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골프장 사업·친인척 허위급여·호텔빌라 거주비 등 횡령
부실 계열사 자금조달 과정서 275억원 상당 불법 BW 발행
직원들 명의로 '차명' 환전…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도
[서울=뉴스핌] 이보람 장현석 기자 = 최신원(69) SK네트웍스 회장이 2200억원이 넘는 대규모 회삿돈을 횡령하는 등 혐의로 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전준철 부장검사)는 최신원 회장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배임·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5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회삿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는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이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1.02.17 dlsgur9757@newspim.com |
검찰에 따르면 최 회장은 개인 골프장 사업추진, 가족 및 친인척 등에 대한 허위급여 지급, 호텔빌라 거주비 및 개인 유상증자 대금 납부, 부실 계열사에 대한 자금지원 등 명목으로 최 회장이 운영하던 6개 회사에서 총 2235억원 상당 회삿돈을 횡령하고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해당 부실 계열사에 대한 자금조달 과정에서 신성장동력 펀드를 기망하는 등 방식으로 275억원 상당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도 있다.
또 수년간 직원들 명의로 140만달러(한화 약 16억원)를 차명 환전한 후 이 중 80만달러(약 9억원)을 관할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해외로 갖고 나간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는다.
최 회장은 특히 지난 2009년 4월 개인 골프장 사업을 추진 하는 과정에서 개인회사 자금 155억원을 무담보로 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뿐만 아니라 2018년에도 개인 골프장 사업을 위해 조달한 자금을 변제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자신의 개인회사를 이용해 260억원 상당 개인 채무를 갚도록 한 사실도 수사됐다.
2012년 9월에는 SK텔레시스 자금 164억원을 회계처리 없이 인출, 최 회장의 유상증자 대금 등으로 활용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같은해 10월 SK텔레시스가 BW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최 회장이 개인 자금으로 증자대금을 납입한 것처럼 신성장동력 펀드를 속여 275억원 상당 BW를 인수하게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또 최 회장이 2012년 11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개인 양도소득세와 주식담부대출 관련 비용 등 사적 용도로 SK텔레시스 자금 116억원을 추가 횡령했다고 보고 있다.
2011년 9월부터 2015년 6월 사이 최 회장이 운영하던 SK텔레시스가 부도위기에 처하자, SKC가 세 차례에 걸쳐 936억원 상당 SK텔레시스 유상증자에 참여토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최 회장은 SKC가 유상증자 참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SK텔레시스 회계자료 공개 및 경영진단 실시 등을 요구하는 데도 이를 거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 회장은 뿐만 아니라 해당 유상증자 참여 상황에서 SKC가 SK텔레시스의 금융권 대출 채무 300억원에 대한 보증책임을 지도록 채무부담확약서(LOC)를 발급하게 한 사실도 검찰 수사결과 확인됐다.
또 2003년부터 작년 11월까지 무려 17년간 가족이나 친인척들을 SK네트웍스 등 6개 회사 직원으로 허위 등재해 232억원 상당 급여를 허위 지급받기도 했다.
최 회장이나 그의 아들 등이 개인적으로 사용한 SK네트웍스 소유 호텔 빌라 사용료 72억원도 회삿돈으로 처리한 정황도 드러났다.
최 회장은 아울러 탈법 목적으로 직원 등 명의를 통해 158차례에 걸쳐 16억원 상당 불법 차명 환전하고 이 중 신고 없이 약 9억원을 갖고 해외에 출국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기소된 피고인의 나머지 일부 혐의 및 관련자들에 대해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달 17일 이들 혐의로 구속됐다. 법원은 당시 "피의자가 피의사실과 같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피의자가 지위를 이용하여 증거를 인멸할 염려도 있으며, 범죄의 규모 및 관련 회사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사진은 지난해 10월 6일 오후 SK네트웍스 본사의 모습. 2020.10.06 alwaysame@newspim.com |
검찰은 1월 7일 최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직접 조사했다. 당시 검찰은 최 회장을 상대로 12시간 넘게 횡령 규모와 경위 등에 대해 집중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횡령한 회삿돈 일부가 비자금 조성으로 이어졌는지 여부도 조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 회장 소환조사는 이에 앞서 진행된 압수수색과 회사 관계자 조사 등을 토대로 이뤄졌다. 검찰은 작년 10월 30일에는 SK네트웍스 현직 임원을 불러 소환조사했다. 이외에도 최 회장이 대표이사 회장을 지낸 SKC 및 자회사 SK텔레시스 관계자 등을 잇따라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해 10월 21일에는 최 회장 의혹 수사를 위해 국세청을 압수수색했고 같은날 6일에는 최 회장 자택과 SK네트웍스 수원 본사 및 서울사무소, SK텔레시스 본사 등 10여 곳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지난 2018년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SK네트웍스의 수상한 자금흐름을 포착했다며 관련 자료를 건네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이들 자료를 바탕으로 계좌추적 등을 벌인 결과 최 회장의 횡령 등 혐의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형이자 SK그룹 창업주인 고(故) 최종건 선경그룹 회장의 차남으로 2000년부터 2015년까지 SKC 회장을 지냈고 이듬해부터는 SK네트웍스 회장을 맡고 있다. SK네트웍스는 SK그룹의 모태이자 1953년 고(故) 최종건 SK그룹 창업주가 세운 선경직물이 전신이다.
한편 검찰은 5일 SK그룹 본사가 있는 서울 종로구 서린빌딩을 압수수색했다. 최 회장의 횡령 등 혐의와 관련해 SK그룹 연관성을 확인하는 등 추가 수사 차원에서다.
다만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 대상에 최태원 SK 회장이 입건되거나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되지는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