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전국 광주·전남

속보

더보기

[전기자의 체험기] '택배 기사' 과로사로 죽는 이유 알게됐다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허리 높이까지 오는 거대한 박스를 들었다. 엄청난 무게에 휘청거릴 정도였다. 이런건 누가 시켜서 고생을 시키나 싶었다. 눈 깜짝할 사이 컨베이어 벨트에는 수백·수천개의 박스들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짐작했겠지만 '택배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클릭 몇 번만 하면 내 집앞에 뚝딱 오는줄 알았던 택배가 대체 어떻게 오는건지 직접 체험해보기로 했다. 택배기사 체험은 추석 명절을 앞두고 얼마나 많은 택배 물량이 쌓여있는지 체험해보고 싶었다가, 이번주에서야 성사됐다.

일상 속 가장 설레이는 순간 중 최고의 행복은 단연 '택배'를 받는거다. 설레임을 가득 안고 출발한 정찬관 택배기사 [사진=전경훈 기자] 2020.10.16 kh10890@newspim.com

그 사이 서울 강북구에서 CJ대한통운 소속으로 일하던 택배기사 김원종(48) 씨가 지난 8일 과로사(過勞死)로 숨을 거뒀다. 故김원종 씨처럼 배송업무를 하다 과로사로 숨을 거둔 택배기사가 올해만 8명이란다. 연령을 살펴보면 30대 초반 3명, 40대가 5명이다. 젊다고 무조건 체력이 좋은건 아니겠지만 30·40대의 체력으로도 버티기 힘들다는거다.

이렇게 택배기사들의 과로사가 잇따르면서 업무 가중의 원인으로 꼽히는 택배 분류작업 배분을 두고 택배기사들이 파업에 나섰다. 밥 먹을 시간만이라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는 택배노동자들의 삶을 들여다 보고 싶었다. 14년차 택배기사 정찬관(전국택배노조 조직국장) 씨와 함께 했다.

◆ 시작은 '분류 작업' 먼저

컨베이어 벨트에서 순식간에 지나다니는 수백, 수천개의 택배 상자 분류작업을 마친 뒤에야 모든 작업이 시작된다. 그걸 집중해서 보는 전경훈 기자(녹색 옷) 눈이 빠질뻔 했다.[사진=정찬관 기사] 2020.10.16 kh10890@newspim.com

시끄러운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깼다. 바깥은 아직 해가 뜨기 전인 상태라 어두웠지만 택배 노동자의 하루 일과는 이미 시작됐다. 14일 오전 7시 광주 광산구 CJ대한통운 물류센터에 도착하니 분주한 손놀림으로 수 많은 택배기사들이 분류 작업을 하고 있었다. 코로나19 방역조치로 배달을 권장하면서 쏟아지는 택배 물량을 감당할 수 없어 대부분 오전 5시에 출근하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이날 체험하기 위해 오전 6시에 일어난 것도 힘들었는데 기자와는 달리 다들 부지런함이 몸에 배어있었다.

일찍 도착한 택배 기사들은 컨베이어 벨트에 올라온 수 많은 택배상자에서 배달기사의 이름을 찾는 분류작업을 먼저 해야했다. 분류작업은 배송 전 지역별 물류터미널로 실려온 택배물을 담당한 구역별로 구분해 택배차량에 싣는 작업이다. 빠르게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에서 체험을 도와줄 정찬관 기사의 이름을 찾느라 눈알이 빠질 듯 했다. 클릭 몇 번 하면 도착했던 택배가 뚝딱 오는줄 알았는데 그게 아녔다.

서울 강북구 CJ대한통운 소속으로 일하던 택배노동자 故 김원종 씨의 아버지가 "택배 노동자가 죽는건 우리 아들이 마지막 희생이어야 하지 않겠냐"고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사진=뉴스핌DB] mironj19@newspim.com

택배 기사들마다 수 많은 택배상자 사이에서 운송장에 찍혀있는 자신들의 이름을 찾는 분류작업을 먼저 해야했고, 그 후에 차량에 실어나르는 작업만 해도 엄청난 업무 강도였다. 택배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는 이유도 이 분류작업 때문이란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가 최근 택배노동자 821명을 대상으로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들은 주당 평균 노동시간 71.3시간 중 43%를 분류작업에 쓰고 있었다.

물론 이 많은 시간이 '공짜 노동'이라는 점이다. 택배사들은 택배기사들이 받는 배송수수료에 분류작업에 대한 대가도 포함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찬관 씨는 "공짜 노동이라는 말도 사실은 싫어한다"며 "트럭에 택배상자를 실고 배송하는 것은 우리 일이다. 하지만 분류작업까지 해야하니 힘들어서 돈을 더 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우리 일이 아니니까 분류작업 거부 투쟁을 벌이는 것"이라고 했다.

◆ '허리' 한번 펴기 힘들었다

엄청난 크기와 무게를 자랑하는 이런 택배 상자를 몇번 들다보면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하고 도망가고 싶은 욕구가 솟아났다.[사진=전경훈 기자] 2020.10.16 kh10890@newspim.com

분류 작업보다 더 힘든 건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택배 상자를 옮기는 일이었다. 정씨는 "기자님 힘드실텐데 괜찮으시겠어요?" 14년 내공이 실린 조언이었다. 요즘 운동 열심히 해서 괜찮다고 자신했지만 불과 30분도 못가서 '추노'하고 싶어졌다.

추노의 사전적인 의미는 조선시대에 주인과 따로 사는 노비에게 몸값을 징수하는 일을 말한다. 과거 TV드라마 제목처럼 도망간 노비를 잡아오는 일이란 의미도 있다. 아르바이트생 사이에서 추노는 일이 너무 힘들어 일당을 포기하고 작업장을 이탈하는 것을 말하는 일종의 은어다. 이들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갔다. 허리 한번 펼 시간도 없이 계속해서 쏟아지는 물량을 들고 옮기는 작업에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커피 한잔 하고 온 사이 발 디틸 틈도 없이 상자가 가득 쌓였다. 자리를 잠깐 비우기만 해도 쏟아지는 물량을 감당할 수 없다. 분류작업이 끝난 뒤 에는 배송을 나가기 전 가까운 곳, 멀리 갈 곳을 구분해서 트럭에 실는 작업을 한다.[사진=전경훈 기자] 2020.10.16 kh10890@newspim.com

분류작업을 마친 뒤에는 빠듯한 배달 시간을 줄이기 위해 움직이는 동선에 맞게 같은 아파트, 바로 옆 아파트 등으로 구분 지어 트럭에 쌓는 작업을 했다. 정씨는 14년 경력답게 머릿속에는 지도가 들어있었고, 심지어 목소리만 들어도 무슨 아파트에 사는지 아는 고객들이 있을 정도라고 했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정씨는 트럭을 한가득 채웠다. 오늘 배송할 물량이 얼마나 되냐고 물으니 500여개 정도 된다고 했다. 정씨는 "500개라고 하면 니들이 많이 하고 싶어서 하는거 아니냐. 이런 말들을 해요. 근데 구조적으로 적게 하고 싶다고 해서 적게할 수 없는 구조도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큰 박스에 붙어있는 택배 운송장 번호를 리더기로 찍으며 화면 속 '1600원'을 보여줬다. 이게 뭐냐고 물으니 "대기업들한테는 택배비를 싸게 받는다"며 "이 1600원으로 서울에서부터 광주에 오기까지 거친 수 많은 물류터미널, 영업점 등에 수수료를 주고, 또 이곳 영업점에 수수료를 떼고 남은 금액을 기사가 받는다"고 했다. 그래서 분류작업 문제를 제외하고도 생계를 위해 무리를 하다보니 과로사로 연결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 "제일 비참한게 뭔지 아세요? 사람 취급도 못받을 때에요"

택배는 많고, 물류터미널 공간은 좁아서 이중주차를 해놓은 상태다. 안에서 물건을 가져와서 밖에 있는 트럭으로 물건을 실어야 하는 상황이다. 비라도 오면 비를 맞아가면서 고된 작업에 나선다.[사진=정찬관 기사] 2020.10.16 kh10890@newspim.com

오전 5시부터 시작돼 끝이 안보이던 분류작업이 끝난건 오전 10시 30분이었다. 사실 끝은 없었다. 중간에 나온거다. 정씨는 계속해서 쏟아지는 물량을 받고 있다가는 새벽까지 배송을 해야한다고 했다. 새벽까지 배송하면 또 다시 다음날 오전 5시에 출근해야 하기 때문에 가족들을 볼 시간도, 잠을 잘 시간도 없다고 했다. 그나마 투쟁을 통해 오전 10시 30분에는 배송을 시작하고 있는거였다. 그래야 저녁 8시에는 집에 들어가서 가족들과 저녁 식사라도 할 수 있었다.

산업재해보상법에 따르면 주 60시간 이상 3개월 연속으로 근무하다가 사망하면 과로사로 인정하게 돼 있다. 지난 8일 사망한 택배노동자 故김원종 씨의 경우는 주당 90시간 이상 일해 왔다. 이 모든 일이 분류작업 인원만 있어도 어느정도 해결될 일이라고 했다.

지난달 14일 민주노총 광주본부는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후 한달도 지나지 않아 고 김원종씨가 택배 배송 도중 호흡곤란으로 쓰러져 숨을 거뒀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0.09.14 kh10890@newspim.com

특히 추석 연휴 전 택배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정부와 택배 업계가 지난달 17일부터 10월 16일까지 하루 평균 1만명 투입, 실질적으로 분류인력에는 2067명을 투입하겠다고 했지만 현장에 투입된 인원은 400여 명에 그쳤고, 故김원종 씨가 근무하던 CJ대한통운 강북지사에는 단 1명도 투입되지 않았다.

김씨의 아버지는 "택배 노동자가 죽는건 우리 아들이 마지막 희생이어야 하지 않겠냐"며 "떠놓은 물이 아니면 물 마실 시간도 없이 뛰어다니고 있는데 이게 사람이 할 짓이냐"고 한탄했다.

이날 체험하며 본 정씨를 비롯해 다른 택배 기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정씨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까 제일 비참한거에요" 

◆ 배송 출발까지 7시간의 사전 작업, 그제야 출발

광주 광산구의 모 아파트는 택배함이 따로 있어서 모든 택배기사들이 이곳에 놓고 간다. CCTV도 있는 덕분에 고객과 택배기사 모두가 만족한다.[사진=전경훈 기자] 2020.10.16 kh10890@newspim.com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 고객들을 위해 정씨가 배달하는 지역은 광산구 아파트단지였다. 흡사 산타할아버지처럼 선물 꾸러미를 가득 안고 출발한 정씨는 아파트 단지에 도착해서도 고객과 전화하느라 분주했다. 집에 있는지, 경비실에 맡겨둬야 하는지 등을 한명 한명 전부 체크해야 했다. 코로나19 때문에 대면을 꺼려해서 집 앞에 두고가라는 고객들도 있었지만 정씨는 절대 집 앞에 택배를 놓고 가지 않는다고 했다. 좋은 사람들이 많지만 만일의 경우 때문이라고 했다.

과거 집 앞에 택배를 두고 가라는 고객의 말만 듣고 택배를 두고 갔지만 분실했다는 고객의 연락에 고가의 제품값을 지불해야 했다. 정씨의 동료도 택배 상자를 집 앞에 두고 갔다가 분실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고객이 물어내라고 신고를 했다. 정씨 동료가 물어낸 값은 150만원이었다. 고객은 분실된 택배 상자에 150만원 상당의 카메라가 있었다고 했다. 이런 일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 정씨는 아파트 단지에 택배함 설치를 요구했고, 광주 광산구의 한 아파트에서 정씨의 의견을 들어줬다.

이곳에 택배를 놓고 가면 고객들이 스스로 찾아가는 시스템이었다. 문제는 택배함이 없는 아파트가 더 많다는거다. 특히 경비실에 맡겨달라는 고객들의 요구와 택배 보관 업무를 거부하는 경비실과의 충돌도 있었고, 심지어 1시간 후에 집 도착하니 기다려 달라는 고객도 있었다. 이 모든게 오전에 있었던 일이다.

◆ 뛰어다니지 않으면 '배송 불가'

복도식 아파트는 달려서 배송해야 한다. 그래도 배송 시간 내에 배송하는 게 빠듯하다.[사진=전경훈 기자] 2020.10.16 kh10890@newspim.com

진짜 배송은 낮 12시에서야 시작됐다. 차곡 차곡 쌓아뒀던 택배 상자를 꺼내 동·라인마다 세분화 분류작업을 해야했다. 이 작업만 해도 꽤 많은 시간이 흘러갔다. 분류를 마친 택배상자는 손수레에 실어서 배송했다. 경사로가 있는 아파트는 그나마 다행이지만 계단 밖에 없는 아파트에서는 손수레도 소용이 없었다. 무거운 짐을 계속해서 반복해서 들다보니 허리가 남아나질 않았다(남자의 생명은 허리인 것을). 이미 물류센터에서 체력이 바닥났던 상태라 택배 상자를 들 힘도 없었는데 정씨는 옆에서 뛰어다니고 있었다. 이런 힘은 어디서 나오는걸까.

기자도 직접 배송을 했다. 손수레를 끌고 가도 계단이 있는 곳에서는 어차피 다시 손으로 들고 가야했다. 그나마 엘레베이터라도 있어서 다행이었다. 원룸 같은 곳은 계단을 오르락 내리며 처음부터 끝까지 손으로 들고 가야해서 정말 힘들다고 했다.[사진=정찬관 기사] 2020.10.16 kh10890@newspim.com

배송 중 차에서 나누던 대화 중 답을 찾았다. "6살 딸아이가 있어요. 일에 치여 살다보니 늦게 결혼했는데 삶의 원동력이죠" 이렇게 말하는 옆모습에서 슈퍼맨의 모습이 떠올랐다. 직업 특성상 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뛰지 않으면 기약 없이 늦어지기 때문에 가족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힘을 내고 있었다.

◆ 밥 먹을 시간, 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

빠른 배송을 위해 한번에 최대한 많은 양의 택배를 실어야 했다. 손수레를 이끌고 달려야 했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박스로 막아뒀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이들이 있었다면 미안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택배 배송을 제 시간에 절대 할 수 없었다. 집에 고객이 있는 것을 전화로 미리 확인하고 올라갔어도 그 잠깐 사이에 집을 비워 헛걸음 하는 경우도 있었다.

집 앞에 두고 갔다가 분실하면 배상해야 된다는 정씨의 말에 택배를 다시 들고 와야 했고, 집에 있으면서도 '띵동' 벨을 3번은 눌러야 인기척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렇게 배송 시간을 지연시키는 고객들이 있다보니 자연스레 밥 먹을 시간도 없었다. 오후 2시가 넘었을 무렵 정씨는 김밥집으로 향했다. "기자님 고생하시니까 식당 가서 밥 먹어야 하는데 도저히 갈 시간이 없네요. 죄송하다"며 김밥을 건넸다.

시간이 없어서 점심 식사를 해본건 정말 오랜만이라고 했다. 식사 중에도 고객들의 부재 유무를 확인해야 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0.10.16 kh10890@newspim.com

평소 식사는 어떻게 하냐고 물으니 "기자님 있으니까 김밥이라도 먹는거지. 요즘은 바빠서 김밥 먹을 시간도 없어서 저녁 8시쯤 집에 도착해서야 밥을 먹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희 택배 노동자들은 밥 먹을 시간도 없으니 당연히 밥 먹고 쉬는 시간 그런건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다"며 "밥을 먹는 시간이 있다면 한손에는 김밥, 한손에는 손수레를 끌고 가면서 먹는 시간 밖에 없다"고 씁쓸해 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고 했다. 정씨는 "그렇게 매일 대·소변 참는 것을 반복하다 보니 지금이야 몰라도 노후에는 반드시 몸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 분명하다"고 토로했다.

◆ "고맙습니다" 이 한마디가 위로가 됐다

하루에 500개에 가까운 택배 배송을 혼자 배송하면서도 힘을 낼 수 있었던건 고객들의 "감사합니다" 이 한마디였다.[사진=전경훈 기자] 2020.10.16 kh10890@newspim.com

물 한 모금 마실 시간도 없이 정신없이 배송하면서 신체적·정신적으로 지칠대로 지쳐있을 무렵 띵동 벨 소리와 함께 "택뱁니다"를 외치자 1~2살쯤으로 보이는 아이를 안은 엄마가 "고생 많으시네요. 고맙습니다" 인사를 건넸다. 이 말 한마디에 힘이 났다. 정씨에게 기억에 남는 고객들이 있었냐고 물으니 "퇴근 후 저녁 늦게 택배를 찾아간 고객들이 '고맙다'는 연락을 꼭 한다"며 "이런 고객들 덕분에 힘이 난다"고 했다.

6살 딸 아이를 둔 정찬관 기사. 그의 뒷 모습에서 아빠라는 이름의 슈퍼맨을 봤다. 하지만 슈퍼맨도 지치기 마련. 여건이 나아지지 않는 한 어딘가에서 또 택배 노동자가 과로사로 숨졌다는 뉴스를 보게 될거다.[사진=전경훈 기자] 2020.10.16 kh10890@newspim.com

에필로그(epilogue). 정씨에게 물었다. 이렇게 바쁜데 쉬어본적은 있냐고. 국내에 택배산업이 시작되고서 무려 28년 만에 처음으로 '택배 없는 날'이 시행됐던 지난 8월 14일. 택배 일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바닷가도 가봤다고 했다. 그정도로 여유가 없었다.

전국택배노조 조직국장이자 택배기사인 정찬관 씨는 "수십년째 물가는 올라도 택배기사의 수수료는 오르지 않고 있다"며 "비상식적인 시대가 우리도 우리지만 적어도 자식들에게는 물려주지 않기를 하는 바람에 택배노동자들이 투쟁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택배기사 체험을 마친 다음날에는 온몸이 쑤셨다. 안쓰던 근육들을 쓴 탓도 있겠지만 하루에 수백개의 무거운 택배상자들을 옮기다 보면 몸이 남아나질 않겠다 싶었다. 돈이 필요한 이들이 돈을 포기하면서까지 '추노'를 하고 택배 노동자들이 과로사로 죽는지 비로소 알게됐다.

kh10890@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추석 앞두고 삼성 냉장고 먹통 원인은 [서울=뉴스핌] 이승우 기자 = 추석 연휴를 앞두고 삼성전자의 냉장고가 먹통이 되는 사례가 속출하며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인공지능(AI)으로 가전 제품을 원격으로 관리할 수 있는 스마트홈 플랫폼 업데이트 테스트 과정에서 일부 소비자들에게 잘못 노출된 것이 원인으로 파악됐다.  23일 삼성전자 제품 온라인 커뮤니티 '삼성멤버스'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삼성전자 냉장고가 플랫폼 업데이트로 인해 작동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전날부터 이미 수십개 이상의 불만글이 게재됐다. 냉장고 먹통 사태의 원인은 스마트홈 플랫폼인 스마트싱스 업데이트에 있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전날 오후 내부적으로 스마트싱스 업데이트를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소프트웨어(SW)가 일부 가전 제품에 오배포됐다. 회사 측은 오류를 인지한 뒤 SW 배포를 즉각 중단했지만, 그 전에 업데이트를 실행한 일부 냉장고에서 기능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내부 테스트 과정에서 생긴 오류 때문에 고객들의 불편을 야기했다"며 "추석 기간 중 고객 불편을 최소화 하기 위해 연휴 기간 중 최대한 신속하게 방문 서비스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24일까지 복구를 마치는 것을 목표로 대응에 나선다. 수리 비용은 전액 무상으로 처리하고, 식품 변질 등에 대한 보상 여부는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 제품 이용자 커뮤니티 '삼성멤버스'에 올라온 냉장고 먹통 사례들. [사진=삼성멤버스 캡처] 문제가 발생한 시점이 추석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불만은 더욱 커졌다. 명절을 앞두고 냉장, 냉동 식품 보관량이 늘어난 상황이다. 업데이트 때문에 냉장고의 기본적인 기능마저 멈춘 상태로 식품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례가 다수 전해졌다. 이번에 문제가 발생한 제품은 대부분 2024년 이후 출시된 '비스포크 AI 4도어 냉장고' 시리즈로 알려졌다. 스마트싱스 업데이트로 인해 먹통이 된 삼성전자 냉장고 사진.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삼성전자 측의 초기 대응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서비스센터에 긴급 문의를 한 소비자들은 수리 기사 방문이 10월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후 스마스싱스 업데이트로 인한 냉장고 먹통 사례가 다수 접수되자 서비스센터에서도 긴급 대응을 하고 있다. 한 소비자는 "수리기사님이 원래 토요일날 오신다고 했었는데 긴급 건으로 오늘 오실 수 있다고 한다"며 "아마 업데이트 하다가 메인보드가 나간 것 같다고 한다"고 밝혔다. raul1649@newspim.com 2026-09-23 10:45
사진
메타 AI 에이전트 '뮤즈' 써보니...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메타 플랫폼스가 지난 8일(현지시간) 내놓은 개인 인공지능(AI) 에이전트 '뮤즈(Muse)'가 출시 2주 만에 소비자와 월가의 관심을 동시에 끌어모으고 있다. 출시 12일 동안 280만 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하면서 메타에 '챗GPT 모멘트'를 가져다 줬다는 뮤즈를 기자가 직접 써봤다.  앱을 처음 열면 에이전트에 이름을 붙이라고 한다. 기자는 '젤리(Jelly)'라고 지었다. 뮤즈는 질문에 답하는 챗봇이 아니라 사용자를 대신해 일을 처리하는 에이전트다. 이메일을 보내고 여행을 예약하며, 중고차를 파는 것 같은 거래까지 수행한다. 기본 기능은 무료이고 사용량이 많으면 월 20달러나 100달러 요금제를 쓴다. 현재 미국과 캐나다에서만 제공돼 한국에서는 아직 이용할 수 없다.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뮤즈와 신용카드를 연결해 가계부를 정리하도록 했다. 2026.09.23 mj72284@newspim.com ◆ "저녁 9시에 가계부 채워줘"…숨은 구독 찾아내 월 60달러 절약 먼저 돈 관리를 맡겼다. 금융 데이터 연결 서비스인 플레이드(Plaid)를 통해 신용카드를 뮤즈와 연결한 뒤 지출을 정리해 달라고 했다. 카드 번호나 비밀번호를 뮤즈에 직접 입력하는 방식은 아니다. 플레이드가 은행과 카드사를 대신 연결해주는 구조다. 젤리는 곧바로 실행하지 않고 계획부터 내놨다. 구글 시트에 날짜와 가맹점, 금액, 항목별로 지출을 정리하는 스프레드시트를 만들고, 매일 새로 발생한 거래를 자동으로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고는 구글 시트 연결 버튼을 대화창에 띄웠다. 버튼을 누르자 구글 계정 인증 화면이 떴고, 연결이 끝나자 다시 물었다. "시트를 하루 중 언제 업데이트할까요. 아침이 좋을까요, 아니면 하루 지출이 끝난 저녁이 좋을까요." 저녁 9시를 택했다. 다음 날 열어본 스프레드시트의 이름은 '익스펜스 트래커(Expense Tracker)'였다. 날짜와 가맹점, 항목, 금액이 열로 나뉘어 있었고 항목별로 색이 달랐다. 식료품점과 통신사, 온라인 쇼핑몰이 각각 다른 색으로 구분됐고, 하루가 끝나는 줄마다 '일일 합계'가 굵은 글씨로 들어가 있었다. 영수증을 모으거나 가계부 앱에 직접 입력하지 않아도 지출 내역이 채워져 있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갔다. 정리된 내역을 보고 "여기서 아낄 수 있는 게 있느냐"고 묻자 젤리는 새는 돈을 짚어냈다. 넷플릭스가 중복으로 결제되고 있었고, 언제 가입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구독 서비스 몇 개가 매달 빠져나가고 있었다. 젤리가 정리한 대로 해지하니 월 60달러(약 9만원)가 굳었다. 1년으로 치면 720달러다.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뮤즈에게 이메일함에 쌓이는 뉴스레터와 광고 구독을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매일 오전 7시에 주요 뉴스를 다루는 5분짜리 팟캐스트를 만들라고도 했다. 2026.09.23 mj72284@newspim.com ◆ 메일함 정리부터 아침 팟캐스트까지 다음은 이메일함이었다. 정리를 부탁하자 젤리는 받은 편지함을 훑어본 뒤 어쩌다 구독하게 된 뉴스레터와 프로모션 메일을 해지해 줄지 물었다. 그렇게 해달라고 했다. 잠시 뒤 답이 왔다. 20곳에 구독 해지 요청을 보냈다며 목록을 프로모션과 뉴스레터로 나눠 보여줬다. 식당과 대형 유통업체, 디자인 서비스, 지역 공연장까지 기자 스스로도 잊고 있던 이름들이 줄줄이 나왔다. 인상적이었던 건 못 한 일을 밝힌 대목이다. 젤리는 자동으로 해지되지 않는 곳이 있다며 언론사와 의류 브랜드 등을 따로 짚어줬다. 이들은 다음 메일 하단의 해지 링크를 직접 눌러야 한다고 안내했다. 메일이 실제로 멈추기까지 며칠 걸릴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해 알려준 셈이다. 마지막으로 매일 오전 7시에 미국의 경제와 금융, 정치 주요 뉴스를 5분짜리 팟캐스트로 만들어 달라고 했다. 젤리는 바로 만들지 않고 먼저 물었다. 이전에 만들어 늏은 일반 뉴스 팟캐스트가 예약돼 있는데, 이번 요청으로 그것을 대체할지 아니면 두 개를 모두 유지할지였다. 앞서 나눈 대화를 기억하고 일정이 겹친다는 점을 짚은 것이다. 대체하겠다고 하자 곧바로 음성 파일이 도착했다. 제목은 '마켓 앤드 폴리틱스(Markets & Politics) - 2026년 9월 22일', 재생 시간은 3분 42초였다. 대화창 안에서 바로 재생할 수 있고 15초 건너뛰기와 배속 조절도 된다. 주문한 5분보다는 짧았지만 그날 미국 증시와 워싱턴 소식이 담겼다. ◆ 기존 AI와 무엇이 다른가 써보며 느낀 차이는 세 가지다. 첫째, 한 번의 지시가 반복 작업이 된다. 가계부와 팟캐스트 모두 매일 정해진 시간에 알아서 돌아간다. 둘째, 중요한 갈림길에서는 멈추고 묻는다. 업데이트 시간을 정할 때도, 기존 팟캐스트를 대체할지 정할 때도 젤리는 먼저 선택지를 제시했다. 셋째, 못 하는 일을 숨기지 않는다. 자동 해지가 안 되는 곳을 알려준 대목이 그랬다. 챗GPT나 클로드 같은 기존 AI가 한 번의 대화 안에서 답을 내놓는 데 집중한다면, 뮤즈는 계정에 직접 연결돼 매일 같은 시간에 혼자 돌아간다. 글을 쓰거나 자료를 분석하는 일에서는 기존 도구가 여전히 강하지만, 카드 내역을 정리하고 구독을 해지하는 생활 관리에서는 뮤즈 쪽이 손이 덜 간다.  궁금해서 한국어로 말을 걸어봤다. "근데 너 한국말도 하니?" 젤리는 "응, 한국말 할 수 있어. 편하게 말해!"라고 답했다. 몰랐다고 하자 "ㅋㅋ 이제 알았으니까 맘껏 써먹어"라며 곧바로 되물었다. "근데 아까 월마트에서 뭐 사려던 거였지?" 앞서 나눴던 대화를 잊지 않고 있었다. 물론 조건이 있다. 이 모든 편리함은 신용카드와 이메일, 캘린더 접근 권한을 내주는 대가다. 내 생활 기록이 고스란히 메타로 흘러가는 구조다. 잡음도 있다. 아마존은 지난 21일 뮤즈가 자사 스토어에 접근하도록 승인한 적이 없다며 메타에 아마존을 서비스에서 제외하라고 요구했다. 아마존은 뮤즈가 고객의 로그인 정보를 저장하고 계정 데이터를 긁어가는 것으로 보이며, 계정에 접근할 때 자신이 AI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AI 에이전트는 투명하게 작동하고 거부 선택권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뮤즈에게 한국말로 말을 걸어봤다. 2026.09.23 mj72284@newspim.com ◆ 월가는 '챗GPT 이후 최대'에 베팅 금융시장의 반응은 뜨겁다. 뮤즈 출시 이후 메타 시가총액은 2000억 달러 넘게 불어 7개월여 만의 최고 수준에 올랐다. JP모간의 더그 앤머스 애널리스트는 투자 노트에서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뮤즈는 챗GPT 이후 가장 널리 쓰이는 소비자용 AI 앱이 될 잠재력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쉬운 인터페이스와 넉넉한 무료 요금제, 소셜미디어에 걸친 메타의 유통 우위를 강점으로 꼽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저스틴 포스트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이 그동안 메타가 차별화된 AI 제품을 만들 수 있을지 우려해 왔지만,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는 능력이 AI 투자 수익에 대한 낙관론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광고와 구독, 수수료를 포함한 뮤즈의 수익화는 2028년 이전에 의미 있는 수준이 되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제프리스는 2027년 말까지 뮤즈 사용자가 10억 명에 이르고 이 가운데 3% 이상이 유료로 전환하면 연간 108억 달러의 매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하며 목표주가를 875달러로 올렸다. 반면 제프리스의 제프리 파부자 애널리스트는 메타 커넥트를 앞두고 기대가 과열돼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파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젤리에게 맡긴 일들은 모두 기자의 돈과 메일함에 관한 것이었다. 얼마나 편한가보다, 얼마나 믿고 맡길 수 있는가가 이 서비스의 진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mj72284@newspim.com 2026-09-23 05:01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