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석 국장 반장으로 4명 대표단 구성
최종건, 국내 동결 '이란 자금' 해법 모색
한국 선박 억류 배경은 동결된 '이란 자금'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정부가 6일 이란에 억류된 한국 국적 선박 '한국케미'호 선원들의 조기 석방 교섭을 위한 대표단을 파견한다. 대표단은 반장을 맡은 고경석 아프리카중동국장을 포함해 총 4명으로 구성되며 이날 밤 늦게 출국할 예정이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가장 이른 시일 내에 담당 지역 국장을 실무반장으로 하는 실무대표단이 이란 현지에 급파돼 이란 측과 양자 교섭을 통해서 이 문제의 현지 해결을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호르무즈 로이터=뉴스핌] 김은빈 기자 =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된 한국 유조선 선박 '한국케미호'. 2021.1.4 kebjun@newspim.com |
최종건 외교부 1차관도 선박 억류 문제 해결과 약 70억달러(약 7조6000억원)로 추정되는 한국 내 은행에 동결된 이란 석유 수출대금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오는 10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이란을 방문한다.
최 대변인은 "최종건 차관의 이란 방문 문제는 선박 억류사건과 별개로 오래 전부터 이란 측과 상호 소통을 통해 추진되어 왔던 내용"이라며 "이 문제와 상관없이 원래 예정됐던 대로 이번 일요일부터 이란에 대한 양자 방문을 가질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최 차관 방문시 이란 측과 논의할 의제에 대해 "이번 선박 억류 건과 별도로 오래 전부터 양자 간 전반적인 현안 협의를 위해서 추진되어 왔던 사안이기 때문에 이번에 방문하게 되면 여러 가지 한국과 이란 간의 공동 관심사에 대해서 폭넓은 협의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최근에 발생한 선박 억류 문제와 관련해서도 당연히 관련 의견 교환이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특히 석유 수출대금이 한국 내 은행에 동결된 상황이 이번 억류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최 차관의 이란 방문이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이란의 한국 선박 억류 배경은 국내 동결된 '70억달러 석유 수출대금'
알리 라비에이 이란 정부 대변인은 5일(현지시각)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생방송된 기자회견에서 한국 국적 유조선이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된 데 대해 이란이 인질극을 벌이고 있다는 국제적 비난이 제기되자 "우리에 대한 비난에는 익숙하지만, 인질극을 벌이고 있는 것은 근거 없이 이란 기금 70억달러를 동결한 한국 정부"라고 주장했다.
라비에이 대변인은 "이란 국민의 어려운 사정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제재 대상이 아닌 의약품 같은 물품에 관해서도 근거없는 구실을 들어 이란의 접근을 거부하고 있다"며 "그들은 이란 국민이 우리 자금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어떤 추가적인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란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한국케미'호가 해양 오염과 관련한 규정을 위반해 '기술적 문제'로 억류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한국 내 동결된 석유 대금 등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對)이란 제재와 관련해 한국과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AP통신도 이란 대변인의 발언에 대해 "동결된 자산과의 연관성에 대해 가장 직설적으로 인정했다"고 평가했다.
한국은행과 IBK기업은행·우리은행에 따르면 한국 내 동결된 '이란 자금'은 약 70억달러로 추정된다. 한국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018년 5월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탈퇴한 뒤 이란에 대한 제재를 복원한 후 미국이 요구하는 대이란 제재를 이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 내 은행에 이란중앙은행 명의로 개설된 원화 계좌가 동결되자 이란은 지속적으로 반발해 왔다.
이에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가 큰 이란에 미국의 제재방침에 위반되지 않는 인도적 교역, 즉 한국산 의약품과 방역 장비 등을 수출해 대신 갚는 방식을 제안했다. 하지만 일부 이란 보수강경파 측에선 수조원 대에 이르는 동결 자금과 비교할 때 액수가 터무니없이 적다는 이유로 공공연하게 불만을 드러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나아가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코로나 백신을 확보하고 이 대금을 한국 내 동결 자금으로 납부하는 방안 등을 이란 측에 제시했다. 그러나 이란 측은 이 자금이 달러화로 환전돼 미국 대형 은행으로 송금되는 과정에서 미국이 이 돈을 동결할 가능성까지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이날 파견하는 교섭대표단과 최종건 차관 방문을 계기로 이란 측과 인도적 교역 확대 및 백신 공급 방안 제시 등을 통해 억류된 선박 및 선원들의 조기 석방 가능성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외교부는 선박 억류 문제와 관련해 전날 사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주한 이란대사를 초치해 항의하고, 선박과 선원의 조속한 억류 해제를 요구했다. 국방부는 청해부대 소속 최영함을 호르무즈 해협에 급파해 5일 새벽부터 임무수행에 들어갔다. 최영함은 바레인에 있는 연합해군사령부(CMF)를 비롯해 외교부·해양수산부 등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현지 상황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앞서 한국 국적 화학 운반선 한국케미호는 현지시간으로 4일 오전 10시께 호르무즈 해협의 오만 인근 해역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됐다. 해당 선박에는 선장·1∼3등 항해사·기관장 등 한국 선원 5명을 포함해 미얀마인 11명, 인도네시아인 2명, 베트남인 2명 등 모두 20명이 승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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