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P 넘은 후 14시간 지나서야 신병 확보
과학화경계시스템도 작동 제대로 안해
軍 "적극적으로 탐색작전했다…경계 문제 없어"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북한 남성 1명이 강원도 동부전선 철책을 넘어 온 사건과 관련해 군의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 남성이 일반 전초(GOP)를 넘어 14시간이나 남측 지역에 머물렀지만 군은 그동안 남성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4일 군 당국에 따르면 군은 지난 2일 오후 10시 14분과 10시 22분 GP(소초) TOD(열상감시장비)를 통해 처음으로 이 남성을 포착했다. 이 때 남성이 포착된 지점은 MDL(군사분계선) 일대로, 군 당국 설명에 따르면 '아직' 북측 지역이었다.
[철원=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지난 2018년 10월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 일대 GP 앞에서 현지부대 및 132공병 지뢰제거팀이 DMZ 내 유해발굴을 위한 지뢰제거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2018.10.02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그러나 이 남성은 이후 '무리 없이' MDL을 넘고, GOP 철책도 넘어 민통선 이북지역까지 도달했다. 군 관계자는 "당시에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미상인원이 GOP 철책을 월책하는 것(넘는 것)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 사실이 동부전선 우리 군의 TOD로 포착된 것은 지난 3일 오후 7시 25분경이었다. 군 당국에 따르면 남성은 민간인통제선 이북 지역, GOP 철책으로부터 1.2km가량 이남 지역에서 발견됐다.
군이 남성의 신병을 확보한 것은 이날 오전 9시 50분경이었다. 군은 신병을 확보한 이후 남성으로부터 '귀순 의사'를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GOP 철책을 넘은 모습이 포착된 뒤 약 14시간이 흐른 뒤였다. 그동안에는 북한 남성이 우리 군의 감시에서 벗어나 우리측 지역을 마음대로 활보했다는 이야기다. 군은 감시장비를 통해 남성이 MDL과 GOP 철책을 넘는 것을 포착하고도 남성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다.
GOP에는 감시장비가 설치돼 있다. 그러나 이 남성은 감시장비가 포착하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몸을 숨겼다. 군은 이에 대해 "남성이 몸을 숨기고 발견된 지역은 산악 지대에 나무가 우거진 곳이어서 감시장비의 포착 범위에서 벗어난 곳이 있을 수 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뿐만 아니라 모든 GOP에는 과학화경계시스템이 설치돼 있는데, 남성이 GOP 철책을 넘을 때 이 과학화경계시스템의 광망도 울리지 않았다. 광망은 그물 형태의 센서로 절단하거나 건드릴 경우 경보를 울리는 감지 센서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과학화경계시스템의 효용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철원=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지난 2018년 10월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 일대 GP 앞에서 현지부대 및 132공병 지뢰제거팀이 DMZ 내 유해발굴을 위한 지뢰제거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2018.10.02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 軍 "최초 포착 때부터 경계태세 강화하고 탐색작전 벌였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그동안 지속적으로 불거져 온 군의 '경계 허술'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군은 "경계에는 문제가 없다"며 "정상적으로 작전을 했다"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4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 2일 처음 MDL 일대에서 남성을 포착했을 때 다양한 우발상황에 대비해 정보감시형태를 격상하고, DMZ(비무장지대) 수색작전, 비상주 GP 병력투입, 기동 TOD 운용 등 GP와 GOP의 감시를 강화하는 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지난 3일 남성이 GOP 철책을 월책하는 것을 포착했을 때는 즉각 GOP 종심 차단 및 봉쇄를 했고 동시에 탐색작전을 전개해서 오늘 GOP 종심 제1봉쇄선 내에서 남성의 신병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GOP 경계작전은 크게 철책 전방, GOP 철책 선상, GOP 종심 차단 종심지역에서의 차단작전 등으로 이뤄지는데, 이 중 최고 단계에 해당하는 경계 작전을 펼쳤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아울러 남성이 GOP 철책을 넘은 것을 포착한 뒤에는 진돗개 '하나'를 발령하고 경계태세를 강화했다고 전했다.
군은 그러면서 "지난 2012년 발생한 일명 '노크 귀순' 사건과 유사하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일축했다. 노크 귀순 사건은 북한군 병사가 군사 분계선을 넘어 우리측 측 GOP 소초의 문을 두드리고 귀순한 사건을 말한다. 경계작전 실패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군 관계자는 "노크 귀순을 이번 사건과 유사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분명히 아니다"라며 "노크 귀순은 (병사가) 철책을 월책할 때도 인지하지 못했고 종심 이남까지 민가에 들어가 신고로 식별된 것이고, 이번 건은 신병 확보시까지 (군이) 연계된 작전을 수행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군의 경계에 큰 문제가 없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보고 있다"고 답변했다.
다만 북한 남성이 철책을 넘을 때 과학화경계시스템의 광망이 울리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서는 "왜 작동이 안 됐는지 확인해서 보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철원=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지난 2018년 10월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 일대 GP 앞에서 현지부대 지휘관이 취재진 앞에서 DMZ 내 유해발굴 지역 지뢰제거 작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8.10.02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 북한, 별다른 반응 없어…軍, 관계기관과 남성 조사 중
한편 군은 북한 남성이 자수했는지, 신분이 군인인지, 발견 당시 군복을 입고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선 함구했다.
군 관계자는 "관계기관 조사중으로 세부적인 내용을 말씀드리는 것은 제한된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군은 이 남성이 군인이 아닌 일반 주민인 것으로 보고 있다. 군 관계자는 "본인 진술에 의해 그렇게 추정된다"며 "(자세한 사항은) 관계기관에서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남성이 귀순 의사를 밝혔다는 것에 대해서도 "현재까지는 그렇게 알고 있으나, 단정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또 북한은 현재 이 사건에 대해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은 "북측의 특이동향은 없다"고 밝혔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