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열풍'
청약에 '영끌'로 실탄 마련 나선 투자자들
"관련 서류 등 꼼꼼히 살피고 투자 나서야"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SK바이오팜에 이어 카카오게임즈가 기업공개(IPO) 흥행 대박을 이뤄내면서 공모주 청약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신규 상장 후 첫 거래일에 공모가 대비 2배로 시초가가 형성되고 이후 가격제한폭까지 올라 마감하는 일명 '따상'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공모주의 경우, 진입장벽이 높고 예상과 달리 큰 수익을 내지 못하거나 오히려 손실을 볼 수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공모주 열풍에 휩쓸린 무분별한 투자를 주의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 대박 찾아 몰리는 투자자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이틀 간 카카오게임즈의 공모주 청약을 실시한 결과, 경쟁률 1524.85대 1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6월 공모주 청약을 받을 당시 열풍을 불러온 SK바이오팜(323대 1)보다 4배 이상 높은 수치다. 특히 카카오게임즈가 지난달 26~27일 이틀간 국내 및 해외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 결과인 1479대 1보다도 높다.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 마감일인 2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 영업부에서 투자자들이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투자증권] |
청약 증거금의 경우, 공모주 역사를 새로 쓴 수준이다. 주관사 3사에 몰린 증거금은 ▲한국투자증권 32조6627억원 ▲삼성증권 22조9694억원 ▲KB증권 2조9221억원으로 모두 합쳐 58조5542억원으로 파악됐다. 그간 청약 증거금 최대치 기록을 보유하고 있던 SK바이오팜의 30조9900억원보다 약 90% 많다.
카카오게임즈가 이번 청약에서 신기록을 세운 것은 맞지만 최근 공모주 열풍을 불러온 첫 번째 타자는 SK바이오팜이다. 지난 6월 공모주 청약을 실시했던 SK바이오팜의 최종 마감 경쟁률은 323대 1로 집계됐다. 청약 증거금도 무려 30조9900억원이 몰려 카카오게임즈 청약 이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공모주에 투자자들이 쏠리는 이유는 상장 이후 공모가를 크게 웃도는 이른바 '수익률 대박'이 터질 수 있기 때문이다. SK바이오팜의 경우, 상장 첫날 '따상'을 기록하고 이틀 연속 상한가, 이후 이틀 또 상승하면서 공모가 대비 4배 이상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투자자 입장에선 단 며칠 만에 수익률 400%를 실현한 셈이다.
카카오게임즈가 오는 10일 상장한 뒤 시초가가 공모가 2만4000원의 2배 가격으로 뛰고 상장 첫날 곧바로 상한가를 기록할 경우 주가는 6만2400원까지 오를 수 있다. 이 경우 1주당 수익은 3만8400원 수준이다.
◆ 나도 공모주 투자 해볼까?
초저금리 시대가 오면서 이제 은행 예금보다는 반강제적으로 주식 등 투자에 나서야 할 상황이다. 그 중에서도 공모주는 단기간 대박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 이번 카카오게임즈 청약에서도 젊은층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실탄이 많다고 무조건 청약에 당첨되는 건 아니다. 공모주 청약 주관사마다 다른 우대조건을 충족시킬수록 청약 물량을 많이 배정받을 수 있다.
가령 KB증권을 살펴보면 지난달 기준 공모주 청약의 우대회원 기준은 ▲KB스타클럽 MVP스타 및 로얄스타(매월 10일 기준 등급 반영) ▲ 전월말 자산(고객총자산) 1억원 이상 ▲전월 주식(주식,ETF,ELW)약정 3천만원 이상 등이다. 이 중 한 가지라도 충족하면 청약한도는 200%까지 상승한다. 일반회원의 경우 청약한도가 100% 수준이다. 만약 KB증권을 통해 카카오게임즈 청약을 넣는다면 일반회원은 8000주까지 신청 가능하고 우대회원은 1만6000주까지 신청할 수 있다.
이 외에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역시 자산평가합계 평잔(잔액 평균), 특정 기간 계좌이체 고객 등 다양한 세부 기준을 두고 일반회원과 우대회원을 구분해 청약한도를 부여하고 있다.
<그래픽=홍종현 미술기자> |
이 같은 1인당 청약한도는 현행 '유가증권 인수업무에 관한 규칙'에 규정돼 있다. 이 규칙은 공모시장 과열 및 투자자와의 이해상충 방지를 위해 일반청약자 1인당 청약한도를 인수물량의 10% 이내에서 정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카카오게임즈 전체 공모주의 16만주를 배정받은 KB증권의 경우 1인당 최대 1만6000주까지만 청약을 신청할 수 있다.
따라서 공모주에 도전하려는 투자자라면 각 주관사의 우대조건과 인수물량 등을 꼼꼼히 따져 자신의 상황과 비교·분석해 증권사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공격적인 투자자들은 대형 증권사의 계좌를 터놓고 사전에 우대조건을 맞춰놓는 경우도 많다.
◆ 공모주는 담보된 대박?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에 이어 한류열풍 주역인 BTS의 소속사 '빅히트'의 공모주 청약이 예고돼 투자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빅히트는 지난 2005년 방시혁 빅히트 의장이 설립한 엔터테인먼트로 BTS의 소속사로 유명하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빅히트의 기업가치를 최대 5~6조원으로 평가하고 있다.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에 대한 학습효과로 빅히트 역시 공모주 청약 돌풍을 이어갈 것을 보인다.
하지만 공모주라고 해서 항상 따상이나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아니다. 공모주 역시 일반적인 주식 거래와 마찬가지로 손실을 입을 수 있고 자칫 공모가를 하회하는 실적을 낼 수도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2018년 발표한 'IPO시장 분석' 자료를 살펴보면 당시 신규 상장된 62개사 중 18사(29.0%)가 상장 당일 종가가 공모가를 하회했다. 특히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된 8개사 중 절반이 훌쩍 넘는 6개사가 공모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
금융감독원은 이 자료를 통해 "증시 상승세로 공모주 평균 수익률은 상승했지만 상당 장일 또는 연말 종가가 공모가를 하회하는 경우가 상당하다"며 "공모규모가 커서 시장의 관심이 높았던 공모주는 주가 부진으로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공모주 투자에 나설 때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증권신고서, 증권발행실적 보고서 등 다양한 정보를 꼼꼼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공모주 청약 전에는 수요예측 후 제출되는 증권신고서를 통해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확약 비중 등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의무보유 기간이 끝난 기관투자자들이 물량을 대거 매도할 경우, 개인투자자가 큰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모주 투자는 저위험 중수익으로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많지만 일반적인 투자보다 훨씬 많은 투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영끌 투자는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며 "공모주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나 경험이 없다면 섣불리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식견을 기른 뒤 뛰어드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