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피해자 사망 예견했다면 살인 미필적 고의 인정돼"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부동산 투자를 한 피해자가 부당한 거래라며 투자금을 독촉하자 내연남과 공모해 청부 살인 계획을 세우고 차로 치어 숨지게 한 여성이 징역 10년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정모 씨의 상고심 선고기일에서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일 밝혔다.

대법은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의 형이 선고된 경우 형사소송법 해석상 검사는 형이 지나치게 가볍다는 이유로는 상고할 수 없다"며 "검사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 이유가 되지 못한다"고 기각했다.
법원에 따르면 부동산 소개 업무를 하던 석모 씨는 내연관계에 있는 정 씨를 통해 모 아파트 동대표로 있던 피해자를 소개받았다. 정 씨는 이웃 주민인 피해자에게 "부동산 투자로 재산을 늘렸다"며 환심을 샀다.
석 씨는 피해자로부터 총 11억 6500만원을 투자받아 토지·임야 등 부동산을 산 후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했다.
이후 피해자는 이들이 부동산에 투자한 금액이 실거래가보다 부풀려진 것을 알게 됐고, 자신의 투자금을 돌려달라고 독촉하기에 이르렀다.
다툼이 계속되자 석 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김 씨를 범행에 끌어들여 교통사고를 가장해 피해자를 식물인간으로 만들어 버리자고 정 씨와 모의했고,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사망해도 어쩔 수 없다는 점을 공유했다. 김 씨는 계획한 대로 범행에 옮겼고 피해자는 이 사건으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1심은 정 씨가 사건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해 피해자에 대해 살인미수 범행을 저지른 것을 인정하며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이후 항소심 과정에서 피해자가 사망하면서 검찰은 정 씨의 죄명을 살인 혐의로 변경했다. 이에 정 씨는 "석 씨, 김 씨와 공모한 범행으로 피해자가 실제 사망하는 결과가 발생한 것은 맞지만 살해할 고의가 없었다"며 "살인의 범행을 공모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2심은 검찰의 공소장 변경으로 심판 대상이 변경돼 직권으로 1심 판결을 파기했지만 정 씨의 살인 혐의를 인정해 징역 10년의 실형을 유지했다.
2심은 "피고인은 공모 자체는 인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범행의 동기나 경위로 볼 때 김 씨의 살해 행위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비록 피고인이 확정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하려는 의도를 가졌던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에게는 피해자를 살해하려는 범의가 있었다"며 "이 사건 범행을 공모하였음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도 원심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정 씨의 형을 확정했다.
한편 정 씨와 별도로 재판을 받아 온 석 씨와 김 씨는 지난 8월 20일 대법원에서 같은 혐의에 대해 마찬가지로 유죄가 인정돼 징역 20년과 징역 18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kintakunte87@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