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의 위력, 여전히 강하게 존재"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故(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 A씨는 17일 "지금까지 이어지는 상식과 멀어지는 일들로 인해 너무도 괴롭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서하고 싶다"고 밝혔다.
A씨는 이날 오전 서울 모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모습을 드러내고 "그분의 잘못 뿐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잘못한 일에 대해서 진심으로 뉘우친다면 용서하고 싶다"며 "지금까지도 존재하는 그분과 남은 사람들의 위력 때문에 겁이 나서 하는 용서가 아니라 제 회복을 위해 용서하고 싶다"고 말했다.
A씨가 직접 기자회견에 나와 입장을 밝히기는 지난해 7월 박 전 시장을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이후 처음이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 관계자들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국가인권위원회의 제대로 된 직권조사 결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1.01.25 dlsgur9757@newspim.com |
A씨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인해 가해자와 피해자 자리가 바뀌었고, 고인을 추모하는 거대한 움직임 속에서 제가 설 자리가 없다고 느껴졌다"며 "피해사실을 왜곡해 2차 가해로부터 쉽게 벗어날 수 없었으나 분명한 사실은 이 사건의 피해자는 시작부터 끝까지 저라는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서울북부지검 수사 결과와 서울중앙지법 판결을 통해서 피해 실체를 인정받았다"며 "아직까지 피해사실에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에게 이제는 소모적 논쟁을 중단하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A씨는 "사실에 관한 소모적 논쟁이 아닌 진정성 있는 반성과 용서로 한걸음 더 나아가는 사회를 소망한다"며 "거대한 권력 앞에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 그 즉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 A씨가 모습을 드러내기 전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A씨의 입장문을 대독했다.
A씨는 입장문을 통해 "그분의 위력은 그의 잘못이 점점 심각한 수준이 되더라도 그 무게를 온전히 제가 감내하도록 만들었다"며 "그분의 위력은 그의 잘못에 대해, 그 사람을 향해 잘못이라 말하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고백했다.
특히 "그분의 위력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그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 저를 지속적으로 괴롭게 하고 있다"며 "그분의 위력은 여전히 강하게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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