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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주의 이슈돋보기] 과학수사 정점 DNA와 인간의 진실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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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3세 여아 사망, DNA는 '할머니가 엄마'
친엄마 지목 할머니는 '아이 낳은 적 없다'
과학과 인간의 진실공방 주목

[서울=뉴스핌] 오승주 기자 =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이 주목받고 있다. 경북 구미에서 6개월간 방치돼 숨진 3세 아동 의 친모가 당초 어머니로 알려진 김씨가 아닌 김씨 친정 어머니라고 DNA(유전자) 검사로 확인됐지만, 친정 어머니는 '아이를 낳은 적이 없다'고 부인하면서 '과학과 인간' 사이의 진실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과학을 대표하는 'DNA'와 감성의 동물인 '인간'의 대립 속에 과학적 수사의 대명사로 불리는 DNA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진다.

[김천=뉴스핌] 이민 기자 =구미 3세 여아 친모로 밝혀진 석 모(48) 씨가 11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대구지법 김천지원 법정으로 들어서고있다. 2021.03.11 lm8008@newspim.com

◆과학수사의 정점 'DNA'

영화 '살인의 추억'은 화성연쇄살인을 모티브로 한 영화다. 1986년부터 1991년까지 화성군 태안읍, 정남면, 팔탄면, 동탄면 일대 5㎞이내에서 6년 동안 여성 10명이 살해당했다. 2003년 영화로 제작돼 화제를 모았다.

10차례에 걸쳐 연쇄살인이 벌어졌지만 사건은 '영구미제'로 남았다. 그렇게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져갈 시간이 충분했던 2019년 7월. 첫 사건이 발생한 지 33년만에 진범이 밝혀졌다.

영구미제로 남을 뻔한 사건을 밝힌 해결사는 'DNA'였다. 경기남부경찰청은 화성연쇄살인 피해자들의 남겨진 유품에서 검출된 유전자(DNA)가 강간과 살인 무기수로 복역중인 이춘재의 DNA와 일치한다고 확인하면서 세상 밖으로 다시 나왔다.

DNA(DeoxyriboNucleic Acid)는 살아있는 모든 유기체와 수많은 바이러스의 유전적 정보를 담고 있는 실 모양의 핵산 사슬이다. 기본적으로 H(수소)와 C(탄소), N(질소), O(산소), P(인)로 이뤄진 뉴클레오타이드의 단단한 연결고리다. 뉴클레오타이드는 DNA의 기본구성 단위다. 당과 염기, 인산기로 구성된다.

DNA는 염색체의 주성분이다. 유전정보를 염기서열로 암호화해 저장한다. 세포 분열시 DNA가 서로 엉겨붙으며 굵직한 구조체를 형성한다. 이를 염색체라고 한다. DNA에 저장된 유전 정보 자체를 유전자라고 일컫는다.

다시 말하면 모든 생명체의 근원이 되는 특징적인 물질이다. 하지만 사람마다 DNA의 특징은 모두 다르다. 구조는 동일하지만 특성은 전부 똑같지 않다. 사람의 몸은 약 100조개의 세포로 구성돼 있다. DNA는 세포마다 존재하고, 인체의 모든 곳에 있다. 옷에 묻은 땀, 자신도 모르게 떨어뜨린 머리카락, 극소량의 혈흔 등에 존재한다.

[서울=뉴스핌] 오승주 기자 = DNA 감식절차 <자료=대검찰청> fair77@newspim.com

경찰이 이춘재를 '살인의 추억' 진범으로 특정한 것은 바로 '이춘재의 땀'이었다. 화성 사건으로 희생된 여성 10명 가운데 1990년 11월 숨진 당시 13세의 김모양의 속옷이 경찰에 보관돼 있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김양의 속옷 감식을 의뢰한 경찰은 속옷 허리 부분에서 이춘재의 DNA가 검출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춘재가 김양을 손으로 잡고 흔드는 과정에서 속옷에 땀이 묻었고, 그 안에 섞여 있던 미량의 DNA가 남은 것이다.

경찰은 이어 5번째(1987년 1월) 피해자 홍모 양(당시 18세)과 7번째(1988년 9월) 피해자 안모씨(당시 52세) 유류품을 국과수에 넘겨 분석을 의뢰했고, 역시 땀과 체액 등이 이춘재의 것과 동일하다는 결과를 받았다. DNA검사가 33년된 미제사건을 해결하는 일등공신이 된 것이다.

DNA의 신뢰도는 '99.99%'로 표현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따르면 채취된 극소량의 시료에서도 DNA를 검출할 수 있다. 중합효소 연쇄반응 기법(PCR)을 이용한다. 1ng(나노그램)의 시료만 있어도 가능하다. 1ng의 시료에 담긴 DNA를 증폭시켜 결과를 도출한다. 1ng은 1g의 10억분의 1이다. 현재 한국의 DNA검출 기법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은 1992년부터 행정안전부 산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DNA분석을 시작했다. 해가 거듭될수록 장비와 시약의 발달, DNA감정관의 노하우가 더해지면서 기술이 발전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0년 7얼부터는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DNA법)에 근거해 'DNA-DB구축'도 시작했다.

'DNA-DB'(데이터베이스) 등록 범죄자 수는 해마다 약 2만명씩 늘고 있다. DNA-DB검색을 통한 미제사건 수사재개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DNA-DB검색을 통한 미제사건 수사재개 건수는 법률 시행이 시작된 2010년 33건에서 ▲2011년 320건 ▲2012년 1056건 ▲2016년 1632건 ▲2018년 2177건 등 해마다 증가 추세다.

범죄를 저질렀다고 아무나 DNA 검사를 받지는 않는다. DNA법에 따르면 적용범위는 중범죄에 해당된다. DNA 검사 적용범위는 방화, 살인, 절도, 강도, 강간·추행, 약취·유인, 체포·감금, 상습폭력, 조직폭력, 마약, 청소년 대상 성범죄 등 강력범죄와 성폭력 범죄, 마약범죄 등 재범 위험성이 높은 11개 종류의 범죄다.

채취대상은 ▲수형인(형,치료감호,소년원 송치 등이 확정된 자) ▲법률적용 대상범죄로 구속된 피의자 ▲보호 구속된 치료감호 대상자 ▲범죄현장 등에 남겨진 DNA 감식시료다.

DNA분석기법은 범죄수사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실종아동 찾기와 6·25전쟁 전사자 유해발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한국인 희생자 가족찾기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다. 

[서울=뉴스핌] 오승주 기자 = 유전자 감식의 다양한 활용 < 자료=국립과학수사연구원> 2021.03.26 fair77@newspim.com

◆복병 '키메라'..그래도 남은 것은 '인간의 수사력'

이같은 과학수사의 결정판인 DNA검사도 '100%'가 아닌 '99.99%'라고 하는 이유가 있다. 다름 아닌 '키메라(Chimara)' 때문이다. 과학만큼 사실과 정밀함에 입각한 것도 없지만, '인간계'에서는 과학을 의심케 하는 돌연변이 현상이 드물지만 발현한다.

2015년 10월28일 발간된 미국 타임(TIME)지에는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미국 워싱턴주에 거주하는 한 부부가 인공수정을 통해 아이를 얻었다. 하지만 부부 사이에서 태어날 수 없는 혈액형이 아이에게 나왔다. 친자확인 유전자 검사 결과 아이 유전자는 아버지와는 단지 10%만 일치했다. 어머니 유전자와는 100% 합치했다.

아버지 정자와 어머니 난자로 인공수정을 한 사실은 틀림없었다. 부모는 병원에서 실수가 있을 것으로 여겼지만, 불임시술을 실시한 병원도 실수는 없었다.

부모는 변호사를 통해 스탠포드대학 유전학과에 재분석을 의뢰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아이 아버지는 원래 이란성 쌍둥이였다. 하지만 태아로 있을 때 쌍둥이 형제의 몸을 흡수해 혼자 태어나게 됐다. 이 과정에서 태내에서 흡수된 또다른 쌍둥이의 몸과 혼합되는 '키메라'가 됐다.

아버지의 정액 가운데 90%는 자신의 DNA지만 나머지 10%는 태아에서 흡수된 쌍둥이의 DNA였던 것이다. 인공수정을 통해 태어난 아이는 아버지가 태아시절 합쳐진 쌍둥이 형제의 유전자가 계승된 것이다. 따라서 아이와 아버지의 유전자가 90% 달랐고, '아버지이지만 아버지라 부를수 없는 미스테리'가 나타난 것이다.

[서울=뉴스핌] 오승주 기자 = 1553년 이탈리아의 아레초에서 발견된 '키메라' 청동상 <자료=위키피디아>

생물학에서는 이같은 현상을 '키메라'라고 일컫는다. 키메라는 그리스 로마신화에 나오는 괴물이다. 티폰과 에키드나의 딸이다. 머리와 발다리는 사자, 몸통과 사자의 목 근처에 있는 머리는 염소, 꼬리는 머리가 달린 뱀으로 표현된다.

고대국가 히타이트 전설신화에서는 계절을 상징하는 신성한 성수(성스러운 동물)로 나온다. 사자는 봄, 염소는 여름, 뱀은 가을과 겨울이다.

유전자를 조합해 새로운 세포나 동물을 만들어내는 경우도 키메라로 부른다. 수정란 일부를 잘라내고 다른 세포를 집어넣어 새로 만들어낸 배아를 말한다. 흰쥐의 수정란과 회색쥐의 수정란을 결합하면 얼룩덜룩한 '키메라 마우스'가 탄생하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자연발생적인 '인간 키메라'는 극히 드문 경우로 판단한다. 때문에 DNA검사가 극소수로 나타나는 키메라 현상으로 결과에 대한 신뢰와 과학이 훼손되기는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중요한 것은 '과학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앞선 미국의 인공수정 '키메라 현상'도 과학을 통해 원인이 밝혀졌다. 과학이 맞다고 확신하면, 남은 것은 인간의 수사력이다.

fair77@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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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듀오 내년 1월까지 배송 지연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심재민 인턴기자 =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가 사전예약 직후 품귀 현상을 빚으며 배송 일정이 내년 1월까지 밀렸다. 이례적인 수요에 따른 흥행 신호로 해석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생산 수율 저하와 핵심 부품 공급 차질이 물량 부족을 심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산이 안정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70여개국 동시 출시를 추진한 애플의 전략적 판단도 공급난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 [사진=로이터 뉴스핌] ◆ 10대 중 4대 품질 기준 미달…증산에도 공급난 지속 21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아이폰 듀오는 지난 16일 사전예약을 시작한 지 30분 만에 일부 모델의 배송 예정일이 내년 1월로 미뤄졌다. 오는 23일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지금 주문하면 제품을 받기까지 약 3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애플은 사전예약 수요가 이례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실제 예약 건수와 초기 공급량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장기간의 배송 지연을 수요 폭증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핵심은 생산 수율이다. 중국 경제매체 지몐신문은 지난달 21일 폭스콘 공급망 관계자를 인용해 아이폰 듀오의 완제품 조립 수율이 9월 17일 기준 60%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생산된 제품 10대 중 4대 가까이가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당시 공급망 관계자는 애플의 품질 기준을 유지할 경우 생산라인이 안정적인 수율에 도달하기까지 6개월에서 1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율 문제는 최근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19일 보고서에서 외장 힌지와 초박형유리(UTG) 등 핵심 부품뿐 아니라 최종 조립 단계에서도 수율 부진이 발생해 생산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이 공급망 주문량을 늘리고 있지만 단기간에 물량 부족을 해소하기 어려운 이유다. 중국 증권시보는 지난 10일 애플이 아이폰 듀오의 부품 주문량을 기존보다 30% 늘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부품 확보량을 늘리더라도 최종 조립 수율이 개선되지 않으면 실제 출하량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애플의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듀오' [사진=블룸버그통신] ◆ 70여개국 동시 출시 강행…국내 초기 물량 3만대 공급 부족을 예상하고도 글로벌 동시 출시를 선택한 판단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블룸버그는 지난 18일 애플이 당초 미국과 중국에 먼저 출시한 뒤 판매 국가를 확대하려던 계획을 바꿔 70여 개 국에서 동시에 사전예약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제한된 초기 생산 물량을 여러 국가에 배분하면서 공급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도 물량 부족이 현실화하고 있다. 통신업계가 파악한 아이폰 듀오의 한국 초기 공급 물량은 약 3만대 수준이다. 통신 3사의 일평균 스마트폰 개통량인 약 2만대와 비교하면 이틀 치에도 못 미친다. 통신사들은 첫 폴더블 아이폰 출시를 앞두고 고객 유치에 나섰지만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품 수령 지연에 따른 고객 문의와 불만까지 유통 현장에 집중되면서 정식 출시 이후에도 혼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IT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품귀 현상을 폭발적인 수요에 따른 흥행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생산 차질이 장기화하면 출하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고 삼성전자 등 경쟁사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flurry327@newspim.com 2026-10-2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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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사망설, 왜?…"독재 체제가 불러온 고질병"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42)이 뇌출혈로 쓰러져 중국 병원에서 숨졌다는 소문이 한반도를 넘어 지구촌을 뒤흔들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사망설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가짜뉴스다. 의료기록이나 목격자, 하다못해 정황을 뒷받침할 만한 최소한의 방증이나 전언도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도 소문은 외신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는 물론 국내 언론과 증권가까지 순식간에 번졌다. 사망설 자체보다 이 소문 앞에서 우리 사회가 보인 허술한 대응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지난 19일 '전국 피복·신발전시회-2026' 전시장을 찾아 간부들에게 뭔가를 지시하고 있다. 김정은의 오른쪽은 딸 주애.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10.20 ◆'중국 반체제 인사의 X 글'에 휘둘려 메가톤급 소문의 진원지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반체제 인사 셰완진(謝萬軍)이다. 그는 19일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전해지기로 김정은과 시진핑이 같은 병에 걸렸다. 김정은은 죽었고 시진핑은 죽음이 아직 멀었을까"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어 김정은이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의식을 잃었고 북한의 열악한 의료 여건 때문에 중국에 도움을 요청해 중국 의료진이 급파됐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의 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았으나 골든타임을 놓쳐 결국 사망했다는 얘기다 시신은 북한으로 비밀리에 운구됐고 북한은 이를 숨기고 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이런 엄청난 이야기를 던지면서도 그는 어떤 출처나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셰완진이 중국에서 불법단체로 규정된 '중국민주당 주석'을 자처하며 시진핑 주석 사망설이나 대역설 같은 허위·날조 사실을 SNS에 올려온 인물이란 점에서 신빙성은 떨어진다.  그런데도 영국 더선 등 해외 매체들이 이를 받아 전하면서 소문은 증폭됐고 여기에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장의 권력 장악설이나 중국군 파병설까지 얹혔다. 근거 없는 이야기에 그럴싸한 살이 덧붙여지면서 가짜뉴스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사실 사망설이 한창 번지기 시작한 19일 김정은은 부인 이설주, 딸 주애와 함께 평양에서 열린 '전국 피복·신발 전시회-2026'을 참관했다. 이튿날 북한 관영매체들은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이를 보도했다. 하지만 집요한 가짜뉴스는 이를 견강부회식으로 해석했다. '사망 사실'이 퍼지니 북한 당국이 이를 은폐하고 기만하기 위해 거짓으로 김정은과 가족의 일정을 공개한 것이란 주장까지 내놓으면서 그럴듯하게 포장을 했다. ◆'뇌졸중 쓰러져 中병원 이송'…뻔하고 반복된 레퍼토리 눈여겨볼 대목은 김정은 사망설에서 드러나는 클리셰(Cliché)다. 뇌출혈로 쓰러졌다거나 북한 의료진이 속수무책이라 중국 병원으로 옮겼다, 혹은 시신은 몰래 평양으로 반입했다는 등의 레퍼토리는 과거 북한 지도자의 신변 이상설이 나올 때마다 되풀이된 판박이다. 과거 북한 최고지도자의 사망설 확산 사례를 돌아보면 그 패턴이 드러난다. 1986년 11월 김일성 주석 피격 사망설이 나왔다. 당시 외신과 국내에서 소문이 크게 부풀렸고 최전방 북측 지역에 조기가 걸렸다는 말까지 나왔다. 결국 김일성이 얼마 뒤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오보로 판명됐다. [서울=뉴스핌] 지난 2011년 12월 28일 평양 금수산태양궁전 앞에서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장례식에서 아들이자 후계 최고권력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당시 직책은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운구차 옆을 걷고 있다.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10.20 2008년 9월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권수립 60주년 행사에 불참하면서 와병설이 퍼졌다. 이 경우는 뇌졸중으로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망설과는 별개였고 김정일은 이후에도 3년 넘게 통치했다. 정작 2011년 12월 김정일의 실제 사망은 이틀 가까이 지난 뒤에야 공식 발표됐다. 김일성 주석 때도 1994년 7월 사망 후 하루 이상 지나서 발표됐다. 소문은 엄청나게 번지고 정작 진짜 사망 때는 깜깜무소식으로 있다가 북한 발표가 나오고서야 알게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이런 양상은 이어졌다. 2014년 9~10월 김정은이 약 40일간 공개 활동을 하지 않아 유고설이 불거졌지만 지팡이를 짚고 다시 나타났다. 과체중으로 추정되는 다리 혹은 관절 수술 때문으로 파악됐다. 2020년 4월에는 김일성 생일 참배 불참을 계기로 심혈관 수술 후 위중설, 사망설이 퍼졌다. 일부 정치인이 "99% 확신한다"고까지 단언했지만, 김정은은 20일 만인 같은 해 5월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5월에도 원산에서 현지지도 중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는 소문이 외교가와 증권가를 중심으로 돌았다. 번번이 오보로 끝났지만 가짜뉴스와 소문은 '죽지 않는 각설이'처럼 주기적으로 존재감을 과시한다. ◆'일단 베껴 쓰고 보자'…줏대 없이 흔들린 언론 이번 사태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언론의 대응이다. 유력 외신뿐 아니라 우리 언론도 줏대 없이 흔들렸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확산일로를 걸으니 '일단 베끼거나 받아쓰고 보자'는 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남이 쓰니 나도 쓰고, 안 쓰면 낙종이 될까 불안해 쓰는 식이다. 그 결과 독자와 시청자, 국민은 전례 없는 혼란을 겪었다. 소문이 가장 먼저 들이닥친 주식시장은 출렁였고, 포털과 SNS에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넘쳐났다. 유튜브 일부 채널과 콘텐츠는 한술 더 떴다. 자극적인 제목과 섬네일을 앞세워 사망설을 기정사실처럼 다루며 혼란을 부채질했다. 조회수와 수익이라는 상업적 계산 앞에서 최소한의 사실 확인 의무는 실종됐다. 필자 또한 이번 사태의 한복판에서 적지 않은 시달림을 겪었다. 수많은 지인과 독자들로부터 '정말 사망한 것이냐', '평양이 지금 난리라는 데 파악해 볼 수 있냐'는 문의 전화와 질문 공세가 쏟아졌다. 지난 34년간 북한 취재 현장에서 여러번의 '사망·유고설'을 겪었지만 이번은 유독 파장이 크다. 최근의 남북관계와 북한 김정은과 김여정 남매의 비정상적이고 호전적인 도발 상황이 국민이 불안감을 키운 것이란 생각도 든다. ◆'강 건너 불구경'식 정부 대응도 문제 정부 대북부처의 대처도 비판받을 소지가 많다. '가짜뉴스 엄정 대응'을 공언해 왔지만 이번엔 사실상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에 김정은의 체중이 약 140kg에 이르러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높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소문이 돌 때 더욱 신속하고 구체적인 사실관계 설명이 필요했다. 책임 있는 당국자가 직접 나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소문을 일찍 진화했어야 했다. 국회 정보위원회의 대응도 도마에 오른다. 정보위가 국정원 긴급보고를 받아 사망설이 가짜라는 점을 확인하고, 즉각 공개했더라면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란을 차단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일수록 정보위가 정치적 계산을 앞세우지 않고 사실을 확인해 국민에게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본부 청사와 원훈석 [뉴스핌 자료사진] ◆전문성 키우지 못한 언론도 책임 느껴야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북한 체제의 폐쇄성에 있다. 더구나 김정은 한 사람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된 수령 유일지배 독재체제다. 김정은이 유고상황에 빠지면 대책이 없어진다. 이런 사정에 있다보니 '사망설'을 비롯한 소문의 파괴력은 클 수밖에 없고, 거짓인 줄 알면서도 시장과 사회가 뒤흔들리는 기형적인 상황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다. 정보의 불투명성과 체제의 취약성이 만나 만든 구조적 고질병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우리 언론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북한 보도가 지라시 수준의 글에 휘둘리는 이유는 전문성을 갖춘 저널리스트를 제대로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때 언론사들이 전문기자를 두고 연구소 등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경영 논리와 남북관계 경색에 밀려 유명무실해졌다. 북한 정보의 진위를 가려낼 안목과 취재 네트워크를 갖춘 기자가 줄어들면서 확인되지 않은 SNS 글 한 줄에 증시와 언론, 여론이 함께 휘청이는 모습이 연출됐다. '김정은 사망' 같은 민감한 대북 정보는 우리의 안보와 남북관계, 한반도 정세에 미칠 파장이 크다. 이번 일을 일과성의 해프닝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제대로 된 진단과 대책마련이 없으면 김정은은 앞으로도 몇 번이고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때마다 우리는 휘둘리게 될 것이 분명하다. 정부 대북 부처와 유관기관, 언론, 학계 등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yjlee@newspim.com 2026-10-21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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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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