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역할 고정관념 심을 수 있어...미래 행동 등에도 영향"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분홍색은 여아용, 파란색은 남아용'이라고 표기해 상품을 생산·판매하는 행위는 영유아에게 성역할 고정관념을 심어줄 수 있다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판단했다.
인권위는 4일 영유아 상품 생산업체 8곳에 성별에 따라 색깔을 구분·표기한 것은 성역할 고정관념을 학습하게 할 수 있다며 성중립적인 방향으로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서울 중구 삼일대로에 위치한 국가인권위원회 청사 전경. [사진=국가인권위원회 제공] |
앞서 시민단체인 정치하는엄마들은 지난해 영유아 상품 생산업체들이 기능과 무관하게 '분홍색은 여아용, 파란색은 남아용'으로 성별을 구분하고 소꿉놀이를 여아놀이로 취급하는 등 아이들에게 성역할 고정관념을 강화시키고 있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 조사 과정에서 영유아 상품 생산업체들은 판매·유통상 편의를 위해 상품에 성별을 표기했고, 이는 색깔에 따라 성별을 구분하는 사회·문화적 관행에 익숙한 소비자의 선호를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의 판단은 달랐다. 인권위는 "아이들은 색깔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에 따라 여성은 연약하고 소극적이고, 남성은 강인하고 진취적이라는 성역할 고정관념을 학습하게 된다"며 "성역할 고정관념은 아이들의 미래의 행동, 가치관, 직업선택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고 밝혔다.
또 "사회규범을 내면화하고 성역할을 습득하는 등 개인의 가치관 형성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시기에 제공되는 놀이, 경험 등의 환경은 아이들로 하여금 그것이 자신에게 적합하다는 인식을 자연스럽게 갖게 한다"며 "그 결과로 행동이나 태도 그리고 놀이와 직업을 선택할 때 스스로가 원하는 것이나 자신의 재능 또는 가능성이 아닌,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성에 대한 정형화된 관점에 따른 선택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최근 해외 각국에서도 성별을 구분하는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비판과 지속적인 개선요구로 영유아 상품의 성별 구분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며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은 2015년 5월부터 기존에 남아, 여아로 구분하던 아동용 완구를 '아동완구'로 통합해 운영하기 시작했으며, 미국과 영국의 완구 매장에서 성별 구분을 없애는 곳들이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인권위는 이번 진정사건에 대해 소비자가 해당 상품을 구매하는데 제한이 있지는 않는 점을 고려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
km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