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한도 4억원으로 제한, 9억짜리 주택 매입시 4000만원 늘어
1주택자 제외해 '갈아타기' 혜택 못 받아...중저가 매물로 수요 유입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정부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최대 70%로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대상자가 한정적인 데다 대출 증액분이 크지 않아 '생색내기용' 대책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에서 중위가격 주택을 매입할 때 LTV 증액분(최대 20%P)을 모두 활용하기 어렵다. 최대 대출금액을 4억원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1주택자도 제외돼 갈아타기 실수요자가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는 목소리가 있다. 다만 여당의 이번 조치로 LTV를 최대치로 활용할 수 있다는 5억~7억원 수준의 중저가 매물 거래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대출한도 4억 제한·1주택자 제외에 '생색내기용' 지적
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여당이 서민·실수요자를 대상으로 LTV를 최대 70%로 높여주는 조세제도 개선방안을 내놨지만 실효성이 낮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위가 LTV 완화 방안을 공개한 데 이어 지난 1일 금융위원회가 서민·실수요자의 대출 기준을 담은 세부안을 내놨다. LTV 우대혜택은 기존 10%에서 최대 20%로 확대하고 LTV 대출한도도 10~20%P 올려주기로 했다.
다만 대출 한도를 4억원으로 제한해 9억원 수준의 주택을 매입할 때는 이번 혜택을 온전히 받기 어려워졌다.
예컨대 투기과열지구에서 9억짜리 아파트를 구입할 때 LTV 60%를 적용하면 5억4000만원으로 대출받을 수 있다. 기존 LTV 40% 적용시 3억6000만원보다 한도가 1억8000만원 늘어난다. 하지만 대출 최대한도가 4억원으로 묶이고 DSR 한도 이내로 규제되기 때문에 실제로 받을 수 있는 대출은 최대 4억원이다. 기존보다 4000만원이 늘어나는 구조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10억원이 넘는 상황에서 서울지역 주택은 대부분 이런 상황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달(10억9993만원)보다 1130만원 상승한 11억1123억원을 기록했다. 중형 면적의 거래가 가장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20평대 주택을 사려해도 LTV 기준에 맞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주택가격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는 상황에서 우대조건 및 대출조건 완화폭이 크지 않다보니 실수요자가 느끼는 체감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1주택자의 불만도 상당하다. LTV 완화 조치가 무주택자로 한정돼 갈아타기 수요자는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출산과 직장 수요 등을 이유로 주택 면적을 넓히려는 1주택자가 대출을 받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가 생색내기에 그칠 것이란 지적이 적지 않다.
정부가 '핀셋 조정'으로 부동산 정책을 펴나가는 이유는 집값 상승에 대한 불안감이 크기 때문이다. LTV 완화로 주택 수요가 늘면 매매시장이 다시 들썩일 수 있다는 불안 심리가 크게 자리 잡고 있다.
◆ 7억 이하 중저가 매물로 수요 유입될 듯
무주택자가 대상이긴 하지만 대출규제가 완화되면 중저가 매물의 거래가 다소 늘어날 여지가 있다.
특히 서울지역보다 경기도와 인천 주택시장에 실수요가 유입될 공산이 크다. 서울은 주거 및 교육환경 등 인프라를 갖춘 주택은 이번 LTV 완화 방안을 적용받기 어렵다. 결국 경기와 인천 등의 5억~7억원대 주택이 주요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5억~7억원대 주택을 매입할 때 받을 수 있는 대출은 한결 늘어난다. 6억5000만원 아파트의 경우 6억원까지는 LTV 60%(3억6000만원), 초과분 5000만원에 대해서는 50%(2500만원)를 적용받아 최대 3억85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이는 LTV 40%를 적용한 종전(2억6000만원)보다 1억2500만원 늘어난다.
경기·인천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서울지역은 재개발, 재건축 등 정비사업에 대한 개발 기대감이 높다면 이들 지역은 GTX, 지하철 연장 등 교통 인프라가 큰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LTV 완화로 매수세가 늘면 매도호가가 높아질 공산이 크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LTV 규제가 완화되면 서울 인근 지역의 중저가 주택에 수요가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며 "지역별 개발호재도 있어 매수세가 늘면 집값 상승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leedh@newspim.com