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체코대사관 있다. 필요한 것 있다면 얼마든지 돕겠다"
朴의장 "北과 관계 좋은 체코, 한반도 평화에 대단히 중요"
[프라하=뉴스핌] 김현우 기자 =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은 박병석 국회의장으로부터 한반도 문제 해결 협력 요청을 받자 "지원을 '총동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체코는 북한에 대사관을 설치한 국가로, 북한과의 외교 채널이 유효한 국가다.
제만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오후 대통령 관저인 체코 프라하 인근 라니성에서 박병석 의장을 만나 "이제 북한에는 체코 대사관이 있다"며 "한국의 어떤 활동에 지원이 필요하다면 지원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박 의장은 제만 대통령과 만나 "지난주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결이라는 한반도 정책에 완전한 합의를 이뤘다"라며 "바이든 정부는 4년간 지속될 정부이기 때문에 북한은 이 점을 중시해야 한다. 국제사회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사진=국회 제공] 박병석 국회의장이 27일(현지시간) 오후 프라하 인근 라니성에서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을 예방했다. 2021.05.27 |
제만 대통령은 이에 "개인적으로 한반도 통일을 굉장히 바란다. 제 인생이 끝나기 전에 북한과 함께 하나의 나라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며 "이를 위해 도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화답했다.
박 의장은 "북한과 관계가 좋은 체코의 역할은 한반도 평화에 있어 대단히 중요하다"며 "제만 대통령 지원에 대해 대한민국 국회를 대표해 각별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제만 대통령의 말을 문재인 한국 대통령에게도 전달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교류협력을 통해 남북이 윈윈(win-win)하길 바라고 북한이 진정으로 국제 사회에 나오고, 남북간 교류 협력을 원한다면 본격적인 경제협력을 할 준비가 돼 있다"며 "조건없는 남북 국회회담을 공개적으로 제안한 바 있다. 제만 대통령도 북한이 국제사회로 나와 함께 발전할 계기를 만들 수 있도록 해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한편 이날 제만 대통령은 박 의장을 향해 경제협력과 리튬산업 투자, 서울-프라하간 직항 노선 재개를 요청했다.
박 의장은 "세계 모든 교역량이 줄었음에도 지난해 양국 교역량은 36억달러로 역대 최대였다"며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고 윈윈할 수 있는 계기란 것을 증명했다"고 답했다.
또 박 의장은 체코 정부가 추진하는 혁신전략 2019-2030 계획에서 협력이 가능하다고 역제안을 하기도 했다. 박 의장은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도 상호 협력의 가능성이 아주 높다"며 "이 분야에서도 양국이 협력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사진=국회 제공] 박병석 국회의장이 27일(현지시간) 오후 프라하 인근 라니성에서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을 예방했다. 2021.05.27 |
체코 순방의 주된 목적인 '원전 세일즈'도 이날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박 의장은 "체코 신규 원전의 최적의 파트너는 한국"이라며 "한국은 시공, 운영, 원가, 공기 면에서 어느 나라와도 경재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만 대통령이 강조한 현지화, 현지업계 참여, 기술이전도 할 것"이라며 "현지화와 기술이전에 대한 준비를 마쳤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박 의장의 제만 대통령 예방은 예정된 시간보다 30분이 길어져 총 1시간 20분 동안 이뤄졌다. 예방 도중에는 간간히 웃음과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특히 박 의장은 과거 체코와 우리나라의 역사적 접점을 강조하며 눈길을 끌기도 했다.
박 의장은 "일제시대 독립 투쟁 당시 독립군이 사용한 무기 중 성능이 가장 좋았던 무기 중 하나가 체코산 무기였다"라며 "체코가 가진 건실한 재정 능력, 유럽 중심이라는 지리적 이점과 한국의 기술, 자본이 서로 합쳐진다면 서로가 윈윈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박 의장은 "체코에 1989년 벨벳 혁명이 있었듯, 한국에는 1987년 6월 항쟁이 있었다"라며 "지정학적으로 모두 강대국에 둘러 쌓여있지만 민족적 정체성을 유지하고 민주주의를 이룩하는 등 양국의 공통점은 참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with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