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인도 정부, 암묵적으로 화웨이·ZTE 등 사용 금지 요구해"
"화웨이와 대규모 계약 현지 업체 타격.. 삼성 등엔 기회될 것"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인도 정부가 자국 통신망에서의 화웨이 등 중국 통신장비 업체의 단계적 퇴출을 추진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화웨이 등 중국 통신장비 업체의 제품을 사용하지 말라는 인도 정부의 금지령이 공식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았으나 업계 관계자나 당국자는 정부가 이미 사용 금지 의사를 분명히 밝힌 상태라고 전했다.
인도 통신업계의 고위 임원은 FT와 인터뷰에서 "정부는 이제 중국산 장비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 업체들과 함께하는 5세대(G) 이동통신망 테스트는 이미 허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암묵적 금지 대상에는 중흥통신(ZTE)도 포함됐다.
화웨이는 세계 2위 이동통신 시장인 인도에서 3대 통신장비 업체로 자리매김했다. 인도 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나렌드라 모디 행정부는 국가 안보적으로 민감한 이동통신 인프라(기반 시설)에 대한 중국의 투자에 매우 경계하고 있다고 FT에 말했다.
인도 정부가 화웨이 등 중국 통신장비 업체의 퇴출을 추진하는 것은 지난 6월 중국 측과 국경에서의 무력 충돌이 결정적 원인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접경지에서 벌어진 양측 충돌로 인도 군인 최소 20명이 사망하는 등 인도와 중국의 국경 지대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FT는 인도 내 반(反)중국 정서는 국경 분쟁 뒤 커졌다면서, 그 이후 인도 정부는 국가안보를 우려로 중국 동영상 애플리케이션(앱) 틱톡과 다른 58개의 앱을 금지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의 중국산 통신장비 사용 금지는 미국과 영국, 호주를 뒤이은 행보다. 앞서 이들 국가는 화웨이 장비가 중국 정부의 해킹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며 자국 통신망에서 중국산 장비 배제를 추진했다.
그레이하운드리서치의 산치트 버 고지아 수석 애널리스트는 정부의 퇴출 추진으로 화웨이와 대규모 계약을 맺은 인도 통신사 바티에어텔과 보다폰 인도법인 등에는 큰 타격이 예상되는 반면, 삼성전자와 노키아, 에릭슨에는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바라봤다.
한편, FT는 인도 정부는 중국 정부의 강경 대응을 유발하지 않기 위해 화웨이 등 중국 통신장비 업체의 제품에 대한 금지령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좌)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 로이터 뉴스핌] |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