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민간분양 늘린다"지만…정비사업 규제 기조 '여전'
원베일리 일반분양 적어…둔촌주공, 4786가구 분양 '기약없어'
노량진·남태령 군부지, 사업시행자 미정…SH·LH "계획 없어"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민이 원하는 분양 아파트 위주로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올해 서울에 아파트 공급이 대거 이뤄질지는 불확실하다.
민간분양 중 수요자 선호도 높고 물량도 많은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정부가 고강도 규제를 지속하고 있어 연내 분양이 불투명하다. 공공분양의 경우 국토교통부가 올 하반기 청약을 예고한 노량진·남태령 사업지가 있지만 아직까지 사업시행자가 정해지지 않았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leehs@newspim.com |
◆ 변창흠 "민간분양 늘린다"지만…재건축·재개발 규제 기조 '여전'
1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변 장관은 지난 5일 주택공급 관련 민관 주요기관과 정책간담회를 연 후 모두발언에서 "신규 공급되는 주택은 국민들이 원하는 분양아파트를 중심으로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 장관은 당시 간담회에서 "주택 공급 확대는 공공의 역량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다"며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입지에 충분한 물량의 고품질 주택을 민관 협력을 통한 패스트트랙(목표를 가장 빠르게 달성할 직접적 경로)으로 공급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그동안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앞세워 공공분양과 임대주택 확대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변 장관이 '민간 분양'을 언급해 기존 정부의 주택정책 기조에 변화를 예고한 것이다.
하지만 변 장관이 언급한 '민간 분양'은 강남권 재건축은 아닌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작년 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보낸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규제를 지속할 것을 시사했다.
그는 "그간 정비사업은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두는 대상으로 활용돼 왔다"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규제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강남권에는 작년부터 분양이 밀린 래미안 원베일리, 올림픽파크 에비뉴포레(둔촌주공) 등 재건축 단지가 있다. 변 장관이 '민간 분양'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이들 단지가 규제완화를 통해 분양에 성공할지는 불투명하다.
◆ 원베일리 일반분양 적어…둔촌주공, 4786가구 분양 '기약없어'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분양을 앞둔 민영 아파트는 4만4722가구(공공물량 제외 기준)로 집계됐다. 작년(3만307가구)의 1.5배 수준이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분양물량이 많은 곳은 강동구(1만4977가구)다. 이어 서초구(7788가구), 송파구(4556가구) 순이다. 주로 강남권에 물량이 몰려 있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2021.01.07 sungsoo@newspim.com |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서 분양하는 단지로는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2월, 총 2990가구) ▲송파구 오금동 송파오금아남(3월, 총 328가구) ▲강동구 둔촌동 둔촌 올림픽파크 에비뉴포레(7월, 총 1만2032가구) ▲송파구 문정동 힐스테이트e편한세상문정(9월, 총 1265가구)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메이플자이(11월, 총 3358가구) ▲송파구 신천동 잠실 진주아파트 재건축(하반기, 총 2636가구)이 있다.
이 중 선호도 높은 단지는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 통합재건축), 올림픽파크 에비뉴포레(둔촌주공 재건축)다. 래미안 원베일리는 반포대교 남단 한강변에 위치해 한강 조망이 가능한 단지로 주목받았다. 올림픽파크 에비뉴포레는 총 1만2032가구 규모로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로 불린다.
다만 이들은 '분양가상한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라는 고강도 규제로 분양에 난항을 겪어왔다. 분양가상한제로 일반분양가를 높게 못 받는데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로 재건축 이익의 최대 50%를 세금으로 내야 해서 조합원들 부담이 크다.
서초구청에 따르면 래미안 원베일리의 일반 분양가는 3.3㎡당 5668만원으로 정해졌다. 역대 서울 아파트의 일반 분양가격 중 최고 수준이다. 다만 이 단지는 일반분양 물량이 224가구로 총 가구수(2990가구)의 7.5% 정도다. 주택공급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둔촌주공은 분양가 산정 때문에 일정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제시하는 분양가와 조합원들이 기대하는 분양가에 차이가 나면서 갈등이 벌어진 것이다. 일반 분양가와 물량 배정을 놓고 조합원 사이의 갈등이 빚어져 조합장이 해임되고, 소송전까지 이어졌다.
둔촌주공 재건축은 일반분양 물량이 4786가구로 총 가구수의 39.7%를 차지해 청약자들 관심이 높다. 둔촌주공이 연내 분양을 하지 못하면 올해 강남권 공급물량이 예상보다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2021.01.07 sungsoo@newspim.com |
◆ 노량진·남태령 군부지, 사업시행자 미정…SH·LH "계획 없어"
공공분양의 경우 국토교통부가 올 하반기 청약을 예고한 노량진·남태령 군부지가 있지만 둘다 사업시행자가 정해지지 않았다.
작년 국토부가 발표한 수도권 공급대책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서울 청약물량은 ▲7~8월 동작구 노량진역 인근 군부지(200가구) ▲9~10월 관악구 남현동 남태령 군부지(300가구)다. 하지만 서울주택도시공사(SH), LH 모두 올해 사업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SH는 올해 진행할 공공분양 단지가 없는 상태다. SH 관계자는 "올해 사업계획에는 노량진·남태령 군부지 관련 내용이 없었다"며 "우리 공사가 수행하는 사업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LH 관계자는 "두 사업지는 사업시행자가 공식적으로 지정되지 않았다"며 "다만 서울권에서는 SH가 담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의 수도권 공급대책 중 수요자들 관심이 높은 용산 정비창, 용산 캠프킴, 노원구 태릉골프장(CC), 마포구 상암동 서부면허시험장, 과천청사부지는 올해 공공주택 공급이 어렵다.
용산 정비창은 내년 하반기 공급 예정이다. 또한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태릉골프장(CC)은 올해 상반기 교통대책 수립 후 ▲과천청사부지는 청사활용계획 수립 후 ▲캠프킴은 미군반환 후 ▲마포구 상암동 서부면허시험장은 면허시험장 이전계획 확정 등의 절차를 거쳐 구체적인 사전청약계획을 발표한다.
LH가 올해 서울 인접 경기권에 분양할 공공주택 물량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LH 관계자는 "현재 공공주택 물량에 대한 계획을 수립 중"이라며 "통상 3월 중 확정된다"고 말했다.
민간분양, 공공분양 모두 대규모 물량공급을 확신할 수 없는 상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올해 서울 아파트 분양이 많이 이뤄질지에 대해 불투명한 입장을 보였다.
김병기 리얼하우스 분양평가팀장은 "정부가 공공재건축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용적률 완화를 비롯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지만 강남권 재건축 조합원들이 원하는 바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며 "강남권에서 규모가 큰 둔촌주공이 분양가 문제로 일정이 계속 밀리고 있어서 연내 분양을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