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법경영 강화 도울 목적으로 지난 2월 출범...워치독 역할
삼성 무노조 경영 폐지하고 과오 사과...해고노동자와도 합의
전문심리위원, 오는 7일 파기환송심 재판서 활동 평가 발표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12월 정례회의를 끝으로 올해 공식 일정을 마무리했다.
지난 2월 삼성의 준법경영을 감시하는 외부 독립기구로 출범한 삼성준법감시위는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를 비롯해 노사 관계 등에 변화를 이끌어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사옥에서 열린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제1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0.02.05 mironj19@newspim.com |
◆ 최장 8시간 마라톤 회의로 한 해 활동 마무리
4일 업계에 따르면 준법감시위는 전날 서울 서초사옥 사무실에서 올해 마지막 정례회의를 가졌다.
이날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계열사 내부거래 및 기부 후원 내역 검토와 신고된 제보들을 확인한 후 각 사에 의견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다만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맞춰 위원들을 제외한 삼성 계열사 관계자들은 화상으로 참여했다.
준법감시위 관계자는 "올해 마지막 정례회의였지만 평소와 다르지 않게 진행됐다"며 "연말이라 처리해야 할 것들이 많아 평소보다 이른 정오부터 회의를 시작했는데도 오후 8시 반이 넘어 끝나는 등 역대급으로 길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선 내년도 회의 일정을 옮기는 것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매월 첫째 주 목요일에 하던 정례회의를 삼성 계열사 이사회 일정을 고려해 세 번째 주 화요일로 옮기기로 했다.
이날 안건이 많아 추가로 임시회의를 하는 것에 대한 논의도 있었으나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열지 않기로 했다. 내년 첫 회의는 1월 21일에 가질 예정이다.
앞선 회의에서 발표한 내년 초 삼성 계열사 대표와의 간담회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일정을 확정짓는다는 계획이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뒤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2020.05.06 dlsgur9757@newspim.com |
◆삼성 정경유착 끊겠다...이재용 부회장 직접 사과도
준법감시위는 지난 1월 이재용 부회장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정경유착을 끊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준법감시제도를 마련하라"고 요구한 것을 계기로 설립됐다.
김지형 전 대법관(법무법인 지평 변호사)을 위원장으로 지난 2월 5일부터 공식 활동을 시작한 준법감시위는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SDS,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삼성 7개 계열사와 협약을 맺고 각 사의 준법감시 체계를 감독했다.
매월 첫째 주 목요일에는 정례회의를 열고 협약을 맺은 7계 관계사의 준법 기능을 점검하는 동시에 각사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출범 초기에는 특검을 포함한 시민사회 일각으로부터 '재벌 봐주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거셌다. 이 부회장 감형을 위한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검은 준법감시위 활동을 양형에 반영하겠다고 밝힌 재판부에 대해 기피 신청을 낼 정도로 크게 반발했다.
하지만 준법감시위는 지난 11개월간 꾸준히 활동하며 삼성의 준법 경영에 변화를 이끌어 냈다.
삼성은 지난 1월 준법감시위 설립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준법경영에 대한 의지를 담은 '준법실천 서약식'을 가졌고 실효적 준법감시 정착을 담보하기 위해 관련조직을 대표이사 직속 조직으로 격상시켰다. 전담조직이 없던 계열사들은 준법감시 전담부서를 신설했다.
지난 2월 말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17개 삼성 계열사들이 2013년 미래전략실이 임직원들의 시민단체 기부금 후원내역을 무단으로 열람한 것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이는 삼성준법감시위 출범 한 달이 채 안 된 가운데 이뤄진 것으로 사과 권고를 받은 삼성이 즉시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무엇보다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선 대국민 사과가 결정적이었다. 준법감시위는 지난 3월, 3차 회의에서 노동조합·경영권 승계·시민사회와 소통 문제 등에 대해 이 부회장이 공식 사과할 것을 요구했고 삼성은 이를 받아들여 지난 5월 대국민 사과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고개를 숙였고 무노조 경영 폐지를 약속하는 등 노동 3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시민사회와의 소통 강화와 재판에 관계없는 준법감시위 활동 보장을 약속했다. 자녀에게 회사를 승계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이후 복직을 요구하며 서울 삼성서초사옥 철탑 위에서 1년 가까이 고공 농성을 이어온 해고 노동자 김용희 씨와도 전격 합의했다.
아울러 지난 10월 8일 오전에는 이 부회장이 삼성준법감시위 위원들과 면담을 갖기도 했다. 당일 오후 네덜란드 출장을 위해 출국해는 일정이 있었지만 위원들을 만나 대국민 사과 자리에서 한 약속을 반드시 이행할 것과 위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11.30 pangbin@newspim.com |
◆ 삼성 변화 이끌어낸 준법감시위...실효성 평가 주목
한 해의 활동을 마무리 한 준법감시위는 이제 전문심리위원으로부터 실효성을 평가 받는다. 평가는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마련한 전문심리위원단이 담당한다.
심리위원단은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재판부 추천)과 홍순탁 회계사(특검 추천), 김경수 변호사(이 부회장 쪽 추천)로 구성됐다. 재판부는 삼성준법감시위 실효성을 이 부회장의 양형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재판부에 따르면 심리위원단은 지난달 10일 내부회의를 통해 재판부에 방문면담과 자료제공을 요청했고, 지난달 17일, 19일, 20일까지 사흘에 걸쳐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생명의 준법감시현장에 나가 방문면담을 시행했다.
준법감시위 마지막 회의가 열린 지난 3일에는 심리위원단으로부터 최종 의견서를 받았으며 오는 7일 법정에서 이들의 의견을 직접 들을 예정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준법감시위가 삼성의 워치독 역할을 하면서 삼성 스스로도 준법 윤리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며 "내부에서도 준법경영에 대한 의지가 강해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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