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주총 논의는 사실상 무산…연내 전환 실패시 '실탄' 9조원 필요
"주총 통과 뒤에도 절차 많아…4월까지는 중간지주사 전환 구체화돼야"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 전환을 비롯한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에 대해 "지금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논의를 주고받는 단계"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이로써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지배구조 개편안건이 논의될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가게 됐다.
하지만 늦어도 오는 4월 안에는 연내 지배구조 개편 논의가 구체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이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SK하이닉스 지분 보유에 9조원 이상의 자금을 써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기 때문이다.
3일 오후 윤풍영 SK텔레콤 코퍼레이트1 센터장(CFO)은 2020년 4분기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을 갖고 "당사는 MNO 사업뿐 아니라 뉴비즈 사업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아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논의를 주고받고있다"며 "아직 분할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박정호 SK텔레콤 CEO가 4일 SK텔레콤 을지로 본사에서 열린 '2020년 SK ICT 패밀리 신년인사회'에서 신년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SKT] 2021.01.04 nanana@newspim.com |
실적발표 하루 전인 지난 2일 SK텔레콤이 이사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3월 주주총회에서 인적분할을 비롯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이사회를 소집해 해당 안건을 의결하지 않겠냐는 예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이날 이사회에서 논의한 안건 중에는 지배구조 개편안이 포함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을 처음 언급한 것은 지난 2018년으로, SK텔레콤을 중심으로 한 SK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그만큼 오랜 숙원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지배구조 개편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SK하이닉스 지분 20.1%을 갖고 있는 SK텔레콤은 개정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 의무비율을 지키기 위해 30%까지 지분을 늘려야 한다. 최근 들어 SK하이닉스의 주가가 높아지면서 부담은 2년만에 두 배 이상이 됐다. 3일 종가를 기준으로 SK하이닉스 지분 10%를 추가 보유하려면 9조4600억원이 필요하다.
이를 피하려면 SK텔레콤이 연내 중간지주사로 전환해야 한다. 이른 시일 안에 SK텔레콤이 지배구조 개편안을 구체화하리라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중간지주사로의 전환방식은 SK텔레콤을 이동통신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나누고 투자회사는 SK㈜와 합병하는 인적분할안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김홍식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 인적분할 후 잔존법인을 중간지주사가 아닌 SK텔레콤의 통신부문으로 두면 정부의 규제이슈를 피할 수 있고, 올해 기업 분할 작업을 완료하면 공정거래법상 SK하이닉스 지분 30%를 취득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인적분할이든 물적분할이든 이사회와 주총을 통과해야 하고, 통과 이후에도 실제 중간지주사 전환이 되기까지 통상 수개월이 걸린다"며 "이사회 의결이 5월을 넘기면 연내 마무리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당장 다음달 주주총회에서 지배구조 개편안이 통과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됐지만, 4월까지는 해당 안건이 구체화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윤풍영 센터장은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된 결정이 이뤄지는 대로 시장과 조속히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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