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개포동 재건축 예정지 '들썩'
단기적인 영향·전세가격 변화 주목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정부의 규제 정책으로 한동안 잠잠하던 강남권 부동산 시장에서 재건축 바람을 타고 신고가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올들어 강남 주택시장은 세금 강화, 대출 규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으로 신규 투자에 제약이 많았다. 이런 영향으로 강남은 잠잠한 반면 강북 중저가 단지와 경기도 신도시 등이 새로운 투자처로 주목받았다. 집값 상승도 더 컸다.
최근에는 다시 강남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개포동, 압구정동 단지의 재건축 사업에 속도가 붙자 추격 매수세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강남 집값 상승률도 최근 4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재건축 속도에 신고가 행렬...넉달 만에 요동친 강남 집값
29일 KB부동산이 조사한 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강남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주 대비 0.5% 상승했다. 상승폭으로는 지난 7월 둘째주 기록했던 0.52%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강남 재건축 대장격인 압구정·개포동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컸다. 특히 조합설립 등 행정절차에 속도를 내는 단지 위주로 강세를 보였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2020.09.12 leehs@newspim.com |
압구정 3구역 현대7차 전용면적 245.2㎡에서 지난달 27일 67억원(9층)에 계약이 체결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전 신고가는 8월에 기록한 65억원으로 두 달 사이에 2억원이 올랐다.
개포 주공 6단지 전용면적 73.02㎡는 지난 7일 20억4000만원(2층)에 거래가 이뤄지며 신고가를 썼다.
이들 단지는 재건축에 속도를 내겠다는 각오다. 정부는 지난 6.17 대책에서 조합원들의 재건축 분양 조건으로 2년 의무거주 기간을 추가했다. 내년 초까지 조합설립 신청을 하는 경우에는 의무거주 기간 적용을 받지 않아 재건축 지구들에서는 조합설립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현재 압구정 6개 구역 중 6구역을 제외한 모든 구역에서 조합설립 기준인 주민 동의율 75%를 넘긴 상태여서 각 구역은 조합설립 신청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하반기 강북과 경기도 지역의 집값 상승률이 강남보다 높았다. 강남이 규제의 '타깃'인 점도 있지만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지하철 연장 등 교통호재와 전세난에 수요가 중저가 단지로 몰린 결과다. 서울에 이어 경기도 주요 지역의 전용면적 84㎡ 매맷값이 10억원 선까지 오르자 강남 아파트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이는 현상을 낳았다. 재건축 바람까지 일자 투자자들이 다시 강남 아파트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규제정책 강력해 단기 급등은 제한적
업계에서는 재건축 조합 설립이 단기적으로 시장의 영향을 줄 수는 있겠지만 강남 집값 상승세로 나아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조합 설립은 빠르게 이뤄져도 실제 재건축까지는 많은 절차들이 남아있고, 그 과정에서 조합원들 간 의견 차이로 사업 속도가 나지 않을 수 있어서다.
1만2032가구 규모의 대규모 재건축 단지인 강동구 둔촌동 주공아파트 사업의 경우 지난 26일 조합원 내부 소송을 매듭지었지만 여전히 선·후분양, 분양가 등을 놓고 이견이 많아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둔화된 시장에서는 작은 요인에도 변동성이 크게 나타난다"면서 "재건축 조합 설립이 단기적인 변동성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강남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재건축이 본격화되면 시장에 매매, 전세 매물이 나오지 않아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꾸준히 오르고 있는 강남의 전세 가격은 지속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재건축 조합 설립 속도가 빨라져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면서 "조합 설립 이후 적용되는 규제들이 많아서 시장에 매물이 줄어들게 돼 전세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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