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2009년 공정위 민간자문위원…조사 기업 '브로커' 역할
금호아시아나 사건에도 개입한 것으로 알려져…현재 수사 중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 민간 자문위원을 지내면서 알게 된 직원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사건을 무마시켜주는 대가로 기업가에게 금품을 받은 '공정위 브로커'에게 징역 1년8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홍창우 부장판사는 최근 변호사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모(56) 씨에게 징역 1년8월과 3억5500만원의 추징금 선고를 내렸다.
지난 2004년부터 2009년까지 6년간 공정위 민간자문위원으로 일했던 윤 씨는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는 기업에 접근해 조사 정보를 미리 알려주고 과징금을 감면받게 해준다며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사진=뉴스핌 DB] 2020.1.14 onjunge02@newspim.com |
윤 씨가 2012년 4월 골판지 원단 가격 담합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던 한 업체 대표를 만나게 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는 업체 대표 A씨에게 '공정위 간부와 직원들을 잘 아니까 과징금이 많이 나오지 않도록 해주고 조사·심사 관련 내부 정보를 주겠다'고 하면서 업무 추진비 등을 받고, 일이 잘되면 자신에게도 3억원은 줘야 한다는 약속을 받았다. 이런 식으로 윤 씨가 2012년부터 2018년까지 A씨로부터 업무추진비와 접대비 명목으로 받은 돈은 약 3억5500만원이었다.
홍 부장판사는 "과거 공정위 민간 자문위원을 역임한 것을 기화로 공정위 조사를 받는 기업인으로부터 청탁 명목으로 장기간에 걸쳐 거액을 수수한 것으로서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무의 공정성과 불가매수성에 대한 공공의 신뢰를 훼손하고 변호사법 입법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한 범죄로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가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과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등을 고려해 징역 1년8월을 선고했다.
한편 윤 씨는 2014년 공정위가 금호아시아나의 금호산업에 대한 계열사 부당지원을 조사할 당시에도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 씨는 공정위가 현장조사에서 박삼구 전 회장과 금호아시아나에 불리한 자료가 들어있는 하드디스크를 확보하게 되자, 공정위에서 디지털포렌식 업무를 담당하던 송모(52) 씨를 통해 해당 파일을 삭제하는 방식으로 증거인멸을 부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송 씨와 '브로커' 윤 씨로부터 송 씨를 소개받은 금호아시아나 재무 기획 임원 또 다른 윤모(50) 씨는 기소돼 같은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수사기관은 송 씨와 브로커 윤 씨의 남은 죄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delant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