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노사 임금 합의 못하면 1일부터 파업
하반기 물동량 급증 산업계 '물류대란' 심각
HMM 2월까지 매달 임시선박 투입으로 숨통
외국배 구하기도 어려워 파업하면 수출 중단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HMM 노조가 새해 파업을 예고하면서 국내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 여파로 상반기 쌓였던 물량이 하반기에 집중되면서 물류 대란이 극심한 상황. 컨테이너를 실어 나를 배를 구하지 못해 고민인 수출기업들은 HMM이 임시 투입한 선박에 간신히 수출품을 실어 나르고 있다. 하지만 국내 최대 국적선사인 HMM 마저 파업할 경우 당분간 수출길이 아예 막혀버릴 수 있다는 우려다.
29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해원연합노동조합은 오는 31일 예정된 2차 조정회의에서 사측과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다음달 1일부터 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노조는 임금협상에 진척이 없자 지난 14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제출했다. 이어 23일 1차 조정회의를 벌였지만 합의를 보지 못했고 26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노동쟁의행위에 대한 투표를 진행했다. 조합원 369명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한 결과 찬성표는 97.3%로 압도적이었다.
HMM 노조가 사측의 임금인상안에 반발하며 피케팅을 하고 있다. [제공=HMM 노조] |
◆"10년 만에 최대실적, 1% 인상이 고작?" 노조 불만
HMM 소속 직원은 배에서 일하는 선원과 육상에서 근무하는 직원으로 나뉜다. 그간 경영난에 따라 선상 직원은 2015년부터 6년간, 육상 직원은 2013년 이후 8년간 임금 동결로 고통 분담에 동참해 왔다.
하지만 HMM이 올해 10년 만에 최대 실적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턱없이 낮은 연봉 인상률을 제시한 것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노조는 2012년부터 물가지수가 8% 오른 만큼 임금도 8% 인상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고 사측은 1%의 인상률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달 파업이 실제로 이뤄지면 1976년 HMM이 창립된 이래 첫 파업이다. 파업 압박이 거센 이유는 HMM이 코로나19 여파 속 반사이익으로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HMM은 지난 2분기 1387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5년이 넘는 21분기 만에 분기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4138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고, 올 4분기 영업이익도 흑자가 예상돼 연간 흑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연간 영업이익의 흑자 달성은 지난 2010년 이후 처음이다.
HMM의 10년만의 반전은 코로나19 여파로 컨테이너를 실을 선박이 부족해지면서 치솟은 해운 운임이 영업이익으로 연결되면서다. 우리나라 해운 운임의 기초가 되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8일 기준 2411.82를 기록하며 2009년 10월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컨테이너 1개 당 운임이 평균 2411.82달러라는 의미다. 지난 1월 첫째 주 SCFI는 1022.72로, 컨테이너 운임은 1년 새 두 배가 넘게 올랐다.
노조 측은 "HMM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면서도 임금 1% 인상안을 제시한 것은 직원들을 기만한 것"이라며 "해운업 위기에서 고통분담을 위해 6년 간 급여 동결을 감내했지만 지금은 빚을 값는다면서 제대로 된 처우를 하지 않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측은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내년 시장 환경을 가늠하기 어려운 만큼 큰 폭의 인상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HMM 컨테이너선이 美 LA 롱비치항에서 하역 작업을 하고 있다. [제공=HMM] |
◆'물류대란' 속 HMM 임시선박 투입 중..파업하면 수출길 막혀
산업계는 노조 파업 가능성에 노심초사다. 코로나19 여파로 상반기에 쌓여있던 물량이 하반기에 몰리면서 짐을 실을 컨테이너 박스도, 컨테이너 박스를 운반해 줄 배도 모두 구하기 힘들어졌다.
게다가 항구에 배가 일시적으로 몰리면서 선박이 항구에 제 때 짐을 내리지 못하는 체선(滯船)현상까지 극심한 상황이다. 수출업체 입장에서 비싼 운임으로 보낸 짐을 제시간에 보내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노조 파업으로 항구에서 짐을 싣고 내리는 작업마저 중단되면 수출길이 아예 막혀버릴 수 있는 상황이다. 외국 선박을 구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 글로벌 해운사들은 중국에서 물건을 채워 곧바로 미국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HMM은 국적 선사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빠듯한 선박 운항 일정을 쪼개 미국행 임시 선박을 띄우고 있다. 내년 2월까지 매달 1척 이상의 임시선박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국내 최대 국적선사인 HMM이 파업할 경우 수출길이 사실상 막히게 돼 수출기업들의 피해가 극심하다"며 "해운업계가 내년에는 컨테이너 운송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기로 한 만큼 노사 모두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