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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독일대사 "베를린 소녀상은 표현의 자유 문제…기분 나빠도 수용해야"

기사입력 : 2020년11월15일 11:47

최종수정 : 2020년11월15일 11:47

신임 미하엘 라인펜슈툴 대사 연합뉴스 인터뷰
"WTO 사무총장 선출, 회원국 합의 따라 선출해야"
"분단경험 공유한 독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공감"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미하엘 라이펜슈툴 신임 주한독일대사는 일본의 항의로 철거 위기에 처한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을 '표현의 자유'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사안이라며 "이는 독일에서 매우 매우 근본적이며 중요한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라이펜슈툴 대사는 15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베를린 소녀상에 대한 독일 연방정부 입장에 대해 "독일에서 표현, 의견, 예술과 문화의 자유는 매우 매우 중요하며 이는 독일에 있는 모두에게 해당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인근 소녀상에서 열린 제1461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시위 기자회견에서 경과보고를 하고 있다. 2020.10.14 dlsgur9757@newspim.com

그는 "예술과 표현의 자유는 때로는 내 기분을 나쁘게 하는 표현이나 표현 방식이라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역설했다.

다만 라이펜슈툴 대사는 "독일 내 분권화에 따라 독일 외무성은 이 사안에 대한 어떤 의사 결정 권한이나 조언 역할도 없다"면서 "베를린시와 미테구청장이 결정할 사안이며 현재 이 문제는 베를린 법원에서 심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국과 일본 모두 매우 중요하고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는 파트너"라며 "양국이 역사에서 비롯된 문제를 해결할 방법과 수단을 찾기 위해 노력하기를 적극적으로 장려한다"고 조언했다.

라이펜슈툴 대사는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종전선언에 대한 입장을 묻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속해서 북한에 손을 내미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독일도 분단 경험을 공유하는 국가라 북한과 대화를 위한 한국과 한국 정부의 노력에 많이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한국 정부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해 계속 노력하고, 이와 함께 한반도의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이며 지속 가능한 비핵화를 달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주독미군 감축과 관련해선 "미국 새 행정부 출범으로 미국과 유럽 간 관계에 새 추동력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미군 주둔은 결국 미국이 결정할 사안이지만 주둔이 독일은 물론 미국과 모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에 이익이라는 점을 지목하고 싶다"고 간접적인 반대의사를 내비쳤다.

라이펜슈툴 대사는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 결선에 진출한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에 대해 "회원국들이 유 본부장을 WTO를 정상화하는 데 필요한 매우 어려운 과제들을 해결할 능력이 있는 후보 중 상위권으로 여겼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는 국제사회의 한국에 대한 높은 평가를 보여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우리는 사무총장 선출을 WTO 절차에 충실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회원국들이 사전에 합의한 규칙에 따라 사무총장을 선출하고 WTO를 강화할 해법을 찾기를 희망한다"며 "WTO에 시급한 과제들이 많기 때문에 사무총장 문제에 대한 해법을 이른 시일에 찾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WTO 회원국 선호도 조사에서 더 많은 지지를 받은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사무총장으로 선출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WTO 일반이사회 의장은 지난달 28일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차기 사무총장으로 추천했으나, 미국의 반대로 전체 회원국 의견 일치를 이루지 못해 선출이 지연되고 있다. 독일은 다른 EU 국가들과 함께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7개국(G7) 확대 문제에 대해선 "G7 확대는 모든 구성원 간 논의와 동의가 필요하다"며 "이런 논의와 동의가 없는 상황에서는 경우에 따라 특정 국가를 G7 정상회의에 초청하는 것은 훌륭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대응과 관련, 그는 "한국만큼 인상 깊게 코로나19를 관리하고 대응한 국가는 거의 없다. 한국과 한국 국민들에게 큰 찬사를 보낸다"며 "특히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우리는 한국이 어떻게 확진자 수를 매우 빠르게 줄일 수 있었는지 배우려고 했다"고 높게 평가했다.

한독 양국의 코로나19 대응 협력에 대해선 "현재 한국과 독일 모두 세계보건기구(WHO)에 인적, 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다. 또 세계백신면역연합(Gavi)과 감염병혁신연합(CEPI) 등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기 위한 다자 노력에도 협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아직 양국 간 방문이 쉽지 않다는 지적에는 "독일은 한국인 입국에 대한 제한을 해제할 준비가 돼 있지만, 한국이 양국 간 비자면제협정을 정지했다"면서 "현재 양국 정부가 기업인 등 필수인력에 입국을 원활하게 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며, 최종적으로는 상호주의에 기반해 다시 양국 간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는 게 목표"라고 언급했다.

라이펜슈툴 대사는 터키 이민자 2세 출신의 독일인 부부가 설립한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효과를 최근 발표한 것에 대해 자랑스러워했다. 그는 "이민자가 독일 사회에 매우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며 "개방적인 이민 정책은 국가를 더 강하고 혁신적으로 만든다"고 강조했다.

지난 8월 한국 주재 독일대사로 온 그는 부임 기간 중점을 두는 과제를 묻자 "한국과 독일 모두 수출로 먹고사는 무역국가로서 규범과 국제법에 기반한 국제사회가 매우 중요하다"며 "한국과 독일이 다자주의를 강화하기 위해 과거보다 더 주도적으로 협력하기를 바란다"고 피력했다.

한국과 양자관계 발전을 희망하는 분야로는 "정치, 경제, 연구, 문화, 공공외교, 그리고 특히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협력 강화를 희망한다. 당장 직면한 코로나19 문제가 있지만,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는 우리 자녀들에게 살만한 세상을 남겨주기 위해 향후 10년간 꼭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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