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기획·이노션, 자체 온라인 플랫폼 열어
소비자 구매 데이터 직접 확보…다른 광고주에도 적용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국내 대형광고사 대표주자인 제일기획과 이노션이 잇따라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기존 광고시장의 성장이 제한된 상황에서 새로운 시장 개척과 소비자 데이터 확보를 동시에 달성한다는 목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이노션은 지난달 직장인을 타깃으로 하는 온라인 쇼핑 플랫폼 '오지랩'을 선보였다. 상품 기획부터 마케팅, 판매까지 이노션이 직접 운영하는 플랫폼이다.
이노션이 선보인 쇼핑 플랫폼 오지랩 [사진=이노션] |
이노션은 오지랩을 론칭한 가장 큰 이유는 직장인들의 필요를 직접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다. 기존에는 온라인 쇼핑몰 등 다양한 플랫폼에 쌓인 데이터를 확보하는 과정이 필요했지만 앞으로는 오지랩에서 구매하는 소비자의 행동 패턴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지랩을 통해 주요 소비계층으로 떠오른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소비 성향을 파악해 다른 광고주 전략에도 적용한다는 목표다.
이노션은 오지랩 오픈에 앞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통해 목 이완기를 선보이며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렀다. 해당 제품은 지난 9월 3시간 만에 목표액의 1182% 펀딩을 달성했다. 이 외에 구취를 없애주는 가루치약, 눈의 피로를 풀어주는 전용 핫팩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제일기획 역시 앞서 작년 말 온라인 쇼핑 플랫폼 '제삼기획'을 열고 자체 기획한 아이디어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최근 직원들이 개발한 직장인 의류 '이바지'는 와디즈 플랫폼에서 2625% 펀딩률을 달성했다. 이바지는 작장인들이 허리둘레를 쉽게 조절할 수 있는 바지다. 제삼기획 오픈 이후 처음 선보인 '버티겠달력' 역시 매달 의미를 부여한 아이디어가 좋은 반응을 얻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
제일기획의 온라인 플랫폼 '제삼기획' [사진=제일기획] |
주요 광고대행사들이 이처럼 소비자 거래에 직접 나서는 것은 광고회사가 가진 기획역량을 활용하면서 광고·마케팅 업계에서 중요 화두로 떠오를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국내 광고시장 성장이 한계에 도달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광고업계가 B2C 시장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데는 중소 온라인 광고업체인 에코마케팅이 흥행한 것이 계기가 됐다. 에코마케팅은 광고주로부터 매출이 발생하는 전형적인 B2B(기업 간 거래) 사업인 광고업계에서 B2C 시장을 처음 개척한 업체로 꼽힌다.
에코마케팅의 대표 상품인 휴대용 안마기 '클럭'은 650만개 이상 판매되며 대박을 터뜨렸고 매트리스 '몽제' 네일 스티커 '오호라' 등 에코마케팅의 손을 거친 제품들이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에코마케팅은 단순히 제품 기획을 넘어 제조업체인 데일리앤코를 인수해 제조사가 소비자에게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D2C 영역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의 요구를 파악해 광고주에 제안하는 게 광고업계의 주 업무인 만큼 B2C 역시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며 "동시에 빅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이 점점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소비자 데이터를 직접 축적할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 관련 진출을 가속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unsa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