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3사 1분기 전 세계 선박 절반 수주
철광석 값 1년새 두 배이상 치솟아..제품가 반영
선박용 후판 톤당 10만원 인상, 車강판도 협의 중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포스코가 국내 조선사와 후판 가격 인상에 합의하면서 수익성이 큰 폭으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국내 조선사들이 올 1분기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의 절반을 수주해 후판 가격을 올려줄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철광석 등 원료값 인상 등으로 수익성 저하를 고심해온 철강업계의 숨통이 트이게 됐다.
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현대중공업 등 조선3사와 선박용 후판 가격 협상을 마쳤다. 현대제철은 조선사와 가격 협상을 마무리하는 단계다. 인상폭은 철강사와 조선사 모두 대외비지만 업계는 톤당 10만원 전후로 보고 있다. 철강사는 약 12만원, 조선사는 8만원을 각각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관계자는 인상폭에 대해 "국제 철강가격 및 원료가 상승을 반영해 적정수준으로 인상했다"고 말했다. 톤당 10만원 인상은 포스코의 가격 인상 목표 수준으로, 실적 개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중 포스코 마케팅전략실장은 지난 1월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장기 계약을 맺는 조선사의 경우 종전 수주 부진으로 판가를 인상하지 못했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건조량이 늘면서 후판 수요가 전년 대비 100만t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가격 인상 목표 수준은 10만원/톤"이라고 말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 전 세계 발주량은 1024만CGT(표준선환산톤수·323척)로 집계됐다. 국내 조선사들은 이 중 52%인 532만CGT(126척)를 수주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 한국의 수주 실적(55만CGT·14%) 대비 약 10배에 달하는 규모다. 동시에 국내 조선업 호황기인 2008년 이후 13년 만의 최대 기록이다. 이 때문에 조선사가 철강사에 내세운 수주 부진이란 이유는 명분이 약해지게 됐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포스코는 그동안 조선사와 함께 완성차 업체에 자동차 강판 가격 인상을 요구해왔다. 조선사는 선박 수주 감소를, 완성차 업체는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자동차 수요 위축 등을 이유로 포스코의 요구를 들어주지 못했다.
하지만 철광석 가격이 급등하자 포스코는 올초부터 열연 강판 가격을 5만~10만원/t 올리며 가격 인상을 선언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에 이어 원료값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저하가 우려됐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 가격정보에 따르면 전일 기준 철광석 가격은 168달러/t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80달러/t 대비 2배 이상 오른 가격이다. 지난해 5월부터 철광석 가격은 상승해 지난해 12월 176달러/t까지 치솟았다. 철광석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름세인 탓에 철강재 추가 가격 인상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변수는 철강사가 자동차 강판 가격을 얼마나 올릴 수 있느냐다. 유럽과 미국 등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하는가 하면, 중국도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전 세계 자동차 수요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자동차 수요 전망치는 7910만대로, 지난해 보다 9% 높게 잡았다. 이는 2019년 8670만대 대비 91% 수준이다.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려면 올해부터 약 3년이 소요될 것이란 게 연구소의 분석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와 강판 공급 가격 인상을 추진해온 철강사가 최근 선박용 후판 가격 인상에 합의했기 때문에 글로벌 철강 제품 가격에 맞춰 자동차 강판 가격도 오를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또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전체 수요가 회복세인데다 전기차 등 미래차용 신강종 중심으로 철강사의 강판 가격 인상 요인이 있다"고 말했다.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