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강제추행 혐의로 1심서 징역 1년6월·법정구속
"피해자 진술만으로 기소…검찰 수사 부실" 주장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며 제자들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전직 용화여고 교사가 항소심에서도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고법 형사10부(이재희 부장판사)는 13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56)씨에 대한 항소심 1차 공판을 진행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 노원스쿨미투를지지하는시민모임, 한국여성의전화 관계자들이 2월 19일 오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법원 앞에서 용화여고 스쿨미투 1심 선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용화여고 전 국어교사 A(56) 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2021.02.19 mironj19@newspim.com |
이날 A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학생을 추행한 사실이 없다는 사실오인과 법리오해로 항소했다"고 밝혔다. 반면 검찰은 1심 형이 너무 가볍다는 양형부당을 항소이유로 들었다.
변호인은 "경찰과 검찰이 수집한 증거는 피해자 진술과 피해자로부터 들었다는 참고인 진술 뿐인데 검찰은 범행 장소와 시기 등을 특정할만한 피해자 진술을 듣고도 수업 시기나 교실 위치 등 어떤 자료도 확인하지 않고 오로지 진술만으로 기소했다"며 검찰 수사가 부실했다고 주장했다.
2차가해 논란에 대해서도 "피고인은 관련 인터뷰를 하거나 피해자들에게 연락한 적이 없다"며 부인했다. 이어 "피고인은 검찰에 송치된 후에야 피해자 이름을 알게 됐다"며 "경찰은 조사 당시 피해자에 대한 특징적 언행이나 상황도 말해주지 않고 그런 행위를 했느냐 안했느냐고만 물었는데 피고인은 그저 없다고 답할 수 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피고인은 2차가해라는 비난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스스로 조심하고 있다"며 "유무죄를 떠나 제자들에게 고소당한 사건이라 부끄럽고 당시 상처나 응어리가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A씨는 1심에서 "피해 학생들이 주장하는 신체적 접촉이 있었을 수 있으나 사제 간 자연스럽게 발생한 것이고 추행으로 볼 수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1심은 "피고인은 교육자로서 학생들을 보호해야 할 지위에 있음에도 자신의 지위와 의무를 망각하고 5명의 제자에게 10여회에 걸쳐 반복적으로 추행을 저질렀다"며 강제추행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A씨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5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복지시설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1년 3월부터 2012년 10월까지 서울 노원구 용화여고 생활지도부실 등에서 학생 5명을 강제로 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교실에서 수업 시간 발표자료를 검사하다가 옆에 앉아있는 제자의 허리와 엉덩이를 치거나 생활지도부실에서 제자의 교복 치마 안으로 손을 넣는 등 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초 검찰은 수사 결과 2018년 12월 A씨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으나 이듬해 2월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이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추가 수사를 거쳐 A씨를 기소했다.
용화여고는 이른바 전국 '스쿨미투'의 발단이 된 곳이기도 하다. 사건 이후 전국 100개 학교로 스쿨미투 운동이 번졌다.
한편 A씨는 사직한 뒤 징계 처분(파면)을 받고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파면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달 1심에서 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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