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펀드 출신이 이끄는 헤지펀드, LG 지분 0.6% 매입해 공격
LG "이번 분사로 주력 업종에 집중해 주주가치 높아질 것" 반박
최준선 교수 "공정경제 3법은 펀드보호법…그들이 축포를 쐈다"
[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재계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복합기업집단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지 6일 만에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한국 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를 예고했다.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화이트박스 어드바이저스(Whitebox Advisors)가 LG그룹의 계열 분리를 반대하고 나선 것.
이에 대해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공정경제 3법은 헤지펀드 보호법"이라며 "공정경제 3법이 통과되자 헤지펀드들이 축포를 터뜨린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7일 밤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진행된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금융그룹 감독법, 공정거래법' 등 안건 변경 상정에 대한 표결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손을 들어 반대하는 반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찬성하고 있다. 2020.12.07 leehs@newspim.com |
15일 외신에 따르면 화이트박스는 LG 측에 서한을 보내 "최근 발표된 LG의 계열분리 계획은 소액주주들의 가치를 창출하는데 실패할 것"이라며 "LG는 현재 순자산가치의 69% 수준인 주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화이트박스는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지니먼트 출신인 사이먼 왁슬리가 이끄는 펀드다. 지난 3년간 ㈜LG의 지분 평균 1%를 보유했으며 현재 기준으로는 0.6%를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이트박스는 서한에서 "분사 결정은 기업 지배구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며 "명백하게 유리한 대안이 있었음에도 이사회는 가족 승계 문제를 해결하려고 소액주주를 희생시키는 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고 주장했다.
또 "동종 기업들 중에서 최고의 기업지배구조로 '한국의 신사'라고 불리는 LG그룹이 이렇게 한 것은 '코리안 디스카운트'가 지속되는 한 가지 요인"이라고 썼다.
이에 대해 LG그룹 측은 "이번 분사로 전자, 화학, 통신 등 다른 사업 분야에 집중할 수 있게 되어 주주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LG 측은 또한 "분할이 완료되고 성장전략이 보다 구체화되면 디스카운트 이슈가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데이비드 테퍼 아팔루사매니지먼트 회장. [사진=블룸버그] |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우리 기업에 대해 선전포고에 나선 것을 두고 국내외 전문가들은 국회의 공정경제 3법 통과 때부터 예견된 일이란 반응이다.
앞서 국회는 지난 9일 본회의를 열고 이른바 공정경제 3법을 통과시켰다. 상법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상장회사는 감사위원 중 최소 1명을 이사와 별도 선출하고, 이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모든 주주의 의결권은 3%로 제한된다.
㈜LG의 경우 구광모 회장과 구본준 고문이 각각 15.95%, 7.72%의 지분을 갖고 있지만 감사위원 선임 시 의결권이 각각 3%로 제한된다.
대주주의 영향력을 제한해 감사위원의 직무상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라고 하지만 해외 헤지펀드가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지분 쪼개기에 나설 경우 속수무책 우리 기업들이 경영권을 침탈당할 위기에 놓일 우려가 있다.
미국 헤리티지 재단 창립자이자 아시아연구센터 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에드윈 퓰너 회장은 "공정경제 3법은 행동주의 펀드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외이사를 이사회에 앉히려는 공격적인 시도를 할 때 기업의 방어 능력을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준선 명예교수는 "화이트박스가 다른 헤지펀드를 규합해 ㈜LG를 흔들고 본인들 입맛에 맞는 감사위원을 선임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중대표소송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상법 개정으로 상장사 주주의 경우 지분을 6개월간 0.5%만 보유하고 있어도 자회사 이사에 대해 즉각 소송을 걸 수 있다. ㈜LG 지분을 0.6% 가량 보유해 온 화이트박스가 ㈜LG 계열사 이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앞서 LG그룹은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열고 13개 자회사 중 LG상사와 실리콘웍스, LG하우시스, LG MMA 등 4곳을 분할해 신규 지주회사인 LG신설지주를 설립하는 회사 분할 계획을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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