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삼바' 1년 9개월 수사 마무리하면서 이재용 기소
국정농단·삼바 분식회계 끝에는 '경영권 승계'
관건은 '업무상배임'…삼성물산 합병 손해 입증될까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는 22일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 분식회계 의혹 사건의 최종 책임자로 다시 한 번 법정에 선다. 사실상 목적성이 같은 사안에 대한 두 개의 재판을 받게 된 셈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 부장판사)는 이달 22일 오후 2시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전 전략팀장 등 삼성그룹 임직원 11명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 절차를 진행한다.
이날 이 부회장 등 피고인들은 재판에 직접 참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 절차가 아니기 때문에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다.
이 부회장이 받고 있는 혐의는 크게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외부감사법 위반 세 개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프로젝트G'로 불리는 삼성그룹의 승계계획에 따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추진했다고 결론 내렸다. 특히 "이 부회장이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해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음에도 미전실의 지시에 따라 불리한 합병을 실행해 기업에 재산상 손해를 가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불법 경영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결과를 대기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2020.06.08 alwaysame@newspim.com |
◆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에서 경영권 승계까지
이번 수사는 당초 2018년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고의 분식회계로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증선위는 2015년 삼성바이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사에서 관계사로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하면서 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4조5000억원 상당의 분식회계를 했다고 봤다.
수사 착수 때만 해도 전혀 별개의 사안인 것처럼 보였던 경영권 승계작업은 여기서 불거져 나왔다.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제일모직의 자회사였는데,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의 최대주주였다. 두 계열사의 가치를 부풀려야 삼성물산-제일모직 간 합병 국면에서 이 부회장의 지분 취득이 용이해지는 구조였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되면서 단숨에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또 이 합병으로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의 2대주주가 됐고,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는 한층 용이해졌다.
이 부분은 '국정농단' 사건에서도 주요하게 다뤄졌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을 위해 편의를 봐주고, 삼성은 그 대가로 '비선실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가 깊숙이 개입한 미르·K스포츠재단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지원하고 그 딸 정유라 씨에게 말 세 마리를 제공했다고 보고 이 부회장을 기소했다.
특히 특검팀이 집중했던 부분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이다. 두 회사의 합병 비율은 1대 0.35였는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제일모직의 가치가 삼성물산보다 3배 가까이 높게 산정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당시 글로벌 헤지펀드 엘리엇을 비롯한 외국인 주주들의 반대에도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합병안이 가결됐다. 특검은 박 전 대통령과 최 씨가 이 과정에 개입했다고 봤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온 상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원심이 인정하지 않은 경영권 승계작업을 인정하면서 △정유라에게 준 34억원 상당의 말 3필 △영재센터 출연금 16억원에 대해서도 모두 뇌물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삼성이 제공한 뇌물 액수는 종전 36억에서 50억원가량 늘어난 86억원 가량이 됐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당시 이복현 부장검사)가 1년 9개월여 기간 동안 수사한 부분은 사실상 국정농단 사건과 연결된다. 특히 검찰은 삼성 내부에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결의 후 이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호재성 정보를 공개하고, 자사주를 취득할 경영상 필요성이 없었음에도 다량의 단기대출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주가조작 행위도 저질렀다는 혐의도 적용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이복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경제범죄형사부 부장검사가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검찰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시세조종·업무상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다고 밝혔다. 2020.09.01 dlsgur9757@newspim.com |
◆ 관전 포인트는?…업무상 배임과 '에버랜드' 판례
다만 법조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유죄 입증이 간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복병은 검찰이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에 적시하지 않았던 '업무상 배임' 혐의다.
업무상 배임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에게 취득하게 해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 성립되는 범행이다. 검찰은 2015년 합병을 '불법'으로 지적하면서 "이 부회장에게 주주 이익을 보호해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음에도 미전실 지시에 따라 물산 회사와 주주들에게 불리한 합병을 실행해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가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변호인단은 "삼성물산은 합병으로 인해 오히려 시가총액 53조에 이르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을 소유하게 되는 이익을 보았다"며 "이 사건 합병은 경영상 필요에 의해 이뤄진 합법적인 경영활동이고 모든 절차는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법원도 유사 사건에서 "업무상 배임은 회사에 해를 끼쳐야 한다"는 판례를 견지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명예회장의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회장이 아들인 이 부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기기 위해 전환사채를 헐값에 넘겨 회사에 970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됐지만 대법원이 "에버랜드는 피해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최종 무죄를 선고했다.
결국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와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을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위법 행위라는 공소사실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주장을 돌파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수사팀장인 이복현 부장검사는 이 부회장을 기소하면서 "에버랜드 판례는 여러 차례 검토했고 익숙하다"며 "저희가 보기에 이 정도면 주주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판단했고 교수나 전문가들이 외국 판례와 관련해 여러 의견을 줬다"고 혐의입증을 자신했다.
한편 박영수 특검팀이 편향 재판을 이유로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부에 대해 낸 재판부 기피 신청이 지난달 18일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되면서 해당 재판도 곧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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