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아니스 "문재인 정부가 바이든에 대북정책 시급 설득"
스나이더 "한일관계 악화로 한미일 협력체제 추진 어려움"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조 바이든 차기 행정부와 한국 문재인 정부가 향후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급성 등에 대한 이견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조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국익연구소(CNI) 해리 카지아니스(Harry Kazianis) 한국 담당 선임국장은 1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바이든 행정부가 취임 직후 대내 문제에 우선 집중하는 반면,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문재인 한국 정부는 대북정책 추진에 더욱 조바심을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11일(현지시각) 미국 펜실베니아 필라델피아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부부가 재향군인의 날 행사에 참석했다. 2020.11.12 [필라델피아 로이터=뉴스핌] |
카지아니스 국장은 "바이든 행정부는 먼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의 싸움에 돌입해 대부분의 시간을 쓸 것"이라며 "다음 경제 재건에 나서고, 그 후에야 외교 정책에 신경쓸 것이다. 외교 정책 중에서도 우선사안은 아마도 중국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남북관계 진전을 통한 한반도 평화 구축을 서두르는 문재인 정부가 대북정책에 더 많이 투자하도록 미국 측을 설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평화연구소(USIP) 프랭크 엄(Frank Aum) 선임연구원도 시간이 촉박하다고 느낀 문재인 정부는 북한 문제에 미국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길 원할 것이라며 '긴급성'에 대한 양국의 입장 차가 발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엄 연구원은 또 '한반도 평화'를 앞세운 문재인 정부가 유연하고, 창의적인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반면, 바이든 행정부는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좀 더 조심스러운 접근법을 취하면서 '비핵화'에 초점을 둘 것으로 관측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 속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 등 동맹국의 대중 정책에 대해 미국과 같은 입장을 취하도록 압박할 것이란 일부 전망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보다 중국과의 갈등 수위를 높이지 않을 것이며, 한국에 한 쪽 편을 들도록 강요하지 않을 것이란 게 설명이다.
스콧 스나이더(Scott Snyder) 미국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최근 미국 포브스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차기 미 행정부와 한국 정부 간 이견을 보일 수 있는 부분 중 하나로 미국의 대중정책에 대한 한국의 동참 기대를 주장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가 기후변화나 비확산 등에 대해 중국과 일정 부분 협력하겠지만 대중 경쟁에서 한국 등 동맹국과의 연대를 더욱 강화하려 할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난처한 입장에 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 밖에 한일 간 오랜 앙금이 남아있어 바이든 행정부가 동북아 지역 안보를 위한 한미일 3국 간 긴밀한 협력체제를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DD) 데이비드 맥스웰(David Maxwell) 선임연구원은 향후 한미 간 마찰을 최소화하고,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미 양국이 대북정책의 근본적 전략에 대해 재평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맥스웰 연구원은 이를 위해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 측에 한미 실무단이 추진할 통합 정책과 전략을 검토하고, 한미동맹이 서로 지지하고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고안하도록 요청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한미 양국이 대북 정책과 전략에 대해 충분한 조정이 있다면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 대중 정책 등에 대한 양국의 입장차는 충분히 조율 가능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와 12일 첫 전화 통화를 갖고, 한미동맹, 방위비 분담금 협상, 한반도 정책 등 한미 간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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