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이민걸·이규진 유죄 판단 후 26일 첫 재판
"개인적 양심 우선한 게 아닌지 우려…숙고와 성찰 부탁"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사법농단' 사건의 키맨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공범들이 유죄 판결 이후 처음 열리는 재판에 출석해 "재판장이 법관으로서의 직업적 양심보다는 개인적 양심을 우선한 게 아닌가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임 전 차장은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신의 재판에서 이같이 말했다.
임 전 차장 측은 지난 13일 재개된 재판에서 지난 2017년 김명수 대법원장이 이른바 '법관 블랙리스트' 재조사와 관련해 일선 판사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서울중앙지법 판사 10명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한 발언 내용이 법원행정처에 자료로 남아있는지 등을 사실조회 신청을 했다. 지난 2월 조선일보는 윤 부장판사가 당시 대표 10명 중 한 명으로 참석해 '(사법농단 사건을) 반드시 진상규명해서 연루자들을 단죄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보도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06.08 dlsgur9757@newspim.com |
하지만 재판부는 사실조회 신청을 기각했고, 임 전 차장 측은 이의 신청을 낸 상태다.
이날 임 전 차장은 직접 발언 기회를 얻어 "지난번 공판준비기일에 이 사건 재판에 임하는 자세에 관해 헌법 103조에서 말하는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재판하신다고 언급했다는 보도를 봤다"며 "저 역시 30년간 법관으로 봉직한 사람으로서 재판장님의 고뇌어린 심경은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헌법 103조에서 말하는 법관의 양심은 헌법 19조가 말하는 개인적 양심과는 확연히 구별된다"며 "만일 조선일보 보도와 같이 재판장님이 대법원장 면담에서 그와 같은 발언을 했고, 그러한 마음가짐으로 이 재판에 임한다면 법관으로서의 직업적 양심보다는 개인적 양심을 우선시킨 것이 아닌가 깊이 우려를 하고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재판장님의 깊이 있는 숙고와 성찰을 부탁드린다"고 날을 세웠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사실조회는 법원이 공판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인데 변호인의 사실조회 신청은 그 목적을 보더라도 공판준비가 아니라 재판부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공정성에 대한 흠집을 내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이의신청을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쌍방 의견을 듣고 이의신청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같은 법원 형사합의32부는 지난달 23일 이민걸·이규진 전 판사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면서 임 전 차장과의 공모관계를 인정했다. 이에 법조계 안팎에서는 재판부가 임 전 차장에 대한 유죄 판단을 이미 내린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32부는 36부와 겸임으로, 재판부 구성원과 재판장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판결 후 재판장인 윤 부장판사는 임 전 차장과 검찰 측에 해당 선고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내달라고 공판준비명령을 내렸다.
이에 대해 임 전 차장 측은 지난 공판준비기일 당시 "관련 사건 판결 선고 의미에 대해 피고인 측 의견을 개진하라는 게 적절한 명령인지 의문"이라며 "현재 재판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의견을 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말씀 드릴 게 없다"고 일축했다.
윤 부장판사는 "다른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관련 사건 판결에 기속되어 향후 심리를 진행할 생각이 전혀 없고 오히려 향후 당사자 주장을 더욱 경청해, 혹시라도 판결이 잘못됐다면 달리 판단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 법관의 양심을 규정한 '헌법 103조'를 언급하면서 "이 법대에 앉아있는 형사36부 구성원 3인 모두가 헌법 103조가 정한 법관이며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라며 "각자가 판사로서 헌법과 법률에 의한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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