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원장에 불가리스 만드는 세종공장장
"비대위 구성 이후 쇄신·경영혁신안 만들 것"
[서울=뉴스핌] 이서영 기자 = 남양유업이 결국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다. 대기업에서 경영상황 악화로 비대위 체제로 전환한 것은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다. 따라서 비대위 역할은 남양유업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것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남양유업은 지난 7일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경영쇄신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10일 밝혔다. 다만 남양유업 쇄신 방안은 비대위 구성이 끝난 후 나온다.
업계는 남양유업의 연이은 사건 사고들이 수직적인 '지배구조'에서 비롯된 만큼, 쇄신안에 지배구조 변화와 관련해 어떤 구체적 내용이 담길지 주목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홍형곤 기자 = 2021.05.04 honghg0920@newspim.com |
◆쇄신안 언제 나올 것인지 확실치 않아...비대위 구성이 우선
쇄신안에는 남양유업의 '신뢰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사안들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남양유업이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현재의 수직적 지배구조를 바꾸고 세습이 없도록 지분정리를 완료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회사의 철학이나 운영방식에 큰 변화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쇄신안에는 '외부의 시각'을 들여오는 방향으로 지배구조를 전환해야 한다는 얘기가 담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또 지분정리와 관련해 "홍 회장이 직접 세습이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기 때문에 이를 소비자들에게 증명해보이기 위해서는 '지분정리'가 선행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업계 관계자 역시 남양유업 쇄신안에는 수직적인 지배구조를 타파하는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발표는 사실상 윗선의 묵인 없이는 진행될 수 없는 사안이어서 윗선에서 결정한 이후에는 실무진에서 아무리 상황을 바꾸려고 해도 안 됐을 것"이라며 "우선 상하 소통이 원활하게 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지분 정리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경영 쇄신안이 언제쯤 나올 수 있을 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비대위 구성이 끝나야 쇄신안 구성에 착수할 수 있어서다. 현재까지 결정된 것은 비대위원장 뿐이다.
비대위원장은 정재연 남양유업 세종공장장이 맡는다. 남양 측은 경영 쇄신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내부 상황에 능통한 정 공장장이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비대위가 몇 명으로 구성될지 등 세부적인 내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정 교수는 "이번 불가리스 사태는 남양유업의 생존에 영향을 미칠 만한 사건이었고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위해서는 부정적인 상황을 개선해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은 비대위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본다"며 "다만 변화는 제도 하나 바꾼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문화와 철학 및 가치관의 문제이기 때문에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뉴스핌] 이서영 기자 = 남양유업 사태 일지. 2021.04.21 jellyfish@newspim.com |
◆향후 누가 회사 이끌지도 관심사…업계 "남양유업 '지분정리' 선결돼야"
비대위 전환 후에도 남양유업이 고객 신뢰를 회복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폐쇄적 지배구조에서 벗어나려면 홍 회장의 지분 매각이 선결 조건인데 남양유업이 이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고 있어서다.
그런 탓에 업계 관계자들은 경영진 구성보다도 '지분정리'가 선결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홍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더라도 그의 영향력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도 우세하다. 홍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이 절반 이상이라서다.
현재 홍 회장은 남양유업의 지분 51.68%를 보유하고 있다. 뒤를 이어 부인인 이운경씨가 0.89%, 동생인 홍명식씨가 0.45% 등 홍 회장 일가가 53.08%를 보유했다. 홍 회장이 사퇴했음에도 남양유업의 주요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근거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남양유업이 불가리스 사태로 사실상 기업의 존폐 위기까지 내몰린 만큼 홍 회장의 지분 정리에 속도를 내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남양유업은 후임 대표 및 총수일가 지분과 관련한 공식 입장은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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