으로 청두 美영사관 폐쇄
외교부 "미중갈등·일본 수출규제 등 대외환경 변화 대응방안 마련"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미국이 텍사스주 휴스턴 주재 중국 영사관 폐쇄를 요구한 데 이어 중국이 24일 쓰촨(四川)성 청두(成都) 주재 미국 영사관 폐쇄를 지시하는 등 미·중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격화되는 G2 간 충돌 속에서 양국 모두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 정부는 오는 28일 범관계부처 대책회의를 열고 미중갈등 속 대응전략을 모색한다.
외교부에 따르면 강경화 장관은 오는 28일 외교부청사에서 제3차 외교전략조정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에는 외교부와 국방부, 기획재정부, 통일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10여 개 부처 당국자들과 학계 인사 등 50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제7차 외교전략조정 통합분과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05.28 yooksa@newspim.com |
외교전략조정회의는 미중 갈등과 일본의 경제보복 등 국제정세의 변화 속에서 능동적인 대외전략을 마련하고 정부와 민간의 유기적인 대응을 지원해나가기 위해 지난해 7월 출범했다. 같은 달 5일 열린 제1차 외교전략조정회의에는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방부 등 관계부처 실국장급 인사 및 국립외교원과 학계·경제계 전문가 등 민간 인사들이 참석했다.
외교전략조정회의 운영목적과 관련, 외교부는 "국익 중심의 국민체감형 외교 기조 하에 우리가 당면한 주요 국제 정세와 현안에 대하여 효율적이고 유기적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도록 외교전략조정회의를 운영해 나갈 것"이라며 "특히 외교전략조정회의를 통해 우리의 1·2위 교역 상대국인 미·중 간 무역 갈등,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 등 최근 급변하는 대외 환경 및 도전과 관련해 우리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고, 국익을 수호해 나갈 수 있는 대응방안을 마련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 외교부 관계자는 미중갈등 격화와 관련한 정부의 대응전략에 대해 "미중 양국의 총영사관 폐쇄 지시 등은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지만 당장 한국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고 본다"며 "그러나 양국 간 갈등이 계속 악화되면 한국에 미치는 영향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관련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범부처 차원의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도 전날 한국 정부의 대응방침을 묻는 질문에 "개별 사안에 대해서는 당연히 저희가 상황과 동향을 주시하면서 우리의 국익에 맞게 매 사안별로 관계부처하고 협의해서 결정해 나가고 있다"고 답했다.
김 대변인은 "(28일 외교전략조정회의에서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상황 아래 국제 정세와 우리 외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청두 주재 미국 영사관 폐쇄 관련 성명을 통해 "중국이 취한 조치는 미국의 정당하지 못한 행동에 대한 정당하고, 필요한 대응"이라며 "이는 국제법, 국제관계의 기본규범과 관례적인 외교 관행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미 관계의 현 상황은 중국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며, 이 모든 책임은 미국에 있다. 우리는 미국이 잘못된 결정을 즉각 철회하고 양국 관계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만들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청두 미국 영사관 폐쇄 조치는 미국이 지난 22일(현지시각)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폐쇄를 지시한 데 대한 맞대응 차원이라는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3일(현지시각) 중국과의 신냉전을 거론하며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이) 첩보와 지식재산권 절도의 중심지(hub·허브)"였다고 발언했다. 미국의 각종 연구 등 지적재산권과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G2 간 신냉전'으로 불리는 미중갈등이 무역전쟁을 넘어 미국의 중국 화웨이 제품 배제 압박, 미국의 반(反)중 경제블록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 구상,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등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제든지 추가 중국 영사관 폐쇄가 가능하다"고 발언한 것을 토대로 무역전쟁으로 촉발된 미중갈등이 '영사관 전쟁(The Consulate War)'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구소련 붕괴 이후 미국 중심의 단일체제에 도전하는 중국의 부상이 이제 시작된 만큼 양국 간 신냉전은 미·소 간 구냉전보다도 긴 장기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문재인 정부가 과연 한국의 1·2위 교역 상대국인 미중갈등이 심화되는 등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 속에서 오는 28일 외교전략조정회의를 통해 한국의 국익을 지키기 위해 어떤 대응방안과 전략을 도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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