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수석재판연구관 시절 행정처 문건 관련 증언
"대법원장이 관심 가지는 것, 문제된다고 생각 안 해"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는 유해용(54·사법연수원 19기)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현 변호사)이 관련 재판에서 "옛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행정소송 상고심 사건은 중요한 문제로 전원합의체 회부 선정 과정에 잘못이 없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는 24일 오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61·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속행 공판에서 유 변호사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유해용 전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 kilroy023@newspim.com |
유 변호사는 통진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제기한 지위확인 소송이 대법원에 접수될 무렵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으로 재직했다. 아울러 그는 양승태(72·2기) 전 대법원장과 3명의 대법관이 전원합의체 회부 안건을 검토하는 '전합 소위원회' 간사를 맡기도 했다.
검찰에 따르면 임 전 차장 등 당시 '양승태 사법부'는 2016년 5월 헌재의 위헌정당 해산 결정에 따른 소속 국회의원직 상실 여부에 대한 판단권한이 사법부에 귀속된다는 점을 선언해야 한다는 전제 하에 행정처 의견을 대법 재판연구관을 통해 반영하도록 지시했다.
위 지시에 따라 행정처에서 작성된 '통진당 사건 전합 회부에 관한 의견(대외비)' 문건에는 전합 회부의 긍정적·부정적 요소 검토와 함께 '소부 판결로도 충분하나, 전합 회부 사실 자체에 대한 보안 유지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검찰은 임 전 차장 등이 헌재와의 관계에서 사법부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특정 사건의 상고심 절차 진행 검토를 지시하고 해당 재판에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유 변호사는 이와 관련해 "그 사건은 워낙 특수한 사건이고 파급효과가 커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가 관심사였다"며 "대법원장이 관심을 가지는 것이 문제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헌재에서 위헌정당 해산을 결정한 자체가 이례적이고 그에 따라 국회의원들의 신분이 상실되는지, 판단 권한이 어떤 기관에 있는지는 당연히 우리 헌법상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대법원에서 중요하게 취급하지 않고 전합 회부를 고려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 변호사는 '해당 문건을 양 전 대법원장에게 보고한 사실이 있냐'는 검찰 질문에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마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 임 전 차장 측 변호인이 '상고심 사건은 전합 심리가 원칙이고 예외적으로 소부에서 선고하는 것 아닌가'라고 묻자 "특정사건 중간보고·최종보고가 대법원장에게 보고되는 것이 이상하다는 것은 법이나 이치에 맞지 않다"고 대답했다.
유 변호사는 다만 '통진당 상고심 사건은 대법원장이나 행정처 차장, 처장 관심사건이니 잘 챙겨보라'는 취지의 내용을 들은 사실은 없다고 진술했다.
그는 문건에 대해서도 "메일이 저에게 전달되기 전 이미 총괄재판연구관이 전합소위 후보 안건으로 하겠다고 했고 실제 그렇게 진행됐다"며 "해당 메일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했다.
유 변호사는 이날 증인신문이 끝난 뒤 발언 기회를 얻어 "대법원에서 연구관들의 보고 업무는 재판의 본질적인 영역이라 속할 수 있는데 이런 내용까지 수사 대상이 되고 많은 연구관들이 검찰 조사까지 겪어 가슴 아프고 통탄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진통이 밑거름이 돼 국민 신뢰 위에 굳건히 서가는 사법부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한편 유 변호사는 법관 퇴직 후 대법원 내부 문건을 무단 유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으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 항소에 따른 유 변호사의 항소심 재판은 내달 15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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