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업무 수행 불가능 상태"…뉴질랜드 송환은 불투명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동성 간 성추행 혐의로 한국과 뉴질랜드 간 외교적 문제로 비화되고 있는 고위외교관 A씨에 대해 외교부가 귀국조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3일 확인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뉴질랜드 언론을 통해 A씨의 얼굴과 신원이 공개된 상태라 더 이상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태"라며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조기 귀임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뉴질랜드 방송 '뉴스허브'가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한국 외교관 A씨에 대해 보도하고 있다. [사진=뉴스허브 방송화면 캡처] |
이 관계자는 언제 귀국 예정이냐는 질문에 "아직 귀국 날짜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며 "이후 한국에서 추가 진상조사를 벌일지, 뉴질랜드 정부가 요구하는 송환절차에 응할지 등도 미정인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조만간 A씨 귀국 조치와 관련된 외교부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외교부가 한 아시아 국가의 고위급 외교관으로 근무중인 A씨의 귀국조치를 검토하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뉴질랜드 저신다 아던 총리와 전화통화를 갖고 "사실관계를 파악 후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지 6일 만이다.
그러나 A씨가 자신의 성추행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어 귀국하더라도 외교부가 자체 진상조사를 통해 사실여부를 확인하거나 뉴질랜드 송환절차를 진행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를 전망이다.
A씨는 2018년 초 성추행 혐의와 관련된 외교부의 자체조사를 통한 1개월 감봉(경징계) 조치에 불복해 소청심사를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자신의 성추행 혐의에 대해 당시 뉴질랜드대사관에 제출한 내부 문서를 통해 "성추행 의도가 전혀 없었다", "한두 번 정도 배 부위를 두드린 적은 있지만 농담을 하는 상황에서 그랬을 뿐이다", "두 손으로 가슴을 툭툭쳤던 것은 기억한다(움켜쥔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현재 뉴질랜드는 A씨의 외교관 면책특권을 박탈하고 송환해 현지에서 수사 및 처벌을 받게 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한국 외교부는 A씨를 상대로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 송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날 뉴질랜드 외교부 대변인은 언론의 관련질의에 "지난해 9월 한국 대사관에서 경찰의 증거 조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한국 정부에 외교관 면책 특권 포기를 요청했으나 거부했다"며 "이는 실망스러운 결정"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윈스턴 피터스 부총리도 지난 1일 뉴질랜드 스리텔레비전 프로그램 뉴스허브(newshub)에 출연해 "우리는 줄곧 외교부 최고위급에서 이 문제를 제기해오고 있다"며 "혐의를 받는 범죄는 한국에서 일어난 범죄가 아니라 뉴질랜드에서 일어난 범죄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제 공은 한국 정부로 넘어갔다"며 "한국 정부는 그에게 외교관 면책특권을 포기하게 하고 뉴질랜드로 그를 돌려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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