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제주 동남쪽 양국 EEZ '중첩수역' 대치
외교부 "관할수역 정당한 법집행 활동 수행"
일본 "중단요구 수용 못해…내달까지 조사"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법원의 배상 판결 이후 관계개선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이 12일 제주도 동남쪽 우리 측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벌어진 일본 해양보안청 선박의 측량 활동을 두고 사흘째 대치했다. 양국의 해상 대치는 지난해 8월 이후 5개월 만이다.
12일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서귀포해경 경비함은 지난 10일 오후 11시 55분경 서귀포 남동쪽 129km 해역에서 해상 조사활동을 하고 있는 일본 해상보안청 측량선 '쇼요'(昭洋·3000t급)를 발견했다.
해경 경비함은 쇼요에 접근해 무선으로 "이곳은 한국 영해다. 해양과학 조사를 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의 사전 동의가 필요하다"며 약 9시간에 거쳐 조사 활동을 멈출 것을 반복해 요구했으나 일본 측은 "우리 EEZ에서의 정당한 조사 활동"이라며 해경의 요구를 거부했다. 양측은 12일 오후 4시 24분까지 조사 활동 중지를 놓고 대치했다. 쇼요는 이날 우리 측 해역을 일단 나갔으나 일본 정부는 다음달까지 측량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해상보안청 소속 측량선 '쇼요'(昭洋·3000t급)가 12일 제주지방해양경찰청 소속 경비함정의 중단 요구에도 불구하고 제주도 동남쪽 해상 한국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2021.1.12 [사진=제주지방해양경찰청] |
외교부 최영삼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국제법 및 관련 법령에 따라 우리 정부의 관할수역에서 정당한 법 집행 활동을 상시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며 "관계 기관에 따르면 일본 측 선박의 조사 활동 수행 위치는 우리 측 EEZ에 해당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양경찰청 관계자는 "일본이 한국 EEZ로 인정하지 않는 곳에서 벌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에도 일본 측량선 '헤이요'(平洋)가 이 해역에서 조사 활동에 나서 한국 해경 선박이 중단을 요구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일본 EEZ에서의 정당한 조사 활동"이라는 입장이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외교 경로를 통해 '해당 조사는 우리나라(일본)의 EEZ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한국의 중단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고 전달했다"며 "예정대로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다음달까지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EEZ(exclusive economic zone)는 자국 연안에서 200해리(370.4km)까지 자원의 독점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유엔 해양법상 수역이다. 인접국 간 수역이 겹칠 경우엔 상호 협의로 정하게 돼 있다. 양국이 대치한 해상은 한국과 일본의 양쪽 연안에서 200해리 범위에 있어 두 나라의 EEZ가 겹치는 이른바 '중첩 수역'이다. 이 경우 인접국 간 상호 협의로 수역을 정하게 돼 있지만, 한일은 독도 영유권 등의 문제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EEZ 중첩수역을 둘러싼 양국의 갈등이 그만큼 오래 됐고 이례적인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지난해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과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배상 판결로 한일관계가 악화한 시기에 발생해 이미 경색된 양국 관계에 또다른 대형 악재로 작용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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