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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화 작가의 인문적 상상…단군 신화부터 르네상스 회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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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최민화 작가는 서구가 주도하는 신화, 종교 관련 이미지의 개념을 완전히 뒤집었다. 서구의 근대적 역사개념에서 벗어나니 인류의 희로애락이 드러났다. 

갤러리현대는 최민화 작가의 개인전 'Once Upon a Time'을 9월 2일부터 10월 11일까지 개최한다. 이 전시는 최 작가와 갤러리현대가 함께하는 첫 개인전이다 그가 1990년대 말 처음 구상하고 20여 년간 치밀하게 준비한 동명의 연작 'Once Upon a Time'만을 모은 첫 번째 전시다. 회화 60여점, 드로잉 및 에스키스(초안) 40여 점을 선보인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최민화 작가 [사진=갤러리현대] 2020.08.28 89hklee@newspim.com

이번 전시에서는 동서양의 신화적, 종교적 도상의 형체와 인류 보편적인 흥미로운 이야기에 주목한 작품으로 관람객의 눈길을 끌 예정이다. 최 작가는 "고대를 제대로 읽고, 알고, 느끼고, 보기 위해서는 국경과 민족, 인종과 종교 등을 엄격히 구분 짓는 서구의 근대적 역사개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대의 풍요로운 상징 형식과 심오한 문화적 유산들을 당대의 회화적 언어, 나아가 우리의 일상과 긴밀하게 연결 짓는 일이 이번 연작의 목표이자 제작 의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려 후기 승려 일연이 고조선에서부터 후삼국까지의 유사(遺事)를 모아 편찬한 역사서 '삼국유사'를 'Once Upon a Time' 연작의 서사적 뼈대로 삼았다. 역사서에 담긴 고조선,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등 건국 신화와 나라를 일으킨 영웅의 탄생과 고난, 성장과 성공의 감동적인 드라마 등 인류의 희로애락에 중심을 뒀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최민화, 천제환웅 신시에 오다, 2018,캔버스에 유채,_97x130.3cm [사진=갤러리현대] 2020.08.28 89hklee@newspim.com

1층 전시장에서 관람객은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익숙하거나 낯선 신화적 인물들의 기념비적 초상을 만나게 된다. 동굴에서 마늘과 쑥을 먹으며 인간이 되길 바랐던 단군 신화의 웅녀와 호녀, 주몽과 동이, 대궁단인 등 낭만주의 초상화와 영웅처럼 손에 활을 쥔 남성미 넘치는 캐릭터들, 관음의 화신이 도와줘 성불(成佛)한 수도자 노힐부득과 달달박박, 달빛 아래 은밀하게 사랑을 속삭이는 '서동요'의 선화공주와 서동, 밤이 되도록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산마루에 올라 애타게 기다리는 '정읍사'의 여인 등이 그 주인공이다. 동서양 미술사의 다층적 문맥과 고도의 기술을 흡수한 작가의 능숙함과 거장다운 절제가 돋보이는 인물화들이다.

2층 전시장에서는 1층 전시장의 인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고대의 시공간과 그곳을 무대로 펼쳐지는 대서사의 장대한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천제 환웅이 신시에 내려온 장면과 혁거세가 알에서 태어나는 순간과 해모수 전투와 엄체수를 건너는 주몽과 그의 백성들 등이 자리한다.

지하 복도 전시장에서는 최민화가 '민중적 시각'에서 흥미를 느낀 인물들의 모습을 그린 작품을 소개한다. 물에 빠져 죽은 남편과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공무도하가'의 주인공인 백수광부와 백수광부의 처, 그들의 모습을 목격한 어부 곽리자고와 그 이야기를 듣고 노래로 지어 부른 현대적 의미의 예술가 아내 여옥, 내면의 서러움을 격렬한 춤사위로 표현하는 '동동'의 여인, 유교, 불교, 도교 세 종교를 대표하는 도상들이 연꽃잎을 무대로 삼고 한자리에 모여 이러한 민중의 애달픈 모습을 무심하 관망하는 듯한 '범망경' 등이 관람객을 맞는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20세기 연작, 20세기-1944.06, 2007, 실사출력위에 유채, 150x183cm [사진=갤러리현대] 2020.08.28 89hklee@newspim.com

지하의 안쪽 전시장에는 'Once Upon a Time' 연작이 진행된 지난 20여 년 동안의 타임라인을 확인할 수 있다. 화면 구성과 인물의 배치, 등장인물의 표정과 몸짓, 의복과 배경 처리 등을 무수한 버전으로 변주하며 도상학적 실험을 이어간 최민화의 오랜 미적 탐구의 여정을 확인할 수 있다. 다양한 질감의 종이와 캔버스, 나무판 등에 그려진 드로잉과 에스키스를 통해 만화, 퍼포먼스, 걸개그림 등으로 이어진 회화적 매체에 대한 작가의 사유와 방법론도 재확인할 수 있다.

최민화(66) 작가는 한국 현대미술사의 민중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명이다. 그는 1982년부터 본명 최철환 대신 '민중은 꽃이다'라는 의미로 '최민화(崔民花)'라는 예명을 쓰고 있다. 작가는 한국 현대사의 흐름에 내던져진 그들이 처한 부조리한 현실과 실존적 고민, 인물화나 역사화를 그려왔다.

'잘살아 보자'는 구호 아래 숨 가쁘게 진행된 근대화로 인해 주류 사회에서 소외된 '부랑자'의 모습을 강렬한 색채와 표현주의적 붓질로 담은 '부랑'(1976~1888) 연작,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는 공권력을 향한 저항과 운동의 승리냐 실패냐의 기로에 놓인 인간의 조건을 성찰한 '분홍'(1989~1999) 연작을 작업했다. 또 민주화 투쟁의 뜨거웠던 역사적 현장을 대형 걸개그림으로 기록한 '유월'(1992~1996) 연작, 50대가 된 작가가 동시대를 함께 사는 청춘들이 도시를 방황하며 배회하는 유령 같은 모습은 회색빛이 강조된 쓸쓸한 분위기의 화면에 그린 '회색청춘'(2005~2006) 연작이 이에 해당한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최민화, 호녀, 2020, 캔버스에 유채_90.9x72.7cm [사진=갤러리현대] 2020.08.28 89hklee@newspim.com

사회의 비판적 시선을 갖고 '부랑' '분홍' '유월' '회색청춘' 등을 그려온 최민화는 1980년대 중반부터 태국과 인도를 여행하면서 한국의 전통적 서사와 그에 걸맞는 상징적 이미지의 부재를 절감했다. '분홍' 연작을 마무리하던 1990년대 말부터 '삼국유사'를 바탕으로 한반도의 고대 시공간을 캔버스로 소환하는 새로운 연작 'Once Upon a Time'의 제작에 돌입한다. 이 연작의 일면이 2003년 대안공간 풀(현 아트스페이스 풀)에서 열린 개인전에서 첫 공개했다.

그는 '조선상고사 메모'(2003~) 연작을 발표하며 화가의 창조력을 가미해 옛 이야기를 '한국적'으로 야심차게 표현한 작품에 돌입했다. 작가는 '조선 상고사 메모' 연작에서 영화 홍보용 브로마이드나 상품 광고 포스터, 다른 사진가의 확대 복사한 사진 등 대량 생산된 이미지 위에 유화 물감으로 한국상고사에 등장하는 웅녀와 해모수, '공무도하가'와 '서동요'의 주인공 등을 그려놓았다. 이러한 이미지의전유하고 변용하는 포스트모던적 방법론은 '20세기'(2006~2007) 연작, '20세기 회화의 추억'(2008~2009) 연작 등으로 확장된다.

'20세기 회화의 추억' 연작에서는 20세기 대중문화의 아이콘이라 할 만큼 친숙한 영화 속 배우들의 이미지를 피카소, 베이컨, 달리, 워홀 등 20세기 미술사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시그니처 스타일을 정교하게 반복하는 유희적 그림을 시도했다. 21세기에 들어 최민화는 인물화와 역사화 풍경화 등 장르로 구사오히화의 전통을 계승하고 심화하면서도 미술사와 대중문화에서 차용한 도상을 폭넓게 활용해 메타 회화적 실험을 진행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대구미술관, 일민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 등 유수의 기관에 소장돼 있다.

89hk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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