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툴리눔 톡신 균주 전수조사…질병청 "검토중" 반복
[서울=뉴스핌] 박다영 기자 = 보툴리눔 톡신 균주와 관련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국내외 법정공방이 길어지는 가운데 규제 기관인 정부 당국은 균주 조사에 대해 미지근한 분위기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균주 출처 관련 소송 최종 판결을 다음달 6일에서 19일로 2주 미뤘다. 기간이 길어지면서 관련 업계에서는 균주 전수 조사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전수 조사에 대해선 한 발 빼는 모양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국정감사 이후 균주 조사 시기나 주체에 대해 논의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검토중"이라는 답변만 반복했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2020.10.28 allzero@newspim.com |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전수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종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툴리눔 톡신 균주의 안전성과 관리 부실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해 대처해야 한다"고 했다.
국내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가 논란이 되는 이유는 유난히 많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판매하는 기업은 미국 앨러간, 중국 란주연구소, 프랑스 입센, 독일 멀츠 등 4개사에 불과하다.
반면 국내서 보툴리눔 톡신을 판매하고 있는 업체는 메디톡스, 대웅제약, 휴젤, 휴온스, 종근당 등 무려 5개다. 각사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살펴보면 메디톡스는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들여왔고, 대웅제약은 경기도 용인시 개천변 토양에서 발견한 균주를 사용하고 있다. 휴젤은 인위적으로 썩힌 통조림에서 배양했고, 휴온스는 바이오토피아를 인수해 균주를 확보했다. 종근당은 휴온스의 보툴리눔 톡신 판권을 확보해 판매하고 있다.
보툴리눔 톡신 균주 전수 조사가 시작되면, 주체는 질병관리청이 된다. 보툴리눔 톡신은 1g으로 100만명을 죽일 수 있을 정도로 독성이 강해 국가관리의 대상이다. 다만 균 자체는 의약품이 아니기 때문에 보툴리눔 톡신을 균주 분리, 이동, 보존 현황 등을 질병관리청에 등록하도록 규정돼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식약처에서 균주 전수조사 계획은 없다"며 "균주 등록을 질병청이 하고 있기 때문에 출처 조사 권한도 질병청에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균주 전수 조사를 두고 국내 보툴리눔 톡신 업계 일각에서는 '조사 자체로는 의미가 없을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균주 전수 조사를 할 경우 각사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염기서열 등을 분석한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사의 균주를 도용했다며 국산 제품의 염기서열 공개를 포함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2016년에는 대웅제약과 휴젤에 균주 출처를 규명하는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메디톡스 외 업계에서는 전반적으로 균주 조사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이미 허가 과정에서 질병청과 식약처에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발견 경로가 인정된 균주들"이라며 "전수 조사를 하더라도 새로운 내용이 나오고 기존 시장에 판도가 생길 것이라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보툴리눔 톡신은 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정제를 거쳐 높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회사의 역량"이라면서 "균주 조사 자체가 시장의 판도를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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