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 A씨는 요즘 마음이 바쁘다. 운용업계에 뛰어들어 본격적으로 실력 발휘를 해보고 싶은데 인허가 절차가 만만찮다. 인·허가 신청 접수하는 데만 한 달이 넘게 걸렸다. 최종 인·허가까지 보통 두어 달 걸린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최근 들어 그 기간이 더 길어지고 있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증시 호황기에 좋은 때를 놓칠까 속이 탄다.
증시 호황에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금융당국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 하면서 아쉬움의 목소리가 하나둘 흘러나오는 모양새입니다.
특히, 금융투자업 인허가와 관련해 최근 금융투자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고 싶은데 하염없이 당국만 바라보고 있어야 합니다. 혹시라도 불이익이 있을까봐 항의는 커녕, 슬그머니 재촉하는 것도 엄두가 안 납니다.
앞선 A씨는 그렇게 오매불망 기다린 끝에 드디어(?) 접수 가능 통보를 받았습니다. 한 달이 조금 넘었다고 합니다. 접수 가능 통보를 받은 것이지 접수가 끝난 것도 아닙니다. 이제 구비서류를 빠짐없이 챙겨 당국에서 오라고 한 날에 가서 접수해야 합니다.
A씨는 "얼마 전 금융감독원에서 접수하라고 연락이 왔다"면서 "해당 날짜에 맞춰 접수하러 갈 예정이다. 한 달 좀 넘게 걸린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투자자문사나 자산운용사는 회사를 설립한다고 해서 바로 자문업이나 운용업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금감원의 심사를 거쳐 인·허가를 받고 최종적으로 금융위원회에 등록을 해야 합니다. 여기에 드는 시간이 적어도 두어 달이란 얘깁니다. 물론 대부분 시간은 금감원의 심사가 차지합니다. 인·허가 신청만 놓고 봐도 접수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접수 자격 요건 심사를 거쳐 접수 가능 여부를 결정 짓고, 이어 접수 후에는 다시 2개월 간 심사를 거쳐 인·허가를 내주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미비 또는 결격 사유가 있으면 인·허가는 당연히 더 늦춰집니다.
물론 심사는 꼼꼼하게 해야 할 것입니다. 어디나 마찬가지겠으나, 이 업계에서도 사고가 터지면 크게 터지니까요. 뱅크 런, 펀드 런 등 우리는 그 같은 사고를 익히 많이 봐 왔습니다. 다만,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을 감안한다면, 당국의 자세도 보다 전향적으로 바뀔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공무원들도 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바로바로 따라가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매번 하는 지적이 반복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근래 금융투자업 인·허가 지연과 관련해선 라임·옵티머스 사태 영향도 거론됩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라임과 옵티머스 사태 때문에 공무원들이 아무래도 그 쪽 인·허가에 조금 주저하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금융당국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대면 업무가 어려워지고, 증시가 활황세를 띠면서 자문사나 운용사 인·허가 신청이 많이 늘었다는 것입니다.
A씨는 "요새 기업공개(IPO) 시장이 좋다 보니까 IPO 펀드 같은 게 잘 된다"면서 "자문사도 그렇고 운용사도 그렇고 많이 밀려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운용사가 약 30개, 자문·일임은 합해서 약 23개 정도 인·허가 신청이 증가했습니다. 일년 전과 비교한 수치입니다. 최종 인·허가 건수가 대개 연간 약 30~40개 수준임을 고려하면, 두 배 정도 많아졌습니다.
작년에 인·허가를 받은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한 서너 달 걸렸다"며 "원래 그 정도 걸린다는 걸 알고 있었다. 심사가 그리 간단한 게 아니다"라고 언급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심사하면서 해당 업체 사람들 만나서 면담도 하고 해야 하는데 코로나 상황이라 쉽지 않다"며 "인·허가 신청 건수도 많이 늘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예년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리고 있다"며 "최대한 신속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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