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의전화, 언론에 보도된 사건 분석 결과 공개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지난 한 해 동안 남성에게 살해된 여성 10명 중 8명이 남편이나 남자친구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여성의 날인 8일 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해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언론에 보도된 사건을 분석한 결과, 배우자나 데이트 관계, 주변인 등에게 살해당한 여성은 최소 115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남편이나 남자친구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게 살해된 여성은 최소 93명이었다. 배우자 관계에 있는 남성이 45명, 동거나 소개팅, 채팅, 조건 만남 등을 포함한 데이트 관계에 있는 남성이 48명이었다. 무려 80%에 달하는 여성들이 남편이나 남자친구 등에게 살해된 것이다.
배우자나 데이트 관계가 아닌데도 일방적으로 교제나 성적인 요구를 하는 기타 관계에 있는 남성에 의해 살해된 여성도 최소 4명 있었다.
피해여성을 연령별로 살펴보면 50대가 23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40대 18명, 20대 13명, 30대 11명, 60대 10명, 70대 이상 4명, 10대 1명 등 순이었다.
이 외에 살인미수 등 피해를 겪은 여성은 최소 131명, 피해여성의 자녀나 부모, 친구 등 주변인이 중상을 입거나 생명을 잃은 경우는 최소 57명으로 나타났다.
[사진=한국여성의전화] |
보도되지 않은 사건을 포함하면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된 여성은 훨씬 많을 것이라고 한국여성의전화는 설명했다.
가해자가 살인이나 살인미수를 저지르는 동기로는 '피해여성이 이혼이나 결별을 요구하거나 가해자와의 재결합 및 만남 요구를 거부해서'가 53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홧김에, 싸우다가 우발적으로'는 52명, '다른 남성과의 관계에 대한 의심 등 이를 문제 삼아'는 34명, '자신을 무시해서'는 9명, '성관계를 거부해서'는 6명 등이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언뜻 보면 각기 다른 이유인 듯 보이지만 크게 보면 결국 모두 '자기 뜻대로 따라주지 않아서'라는 아주 단순한 이유와 연결된다"며 "가해자들에게 피해여성은 그저 자신이 시키는대로 따라줘야 하는 존재이자 거기서 벗어날 경우 언제든 제 맘대로 해쳐도 되는 존재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을 지우려는 사회적 분위기와 사법부의 문제적 태도가 지속된다면 피해자는 계속해서 위축되고 가해자는 계속해서 당당해질 것"이라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국가는 관련 법체계를 점검하고 대대적이며 지속적인 실태조사를 시행하는 등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km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