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소송 맡았던 노정희 대법관, 임종헌 재판 증인석에
"이규진 전화만 한 번, 사건 이야기 적절치 않아 대화 종료"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옛 통합진보당(통진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지위확인 소송을 맡았던 노정희(57·사법연수원 19기) 대법관이 '사법농단' 재판에서 법원행정처 측 문건을 받은 적이 없다며 재판개입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노 대법관은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임종헌(61·16기) 전 차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은 취지로 증언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노정희 대법관. 2018.07.24 kilroy023@newspim.com |
현직 대법관이 사법농단 재판 증인석에 서는 것은 이동원(57·17기) 대법관에 이어 노 대법관이 두 번째다. 이 대법관은 앞서 지난 11일 열린 임 전 차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통진당 소송과 관련된 문건을 받았다고 진술한 바 있다.
노 대법관은 지난 2016년 광주고등법원 전주제1행정부 재판장으로 근무하면서 통진당 소속 비례대표 지방의회의원들이 전라북도를 상대로 낸 의원직 지위확인 소송 항소심 사건을 맡았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임 전 차장을 비롯한 '양승태 사법부'는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위헌정당 해산 결정 이후 헌재와의 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통진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제기한 지위확인 소송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사법부 수뇌부가 당시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이었던 이민걸(59·17기) 부장판사,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었던 이규진(58·18기) 전 부장판사 등을 통해 일선 재판부에 행정처가 수립한 판단방법을 기재한 문건을 전달했다고 보고 있다.
노 대법관은 그러나 이날 행정처의 의견을 담은 문건을 받은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다만 통진당 사건과 관련해 판결 선고 전인 2016년 3월 경 이규진 전 상임위원으로부터 한 차례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일상적인 안부 인사를 해서 가볍게 대화를 하다가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으로 있으면서 회원들과 통진당 사건에 관해 공부를 한 적이 있다고 운을 뗐다"며 "저로서는 사건에 관해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당시 통화에 대해 회상했다.
이어 "이 상임위원이 얘기한 국회의원 사건과 (제가 맡은) 지방의회 사건은 쟁점이 다르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대화가 마무리됐다"고 덧붙였다.
노 대법관은 '당시 재판부의 주도적인 요청이 없는 상황에서 재판에 관한 전화를 받은 것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검찰에서 진술했는데 사실인가'라는 검찰 질문에 "당시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다가 그 쪽에서 먼저 사건 관련 이야기를 하는 것이 기분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또 임 전 차장 측 변호인이 '문건을 전달받은 사실이 없으니 검토한 사실도 없는 것 아닌가' 라고 묻자 "그렇다"며 "이 전 상임위원과의 통화 내용도 재판 결론에 영향을 끼칠 만한 내용 자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노 대법관은 마지막으로 사실관계를 묻는 재판부를 향해서도 "여러 기억을 되살려봐도 일부러 저에게 전화해서 사건과 관련된 구체적 내용을 말하면서 문건을 보내겠다는 식으로 말하고, 제가 승낙을 했다는 사실은 없었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법원행정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방지를 위해 전국 법원에 이날부터 2주간 휴정할 것을 권고했다.
임 전 차장 사건을 맡은 재판부는 그러나 이미 지정한 증인신문 일정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고 법정에 출석하는 인원이 한정돼있는 점 등을 고려해 기존 일정대로 재판을 진행할 방침이다.
재판부는 이날 오후 4시부터 유해용(54·19기)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현 변호사)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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