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앓다 모친 흉기살해 및 부친 살해예비 혐의
"심신상실까진 아냐…치료감호·5년간 보호관찰도 필요"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직장 내 승진시험에 불합격한 뒤 피해망상에 빠져 부모를 살해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결국 어머니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이 징역 15년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존속살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42)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치료감호와 5년간 보호관찰을 명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A씨는 지난해 2월 20일 새벽 1시 경 세종시에 있는 부모의 집에서 잠든 어머니를 흉기로 수차례 찌르고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귀가하는 아버지도 살해할 목적으로 미리 준비한 흉기를 가지고 기다린 존속살해예비 혐의와 아버지가 집에 들어오지 않자 같은 날 오전 8시 경 승용차를 운전해 현장을 떠나는 과정에서 다른 차량을 들이받고 도주한 혐의도 받았다.
공기업에 다니던 A씨는 같은 해 1월 경 승진시험에서 2년 연속 불합격하자 직장에 대한 불신과 주변에 대한 불만이 쌓여가던 중 부모가 공모해 자신을 살해하려고 한다는 망상에 빠져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범행 당시 조현병적 증상이 발현돼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피고인이 심각한 정신질환으로 인해 합리적으로 의사를 결정하는 데 상당한 지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사물변별능력이나 의사결정능력이 완전히 결여된 상태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의 집 근처로 이사까지 와서 손주들을 돌봐주며 자식 뒷바라지만 하다 영문도 모르고 친자식의 손에 무참하게 살해당한 모친이 느꼈을 끔찍한 고통은 그 누구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컸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A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범행의 원인이 된 정신질환을 완전히 치료하지 않을 경우 남아 있는 가족들을 대상으로 또다시 극단적인 범행을 저지를 위험성이 있다"며 치료감호와 5년간 보호관찰이 필요하다고 봤다.
A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으나 항소심은 1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도 "원심 판단에 존속살해예비죄의 성립요건, 심신상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연령·성행·환경, 피해자들과의 관계, 이 사건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 정황 등 기록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에 되는 여러 가지 사정들을 살펴보면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사정을 참작하더라도 원심이 피고인에 대해 징역 15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